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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동기 60명 중 목회를 하겠다는 이들은 10명 안팎이에요. 대부분 신학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 학위수여식에서 만난 졸업생 박성광(26)씨의 설명은 현재 한국의 신학대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재학생인 도용선(25)씨도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로 취직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거들었다.
신학도들의 이 같은 답변은 목회자 양성 기관인 신학대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신학대학원(신대원) 진학을 안 하려는 분위기뿐 아니라 심지어 이 과정을 마친 ‘목회자 후보생’들조차 목사 안수 대신 다른 길을 찾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역할 임지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신대원을 졸업하면 2년간의 전임 전도사 과정을 거친 뒤 목사고시를 치르고 안수를 받는다. 목사가 되면 부목사나 담임 청빙, 교회개척이나 선교사 파송, 교회기관 근무, 교수 등의 진로 중 하나를 택했지만 교세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모든 길이 험로로 변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의 한 은퇴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학대발 수급 불균형은 사실 묵은 문제다. 졸업생은 많은데 사역지는 부족한 게 핵심 난관”이라면서 “정원을 줄이고 신학대 통폐합을 당장 해야 하지만 대학 구성원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쉽게 결정하질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이 지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가시화됐다. 2016년 개혁주의생명신학회 등이 주요 11개 신대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53%)만 목회를 희망한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제도 개선이나 개혁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오래전 우리와 비슷한 위기가 시작된 서구교회는 30여년 전부터 개혁을 단행했다.
김도영 호주 애들레이드 프로스펙트연합교회 목사는 “호주도 현재 한국이 겪는 문제를 겪었고 30여년 전부터 신학 교육을 학위 과정에서 훈련 과정으로 전환하는 등 개혁안을 실행에 옮겼다”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신앙인 중에서 목사 후보생을 선발하는데 이때도 총회가 필요한 목사 수에 맞게 소수 정예로 선발해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학 훈련도 여러 학교가 연합해 진행하고 교수와 캠퍼스도 상당 부분 공유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주요 교단의 신학교 대책과 제도개선 방안의 현실화는 지지부진하다.
가장 많은 신학대를 보유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지난달 회의에서 교단 7개 신학대의 ‘대학 경영’ ‘교육과정 적합도’ ‘장학금·복지 수준 점검’ ‘학생 충원율’ ‘연구 활동’ 등을 점검한 뒤 이를 바탕으로 발전 방안을 찾기로 했다. 정작 필요한 ‘신학대 통폐합’ ‘정원 대폭 감축’ ‘목사 수급 조절’ 등의 논의는 없고 수박겉핥기식 대책만 찾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장통합 산하 한 지방 신학대 교수는 “이미 우리 학교에는 목회자 자질이 현저히 부족한 학생들이 원서만 내고 들어온다. 만약 이들이 목사가 돼 현장으로 나간다면 결국 피해는 교인들이 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장창일 박용미 기자 부천=김수연 인턴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