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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40장,
강정식은 집으로 가는 동안 한 마디의 말도 없다.
지금 자신이 정말 소희를 다시 만나고 돌아오는 것인지에 대해 꿈을 꾸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현실에서는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던 아내를 다시 만나고 오는 길이다.
그러나 그것을 소희가 아이들의 엄마라는 느낌뿐이었다.
이제 다시는 자신의 아내로 돌아오기엔 너무나 먼 거리를 왔다는 생각뿐이다.
또한 소희의 모습이 예전에 자신이 알던 아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 예전의 아내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집으로 들어가 은비는 다시 따끈한 차를 만들어 가지고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버지!
이 차를 마시고 주무세요.
피곤하셨을 텐데 주무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은비야!
우리가 지금 네 엄마를 만나고 온 것이 맞지?“
“네!
아빠가 엄마를 모시고 오셨으면 하고 바랬어요.“
“아니다!
난 이렇게 죽기 전에 네 엄마를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네 엄마가 아빠는 너무나 먼 곳에 가 있는 것만 같구나.
그리고 이제는 아빠가 엄마를 잡아서는 안 될 것만 같다.“
“아빠!
아빠가 평생을 혼자서 엄마를 기다리지 않으셨나요?“
“그래!
난 내 아내를 기다려왔지.
그러나 지금의 네 엄마는 그 예전에 내 아내의 모습이 아니다.
내 가슴에 있는 네 엄마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난 그런 내 아내를 그리워해 왔던 것이다.“
“아빠!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예전의 엄마모습을 기대하고 계세요?
지금 아빠 모습도 예전에 아빠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잖아요?“
“그래!
그만큼 우리는 서로 먼 길을 살아온 것이다.
아빠는 이제 너희들의 엄마로서 살아 있다는 것만이 감사할 뿐이다.“
은비는 아빠의 말에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은 아픔이 밀려온다.
은비로서는 예전의 엄마 모습이 기억에 없다.
“그래도 아빠의 부인이고 오빠와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맞잖아요?”
“몸을 분명히 그렇다.
그러나 난 예전에 내가 그리워하던 네 엄마를 그리워할 뿐이다.
또한 이제 나로 인해서 네 엄마의 삶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빠 마음이 홀가분하고 개운해진다.“
강정식은 은비가 가져온 차를 마신다.
“은비야!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을 하고 싶지 않구나!
아빠는 지금 편히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네!”
은비는 조용히 아빠 방에서 나간다.
은비는 아빠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를 만나고서도 아빠는 엄마를 놓아줄 생각을 하시는 것이다.
얼마나 그리워하면서 살아온 세월이던가?
만나기만 하면 두 번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빠는 엄마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강정식은 은비가 나가고 나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아내의 모습이 참으로 낯설다.
다가가기엔 왠지 모를 벽이 가로 막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직도 고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자꾸만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많은 세월들의 지나간 흔적들인가?
강정식은 아내와 함께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아내는 나름대로 일구어 놓은 삶의 터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수많은 고생을 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강정식은 아내의 생사를 확인하고 아내가 살아 있음에 만족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함으로 해서 마음이 가볍고 더 이상 다른 욕심은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뭔가 모를 허전함이 자꾸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아내가 당해야만 했던 모진 세월들이 다시 죄스러워진다.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세월들이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아내가 보내야 했던 세월들에 비해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운다고 마음 놓고 아내를 찾아 나서지도 못한 세월이었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아내를 놓아주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의 지금의 생활에 자신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였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더 이상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강정식이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고자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아내를 위해 무언가는 한 가지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심을 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한 가지만은 아내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다.
가난해서 가진 것이 없어 아내와 근사한 외식을 해 보지 못한 것이 강정식은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언젠가는 꼭 한 번 아내와 단 둘이서 근사하게 멋진 외식을 시켜 주리라 아내와 약속을 했 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고생만 시켜왔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강정식은 퇴근을 해서 돌아오는 은비와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은비야!
네 어머니 전화번호를 알려 주겠니?“
“네!”
“은비야!
분위기 좋고 음식도 아주 맛깔스럽고 근사한 그런 식당을 알고 있니?“
“네?
