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6]
나는 은행 퇴직 후 허드레 일도 많이 했지만 생활이 어려워져 은행 재직 시 주택조합으로 구입했던 보라매 공원 옆 관악구 봉천동에 있던 집을 팔았다. 집 판돈으로 전세보증금과 부채를 정리하니 돈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집을 팔고 나니 갑자기 집값이 오천만원이나 올라 손해가 막심했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는 나를 철저히 훈련시켰다. 항상 청빈하게 살게 하고 마음을 비우도록 인도 하시는 것 같았다.
집을 정리하고 나서 나는 2001년 12월 미국 시카고에 있는 맏딸 수진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시카고행의 왕복 항공료는 경북 청도 사는 셋째 누나가 부담해 주었다. 수진이는 불과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에 조국과 집을 떠나 타국 땅에 간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동안 무척 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수진이는 그동안 케네디중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근교 네이퍼 빌에 있는 North HIGH SCHOOL 1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Naperville North 고교는 전미(全美) 공립학교 학력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한 우수한 학교였다. 수진이는 고교에 입학하면서 둘째누나의 집을 떠나 학교 근처인 여동생의 헤리티지 아파트에 여동생과 조카와 같이 살게 되었다. 조카도 같은 노스 고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조카는 현재 배우자와 딸을 데리고 하와이 미군기지에 치과 군의관(소령)으로 근무하고 있다.
겨울의 시카고는 예상보다 날씨가 좋았다. 점차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시카고는 원래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에는 눈이 몇 차례 오지 않았다. 눈이 오면 시 당국에서 염화칼슘을 대량으로 살포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아 납부하는 세금부담이 다른 주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수진이는 한참 자라나는 연령이라서 3년 동안에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눈도 총명해 보였다. 나는 수진이와 같이 찬송가 465장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를 부르며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렸다. 수진이는 그동안 배웠던 플루트로 반주를 했다.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구주와 함께 나 살았도다/ 영광의 기약이 이르도록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 언제나 주는 날 사랑하사 언제나 새 생명 주시나니/ 영광의 기약이 이르도록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 찬송을 부르면서 나는 감회에 잠시 젖었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모 없이 혼자서 미국 땅에서 외롭게 자란 수진이를 그동안 보호해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수진이는 영주권이 9.11테러 때문에 예정대로 나오지 않아 그동안 방학 때면 다른 아이들처럼 집에도 올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나는 김장환목사의 경우를 얘기해 주면서 수진이를 위로해 주었다. 김목사는 17세의 나이에 양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갔다. 그리고 결혼해서 다시 한국에 나올 때까지 9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인물이었다. 물론 수진이도 13세의 어린나이에 미국에 건너가 5년이 넘도록 한국에 오지 못했다.
수진이는 나의 부모 쪽 유전으로,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글쓰기를 잘했다. 수진이가 고 1때 쓴 시 한편이 전미 우수고교생 소개 잡지“(Who' Who among American high school students)”에 게재되었다. 시의 주제는 천진난만(天眞爛漫)하고 아름다운 어린 시절이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꿈같은 청춘시절을 소중히 보내라는 내용이다. 이 시를 쓴 시점은 수진이가 혼자서 외롭고 고독하게 지내고 있었던 때였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현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태도가 기특하게 느껴진다. 제목은 “가을의 城”이라는 시였다. 원문과 대역을 싣는다.
Castle In The Autumn
가을 속 궁전
When those crispy autumn leaves started to fall,
가을 잎이 바스락 떨어지기 시작하면은
When the night became darker,
밤이 더 깊어지면
How we longed to feel the chilly joy!
맘 설레게 하는 그 쌀쌀한 기운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Gathering the leaves,
잎사귀들을 모으고
Forming into a castle,
그 것으로 성을 만들어
In it we stayed all day.
하루 종일 그 안에 머물렀지
our friendly farmers were those seeky squirrels,
우리 성실한 하인들은 발 빠른 다람쥐들이요
Our sincere knights were those beaky birds,
부리부리한 새들은 우리의 기사되어주면
Yet we were the mayors.
우리는 그 중 어엿한 성 주인이 되리
Because happy times always don't ever stay,
즐거운 순간은 한 때
Is dried the reminiscent air by white snow,
추억어린 시간은 흰 눈으로 휩싸이고
The longest time till nest promised we wait.
다음 봄날까지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when the old friend finally comes and happily smiles at us,
정작 오래 기다렸던 친구 도착해 우리에게 미소 짓는데
We don't give our attention,
눈길 줄 새도 없이
Busy to grow up, no time to smile back.
자라는데 바쁜 우린 미소 지어줄 시간도 없고
There aren't anymore trustful neighbors, faithful chivalry
더 이상 신실한 이웃도 믿음직한 기사단도 없네
Nor the kings and queens for the leaf castle.
나뭇잎 성의 왕과 왕비는 이제 볼 수 없으리
Stay a child as long as you can,
할 수 있는 한 어린아이로 머무르세
For you can never go back to those old yet beautiful times.
