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반 고흐가 자신의 침실을 그린 유명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침실만큼이나 개인적인 것이 또 있을까? 평생을 불안정하게 지냈던 반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던 무렵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게 얻게 된 잡에 상당한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이 그림이 가지는 놀라운 힘은 그런 정신적인 애착에 기인한다. 이 방은 반 고흐의 내적인 모습에 대한 상징인 것이다. 그 내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반 고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매우 소름끼치는 경험일 것이다.
이 방은 갇혀 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파란 벽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바닥의 목재는 소실점을 향해 날아가는 로켓처럼 시야를 혼란시킨다. 우리는 또한 뒤에 있는 벽에 의해 갇힌다. 두 개의 문은 모두 잠겨 있고, 밖을 볼 수 있는 창문도 마찬가지이다. 방안에 있는 거울이 비추는 것은 혼돈뿐이다.
이 그림에는 고흐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들을 모두 이 방에 모아 두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른쪽 벽에 그림이 두 점 걸려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자화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몇 안되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동네 우체부를 그린 그림이다. 고흐는 비록 순수한 방식으로긴 했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침대 위에는 그의 정신 상태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흐트러진 풍경화가 있다. 그리고 알아보기 힘든 스케치(그는 정열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였다)가 두 점 있고 왼쪽에는 어떤 충격에 의해 흔들리는 것 같은 작은 세면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 옆으로 축 쳐진 깃발같은 수건이 걸려 있고, 허름한 옷이 세 벌 걸려 있는 옷걸이가 있다. 이 옷걸이에서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 했던 고흐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외로움의 고통은 두 개의 비어 있는 의자에서 강조되고 있다. 의자가 놓여 있는 위치도 이상할뿐더러 아무도 그 위에 앉았던 것 같지 않다. 혼자서 자는 침대였을 텐데 베개가 두 개 있는 것도 외로움을 더해준다. 고흐는 이 침대를 안정의 상징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상자처럼 생긴 이상한 침대이다. 진홍색 이불이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동물처럼 삐죽 나와 있다.
이런 숨막힐 것 같은 공간에서 고흐는 자신이 '고요함과 휴식'을 느끼고 있다고 믿었다(실제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렇게 썼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표현한 것은 커다란 불안과 좌절, 억압적이고 불안한 긴장이었다. 이런 가슴아픈 대조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느낀다. 으리 세대는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세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불안한 화가에게서 더욱 따뜻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