아, 알고 있어요.“
“알고 있구나!
그런 식당을 예약을 해 주겠니?“
“아빠!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지요.
이제는 아빠의 마음을 엄마에게 전하세요.
아빠와 엄마가 어떤 결정을 하시든지 저와 오빠는 그대로 따를 것입니다.
다만, 더 이상의 후회를 남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
너희들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아빠는 알겠다.
안 그래도 어제 네 오빠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엄마하고 단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네 오빠가 귀국을 하면 그때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
“네!
저도 오빠 전화를 받았어요.
잠시 다녀가겠다고 이번 주말에 온다는 연락입니다.“
“그래!
우리 가족 처음으로 모두 한 자리에 모여보자.“
강정식은 소희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단 둘만이 만날 약속을 정한다.
이제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아내를 위해서 성찬을 준비하고 싶은 강정식이다.
이것으로 아내의 산산이 부서진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아내에게 최선을 다해서 아내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
인 것이다.
은비는 그런 부모님을 위해 최고로 비싸고 좋은 식당을 예약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결정하시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든 따르겠 다는 말을 오빠하고도 이미 얘기를 한
것이다.
다음날 강정식은 약속장소에 나가기 위해 최고의 차림을 준비한다.
아내와의 멋진 시간을 보낼 것을 생각하고 최고의 멋진 차림으로 준비를 하는 강정식의 마 음은 자꾸만 서글퍼져 오는 것이다.
자신의 한때 잘못 살아온 삶의 대가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라면 아무 여자나 품에 안으려고 허겁지겁하면서 달려들고 가정을 잊고 순간의 쾌락을 위해 아내가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자
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뒤로 하고 자신의 순간 적인 쾌락으로 나날을 보내던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자신의 행동들을 자책해
보지만 이미 모 든 것을 되돌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이었다.
강정식은 시간이 넉넉하도록 집에서 나간다.
아직 아내는 도착하지 않았다.
아내를 위해 프랑스 전문 요리점으로 선택을 한 것이다.
상당히 비싸다는 소문으로 음식이 최고로 맛있다는 소문과 함께 분위기가 또한 아주 좋은 식당이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히 들어올 생각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식당인 것이다.
강정식이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내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아내는 안내를 받아 자신이 있는 자리로 온다.
두 사람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마주 앉는다.
“편안하게 지냈소?”
“네!”
소희의 모습은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핼쓱해진 모습이다.
“많이 힘든 모습이오.”
“힘들었다기보다는 조금은 고통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에요.”
“은철엄마!
오늘은 우리 두 사람 최고로 좋은 곳에서 기분을 내 봅시다.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은 마음 놓고 당신에게 근사한 외식을 시켜주지 못하고 언젠가는 근사 한 곳에서 외식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이제라도 지키고 싶은 마음이오.“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소!
당신과의 일을 거의 잊은 것이 없을 것이오.
참으로 고생을 많이도 시킨 못난 사람이었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정말 따뜻하고 정이 많은 남편이었고 아빠였어요.
다만, 그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정신이 나갔었는지는 지금도 이해를 할 수 없지만.....“
“미안하오!
내가 생각을 해도 참으로 짐승보다도 못한 무절제한 생활이었소.
왜 그래야만 했는지 나도 설명을 할 수가 없소.
무엇에 홀린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일 뿐이오.
조금만 일찍 정신을 차렸더라도 당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을.......“
“은철아빠!
이제는 모두 지난 일입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아쉬워하고 아파해 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혼자 오랜 세월 아이들을 위해 살아주었다는 것에 얼 마나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
다.“
“내 새끼들, 어미를 잃고 울며 어미를 찾고 있는 내 새끼들을 어떻게 버린단 말이오?
자식들을 보면서 내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당신에게 얼마나 못된 남편이었는지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기
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세월들이었소.“
“............................”
식사가 날라져 온다.
“자, 어서 먹읍시다.
이런 고급요리를 함께 마주 앉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오.“
강정식은 와인을 두 개의 와인 잔에 따른다.
그들은 잔을 들고 부딪친다.