다시는 아름다운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없기 때문에
(강광우 자서전 다음 계속)
첫댓글 시 "가을의 성" 영문본문과 한글대역 모두 맏딸 수진이가 썼습니다ㅡ
따님의 영시가 참으로 훌륭합니다!
어린 학생이 이런 깊이있는 시상을 풀어내다니, 지능지수와 감성지수가 함께 높은 수재로군요.
13살 어린 나이에 타국에 가서 5년을 집엘 못 왔어도 꿋꿋이 견뎠다니,
정말 장한 따님이고 그 따님에게 그런 힘을 주신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이렇게 잘 공부해서 지금은 뛰어난 인재로 미국에 든든하게 자리잡은 따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2022년 1월에 딸 보러 가서 시카고에서 5박을 하고 왔습니다. 섐페인의 딸 학교에도 가보고요.
코로나 시국이라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이 컸고 추위가 심했지만 참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다저스님 따님 이야기와 영시 잘 읽고 갑니다. ^^
항아리님은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넉넉하고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부어주는 참으로 아름답고 인정있는 분이라고 느낍니다. 오늘도 저의 딸에게 큰 칭찬의 말씀을 해 주신 것 소중하게 마음 속에 간직하겠습니다ㅡ항아리님의 시카고 유학중인 따님에게도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 교수로 성공하든 또 다른 분야로 진출하든 좋은 열매 맺어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ㅡ
다저스님..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지..
먼저 한글로 읽어보고
그다음 영어로도 읽어보고,
운율이 리드미컬해서,
노래로 만들어도, 참 좋을 시 입니다.
이렇게 재능이 피어나는
어린 학생의 숲을 지나서
이제 성인이 되었겠군요.
자라나는 새싹들의 활기찬 활동들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수수님의 칭찬의 말씀이 너무 감사합니다. 수수님의 자녀분들에게도 하나님의 축복이 비처럼 내려지기를 기도합니다ㅡ 이제 우리 나이는 인생을 마감하는 나이이고 자라는 우리 자녀들이 앞으로 잘되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ㅡ
" 가을속 궁전 "을 읽고 또 읽고 .
대단한 따님 입니다 .
현재는 어떻게 성장 했는지 궁금합니다 .
시인 일까 ????
13살 따님 얼마나 보고 싶을었까 ???
아직 애기 인데 ---
우리 아들도 16살때 가방 2개들고 미국 교환학생 가서 홈스테이 하면서 고생했던거 지금도 생각하기 싫은가 고교 시절 말도 않해요 .
10년만에 돌아 왔습니다 .
가방 2개들고 해년마다 이동하다보니 , 습관화 되서 지금도 가방 2개로 수도승처럼 살아 언타깝습니다 .
감사합니다ㅡ
따님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미국으로 보내셨다니
어려서부터 성숙하고 똑똑했었나 봅니다.
그 어린아이가 혼자서 이겨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좀 아리네요..
"가을의 성" 시가 어린아이 답지 않게 깊이가 있으면서도
순수함이 가득하네요..
읽고 또 읽어봅니다..
지금은 훌륭한 성인이 되어 잘 살고있겠지요..^^
샤론님의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아울러 샤론님 자녀분들에게도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ㅡ
저희 딸 대학생때 교환학생으로 1년동안 가있는 동안에도 저는 안타깝고 늘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데
유학보내는게 쉽지 않았을 시절에 13세 어린딸을 혼자 보내셨을 다저스님의 마음이 어떠셨을까 공감이 됩니다..
다저스님께서도
글을 참 잘쓰시니
그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따님이
고1 학생때 쓴 시가 전미국 우수학생 소개 잡지에 실리기 까지 했으니 얼마나 장하고
자랑스러웠을까요..
지금은 더욱 훌륭하게 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른이
돼었을거 같아요~^^
마음이 정말 따뜻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보라님이 이렇게 저를 격려해 주시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느낍니다ㅡ 저의 맏딸 수진이는 이후 대형 교통사고를 비롯 수많은 인생풍파를 겪었지만 지금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고 인생의 동반자도 최근에 만났습니다. 모두 다 하나님의 각별한 은혜인 것 같습니다ㅡ
미국역사상 최고의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살아 생전 가장 좋아하는 성경귀절 신약성경 로마서 8장 28절을 보라님께 드립니다ㅡ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ㅡ
하나님의 좋으신 성경 말씀으로 축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보라님의 따님이 미국에서 겪은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사회에서 큰 성공을 이루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ㅡ
제 딸은 중국어
전공이라 중국에
1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고 방학때는 장학생으로 호주에 한달간 다녀왔답니다
지금은 직장 잘다니다 스팩을
쌓고 싶다고 캐나다 마케팅 공부하러 가서
그곳 생활이 너무 좋다고 공부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저는 결혼도 안하고 그곳에 혼자 있는 딸이
걱정입니다..ㅠㅠ
사람마다 때가 다 다른데 따님의 천시(하늘의 때)가 되면 결혼도 하고 자녀도 두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보라님께서 하나님께 의지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ㅡ너무 걱정마시기를 바랍니다ㅡ부모가 훌륭한데 자녀가 잘못되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