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경매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한 달 전과 달리 아파트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선거 공약과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젊은층 등 내집 마련 수요가 유입되면서 한때 주춤하던 아파트 경매시장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 기간(10월4일~17일) 동안 서울지역에서 경매 진행된 아파트는 총 217건으로 이중 98건이 낙찰됐다. 45.2%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 낙찰가율은 89.5%로 1개월 전(83%)보다 평균 6.5%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평균 응찰자 수는 경매 진행 물건 당 5.5명으로 1개월 전(7.9대 1)보다 물건당 2.4명이 줄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가 줄었는 데도 낙찰가율이 오른 것은 경매시장 참여자들이 기존의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청약 점수 낮은 주택 수요자 경매시장으로 몰려
권역별로는 강북ㆍ강동ㆍ강남권 순으로 올랐다. 강북권(강북ㆍ노원ㆍ도봉ㆍ성북ㆍ은평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7.7%로 1개월 전(83.5%)보다 14.2%포인트 올랐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주택 수요자들이 입지 여건도 좋으면서 개발 재료도 안고 있는 지역의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청약 가점에서 불리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과 함께 호재도 있는 아파트를 잡기 위해 경매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9일 경매가 진행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3단지 58㎡형에는 입찰자 50명이 달라붙어 감정가(1억1000만원)의 150%인 1억6530만원에 낙찰됐다. 또 이달 15일 경매에 부쳐진 강북구 번동 번동주공1단지 41㎡형의 경우 총 17명의 응찰자가 경합을 벌여 감정가(1억원)보다 31% 많은 1억3127만원에 새 주인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상계ㆍ번동 지역의 아파트가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은 인근에서 뉴타운이 조성되는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데다 최근 이들 지역에 대규모 공원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도 한몫”
강동권(강동ㆍ광진ㆍ동대문ㆍ성동ㆍ중랑구) 아파트 낙찰가율도 1개월 전보다 12.3% 포인트 올라 92.5%를 기록했다.
강남권(강남ㆍ송파ㆍ서초구) 아파트 낙찰가율도 87.2%로, 1개월 전(79.9%)보다 7.3% 포인트 상승했다.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최근 부동산정책에 대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인해 경매시장 쪽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권(마포ㆍ서대문ㆍ용산ㆍ종로ㆍ중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91.3%로 1개월 전(84.7%)보다 6.6%포인트 상승했다. 강서권(강서ㆍ관악ㆍ구로ㆍ금천ㆍ동작ㆍ양천ㆍ영등포구)도 아파트 낙찰가율 87.6%로 1개월 전(84.2%)보다 3.4% 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강서권의 경우 서울지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 연립ㆍ다세대는 상승세 주춤
서울지역 연립ㆍ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번 조사기간 동안 서울에서 경매 진행된 연립ㆍ다세대 주택은 총 160건으로 이 중 103건이 낙찰됐다. 낙찰률 64.4%를 기록한 것이다.
낙찰가율은 102.7%로 1개월 전(104.8%)보다 2.1%포인트 내렸다. 서울지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평균 낙찰가율은 하락했으나 권역별로는 도심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 낙찰가율 110%를 웃도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경매 물건당 평균 6.7명으로 1개월 전(8.4대 1)보다 물건당 1.7명이 줄었다.
강남권 연립ㆍ다세대 낙찰가율은 껑충
강남권 연립ㆍ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111.9%로 1개월 전 86.6%보다 25.3%포인트나 뛰었다. 강동권 낙찰가율도 111.5%로 한달 전보다 11.4%포인트 상승했다.
강북권(113.1%)도 1개월 전보다 9.5%포인트 올랐고, 강서권(115.5%) 역시 7.3%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8일 경매된 노원구 상계동 승리빌라 45㎡ 연립주택은 총 33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7000만원)보다 178% 높은 1억2455만원에 낙찰됐다. 또 15일 경매에 부쳐진 노원구 공릉동 동우빌라 39㎡ 다세대주택의 경우 총 10명이 응찰해 감정가(7500만원)보다 147% 높은 1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개발 재료 외에도 연립ㆍ다세대주택의 경우 DIT(총부채 상환비율) 규제 등에서 벗어나 있어 대출받기가 쉬운 점도 수요가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도심권 연립ㆍ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73.4%로 1개월 전(106.1%)보다 무려 32.7%포인트나 빠졌다.
경기ㆍ신도시는 내리고, 인천은 오르고
경기지역 경매된 아파트 낙찰가율은 86.2%로 1개월 전의 93.3%보다 7.1%포인트 내렸다. 반면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4.3%로 한달 전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ㆍ산본ㆍ일산ㆍ중동ㆍ평촌) 아파트 낙찰가율은 81.3%로 1개월 전(83%보다) 소폭(-1.7%포인트) 내렸다.
연립ㆍ다세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지역 연립ㆍ다세대 낙찰가율은 103.5%로 1개월 전(107.2%)보다 3.7%포인트 하락했다. 5개 신도시도 낙찰가율이 98.0%로 한달 전보다 6.6%포인트 빠졌다.
반면 재개발 호재를 많이 안고 있는 인천지역 연립ㆍ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123.6%로 1개월 전(122.1%)보다는 1.5% 올랐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