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8(목) 맑음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려있구나.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매일 천왕봉을 우러러보며 호연지기를 기르던 남명(南冥 曺植,1501~1572)선생을 생각한다. 큰 산을 담으려면 그만한 기개를 갖추어야 한다. 산을 바라보며 산의 덕을 닮으려 했던 그 마음을 헤아려본다.
덕산(德山) 시냇가 정자 기둥에 쓰다:
請看千石鐘, 非大扣無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명;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쟁사두류산, 천명유불명
그대, 저 천 섬이나 들어가는 큰 종을 보소.
크게 치지 않는다면 울지 않는다는 말일세.
어떻게 해야 나도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운다 해도 (내 마음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덕산에 자리 잡고서 쓰다:
春山底處無芳草, 춘산저처무방초
只愛天王近帝居; 지애천왕근제거
白手歸來何物食, 백수귀래하물식
銀河十里喫有餘. 은하십리끽유여
봄 산 어디엔들 향기로운 풀 없으랴만
옥황상제 사는 곳 가까이 있는 천왕봉을 사랑했네,
빈손으로 돌아왔으니 무얼 먹고 살 건가?
은하 십 리 맑은 물, 마시고도 남으리.
막혔던 기맥이 뚫리는 중인지, 머리 뒤 꼭지에 부스럼이 났다. 그런대로 무난히 잘 하는 중이다.
2013.11.30(토) 맑음
자애관을 닦다.
내 가슴의 문은 당신에게 영원히 열려있습니다.
자애는 영감에서 일어나는 에고 없는 사랑입니다.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으며 어떤 조건도 없는 사랑입니다.
가슴에 모닥불을 피우듯이 자애의 불꽃을 일으킵니다. 온몸이 따뜻해 오고 밝은 빛이 충만해질 때까지 계속합니다.
그 사람에게서 아름다움만 보고 결점을 무시할 수 있게 하소서.
마음이 깨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보지 않습니다. 다만 연민으로 볼 뿐입니다.
2013.12.1(일) 맑음
오늘 보리수 선원에서 보낸 헤네폴라 구나라타나(Henepola Gunaratana) 장로가 쓴 <선정/한글 번역>과 The Path of Serenity & Insigh(평화와 통찰의 길)이 도착했다.
사마타 수행할 때 집중해야 하는 대상(kammathana/수행주제로 40가지가 있다)가운데 10가지 kasina(까시나)가 있는데 내가 주로 하는 일상관(日相觀)은 aloka-kasina(빛 까시나)이거나 akasa-kasina(제한된 공간 까시나)에 해당한다. 자, 이쯤 되면 내 수행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드러난다. 나는 지금 근접삼매(upacarasamadhi)에 들어 선정의 다섯 가지 요소(위타카, 위짜라, 삐티, 수카, 엑까가타)가 발현되었고, 선명한 표상(patibhaganimitta)이 나타난 지 오래다. 그러나 본삼매(appanasamadhi)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상카라의 소멸(dissolution of formations)과정이 정미롭지 못한 채 지속되기 때문에 항상 약간의 들뜸(uddhacca)과 환희(piti)가 수반된다. 환희가 간혹 전신을 적시며 행복감으로 이어질 때도 있으나 평소에는 변동이 많기에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따라서 진부해진 환희라 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카(sukha/행복감)을 증장시켜라. 그래서 메타(metta/자애명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역시 정진력이 관건이라. 한길로 밀고 나가라. 환골탈태가 그렇게 쉬운 일인가.
2013.12.2(월) 바람이 분다.
오전 내내 자애관을 하다. 어릴 적부터 알아온 모든 사람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잊히지 않는 감정(서운함, 시기, 질투, 후회, 미안함, 미련, 애정, 미움)에 얽힌 사람에 대한 자애관을 했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당신이 잘 되기를. 당신이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당신을 용서합니다. 당신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당신 안의 그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만든 거야. 이게 우리 인간의 공통된 업이라는 거지. 바로 인간의 한계이며, 인간적인 약점인 거지. 그래서 인간이란 거지.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 완전함을 향해가는 <되어가는 존재>이지. 당신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야. 우리 모두 피차 마찬가지야. 그러기에 인간적인 약점을 인식하고 정화의 길로 나아가야지. 당신이 행복하기를. 당신에게 이해심과 사랑이 생겨나기를.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내 안에 쌓인 벽이 허물어진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마음이 그만큼 넓어진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마음이 그만큼 밝아진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연민을 품지 않을 수 없으리.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용서하지 않을 수 없으리.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
누군가의 불행으로 내가 덕을 보며 살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살아가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숨기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를.
누군가에게 들키면 부끄러운 일이 되는 짓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를.
무엇에게도 해를 끼치며 살아가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대한 미움을 품지 않고 살아가기를.
누군가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않고 살아가기를.
누군가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은 것이 하루를 넘기지 않기를.
누군가를 비난하는 마음이 하루를 넘기지 않기를.
내가 그렇게 느끼듯이 그 사람도 그렇게 느끼리라.
그 사람이라면 그 당시 어떻게 느꼈을까 이것을 느껴보라.
그 사람이 되어서 그 일을 느껴보라.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느꼈을까 항상 이렇게 느껴보라.
내가 이해받고 싶은 대로 그 사람도 이해받고 싶어한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대로 그 사람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대로 그 사람도 사랑받고 싶어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를 뒤바꿔 느껴보라.
‘다정도 병’이라는 것을 희생자의 처지에서 느껴보라.
뭔가 가슴에 걸려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감싸 안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라.
뭔가 불편한 것이 걸려 있다면 그것을 감싸 안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라.
뭔가 아픈 것이 걸려 있다면 그것을 감싸 안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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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두 사두 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