아무런 축배도 없이 경쾌한 잔의 소리를 들으려는 듯이 그렇게 잔을 부딪치고 난 다음에 입으로 가져가 와인의 맛을 음미한다.
그렇게 별 다른 말없이 두 사람은 식사를 한다.
후식이 나오고 나서야 강정식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은철엄마!
우리 은비의 결혼식에 당신이 촛불을 밝힐 수가 있어 정말 다행이오.“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을 키운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 당당한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당신은 그 아이들을 낳은 아이들의 엄마인 것이오.
당신의 그 자리를 아무도 대신 할 수는 없는 것이오.
이제 그 일을 끝내고 나면 난 완전히 당신을 놓아줄 것이오.“
“............................”
“우리 너무 먼 길을 왔소.
이제 당신도 마음 편안하게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남은여생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오.
나 역시 이제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을 놓아 줄 수가 있소.“
“미안합니다.
지금도 당신 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없어요.“
“알고 있소.
당신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것은 욕심을 내지 않으리다.
언제나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당신이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오.“
“은철아빠!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지금이라도 당신 곁으로 갈 수 있는 그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만나고 나서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당신과 내가 얼마나 멀리 떠나와 있다는 것을......“
“그렇소!
나도 당신을 보고나서 우리가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당신과 내 인연이 그 옛날에 끝이 났다는 것을 확인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오.
그러나 당신을 놓아 보내는 것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으리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당신에게나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이오.“
“지금 그 말씀의 뜻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 이미 결심을 한 것이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계획을 해 왔던 일이었소.
실버타운으로 들어갈 생각이오.“
“.............................”
소희는 다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예전 양로원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기는 하지만 소희로서는 말릴 수가 없는 일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오히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오.
요즘은 상당히 좋은 곳이 많이 있소.
이미 돈을 주었고 아무 때라도 입소를 할 수 있게 모든 준비가 다 되었소.
그 곳에는 시설도 좋고 병원도 있고 모든 의료진들이 상주하는 곳이라 오히려 이곳보다는 마음 편안하게 살아갈 수가 있는 곳이
오.“
“그래도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아이들은 내가 설득을 할 것이오.
서로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 좋은 곳이오.“
강정식은 소희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강정식이 계획하였던 일이다.
많은 돈이 들기는 하지만 여려가지 여건으로 너무 좋은 곳이었다.
“이번 주말에 은철이네가 귀국을 할 것이오.
그때 모든 가족이 모여 하루만 함께 보내주면 고맙겠소.“
“그러지요.
그리고 은비의 결혼 준비를 제가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고맙겠어요.“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니오?
딸의 결혼준비는 엄마가 하는 것이 아닌가?“
“은철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신다 해도 시간이 나면 찾아가 볼게요.“
“그럴 것 없소.
이제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당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오.
그동안의 모든 고통과 힘들었던 것들을 잊고 남은여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소.
내 마음을 아시겠소?“
“..........................”
소희는 강정식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가야 하는 길과 자신의 길이 어긋났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만류를 하지 못한다.
이미 오랜 세월 함께 하지 못한 부부의 삶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하고자 만났던 그들은 겨우 십여 년만을 함께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긋난 것이다.
소희는 가슴이 아파온다.
다시 가슴 깊숙한 곳에 진한 통증이 밀려온다.
한때 이 남자의 품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맛보면서 살아왔던 때도 있었다.
이 남자로 인해 진한 슬픔을 겪었고 배신을 당하면서 몸을 떨며 울기도 하고 잠을 잊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마음들은 아스라이 스러져버린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아니다.
자신들의 운명이고 자신들의 인연의 끝이었다.
그는 자신이 낳은 아버지라는 것만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소희는 서재우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면서 강정식과 멀어져 가는 것이다.
***** 끝 *****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하늘이시여~ 즐겁게 읽으셨나요?
이제 소설은 잠시 쉬고 가윤 여행 갑니다
다녀와서 아름다운 소설 다시 올릴께요
그동안 건강하기를..
여행 잘 다녀 오시게~
친구야 ! 고마워, 친구가 있어 외롭지가 않아, 다음 소설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