2021년 12월26일 주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부모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있는 예수님을 찾아냈다.>
✠ 루카 복음 2,41-52
삶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종종 일어난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하고,
이해의 폭을 벗어나 일어난 일에 혼란을 겪기도 하며
용기를 낸 선택에 비해 돌아오는 것은 다른 것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과 생각이 복잡해지고 회의를 겪기도 한다.
자기 안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내가 맺고 있는 여러 관계에서 이런 일이 없을 수 없다.
그리고 말씀은 가족 가운데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거기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대처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말씀이 전하는 사건은 무척 당혹스런 경우다.
그냥 자녀를 잃어버려도 정신이 아득히 날아가는데
하느님이 맡기신 자녀이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녀를
한주 내내 잃고 찾아 헤맨 부모의 심정이 오죽할까.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자면 뼈가 까맣게 될 정도로
걱정과 근심에 빠져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자녀를 찾기 위해 온 예루살렘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렇게 간신히 아이를 찾은 부모에게
하느님께서 맡기신 자녀가 하는 말은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어이를 아득히 날리는 답변.
사실 성경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겪게 되는 일이다.
주님의 가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때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의 답변에 무척 감정적이 되어 대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역시 성가정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깊이 간직하였다” (루카 2,51)
이것은 감정의 축적이나 원망과는 다르다.
성모께서 이렇게 대응하셨다는 것은
그분이 이 가운데 있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깊이 숙고하고 묵상하시며 함부로 의미를 재단하지 않으셨다는 것.
그리고 그분은 그 상황과 앞으로의 여정에서 같은 경우들이 생겨났을 때,
당신이 해야 할 것을 찾으려 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행하신 모든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말씀은 이후에 일어난 사건을 통해 전하고 있다.
어린 예수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순종하며 살았고,
가나에서는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의 말을 따라 첫 기적을 행하셨으며,
십자가에 매달리시어 마지막 순간에 당신의 어머니라는 커다란 선물을 우리에게 내어주신다.
때로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그럴 때 성급해지거나 감정적이 되는 것을 떠나
말씀이 전하는 성가정의 모습을 묵상하고
그 안에 주어져 있는 하느님을 뜻을 찾아 나간다면
우리가 이루고 살아가는 가정도 예수, 마리아, 요셉이 이루신 성가정을 닮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