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 밤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교회의 이미지였고 수문장 역할을 잘 감당해 왔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로 버티며 인내를 가르쳐 주었고
봄이면 새순으로 건재하게 살아있음을 증거 하였고
여름이면 더위를 피할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었고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로 추수를 준비했던 밤나무였다.
긴긴 세월동안 굳건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는 교회의 역사였는데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베어진 자리에는 낮은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없고 바람소리도 없고 알밤 떨어지는 소리도 낙엽 밟는 소리도 없다.
그냥 조용하고도 황망하게 베어진 빈 공간만 남아있다.
이 자리가 어떻게 변할지 무수한 계획만 있을 뿐.
단지 다래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그 밑에 테이블 하나에 의자 대여섯 개 두고
삭막한 벽에는 예쁜 그림을 그려 넣고 싶을 뿐이다.
지나는 객이 잠시 머물러 쉬기도 하며 옛날 시골교회를 생각하는 추억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남아 어떠한 모양이든 역사가 되었으면 한다.
지붕도 현관문도 종탑도 새롭게 단장하고 새 역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변하지 않고 남는 것도 좋지만 변화에 적응하며 역사에 남는 교회가 되었으면 한다.
계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다그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 재촉하시는 소리에 귀 기울여 역사를 만들어가는 성도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고[요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