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고위 법관, 광역자치단체장 및 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된 데 이어 25일에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각 지자체가 공개한 재산 공개 내용에 따르면 일부 기초 지자체 의원은 전국 방방곡곡 수십 군데에 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용인시 의회 일부 의원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지역에 10~20여 필지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청주시 청원구 정상동에 있는 김미자 청주시의회의원 남편 소유 토지에‘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 /신정훈 기자
수원시의회 이혜련 의원(국민의힘)은 재산 총액 41억7767만원을 신고했다. 그중 본인과 남편, 장남 명의로 경기 수원·화성·오산·평택·안성·용인, 인천 옹진, 강원 횡성·철원 등 전국 9개 시·군에서 토지 29개 필지(총 17억2400여만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강원 횡성의 대지와 임야는 2004년쯤 전원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고 평택의 임야는 묘지로 쓰려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토지는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다”며 “강원 철원 임야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가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기획부동산을 통하고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 곳곳에 토지를 매입한 것은 부동산 투기로 볼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선 광양시의원(민주당)도 전국 곳곳에 토지 42필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배우자 명의로 경기 여주·용인, 경남 거창·통영, 울산 울주, 인천, 전남 광양·순천, 전북 부안, 충남 당진·아산, 충북 청주 등 전국 12곳 시·군에 대지와 임야, 논과 밭, 과수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신고한 총 재산은 20억9756만원으로, 42필지 토지 가격만 20억866만원이었다. 전체 재산의 95%가 토지였다. 이 의원은 “용역 사업을 하는 남편이 10년 전부터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토지를 사들였다”고 말했으나, 용역 사업과 토지는 별 상관이 없다. 그의 남편은 연 매출 100억원 규모 용역 회사인 흥덕기업 유상월 대표다.
김미자 청주시의원(국민의힘)은 충북도가 투기 의심 지역으로 조사하는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지인 청원구 정상동에 토지 2349㎡를 보유하고 있었다. 충북개발공사는 정상동 일원 189만여㎡(약 57만평)에 2028년까지 산단을 조성한다. 토지 소유자는 김 의원 남편으로, 총 11필지다. 구매 금액은 8억여원으로, 매입 시기는 2019년 12월 9일이다. 개발공사가 사업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심의를 진행하던 무렵이다. 개발공사는 지난해 1월 산단 개발 사실을 발표했고, 청주시는 그해 8월 산단 예정지 일대를 개발행위 제한 구역으로 고시했다. 현재 해당 토지에는 ‘투기 편법’으로 알려진 조립식 건물도 들어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교직에서 퇴직한 남편이 농사짓던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금으로 지인들과 함께 산 것”이라며 “사전 정보를 획득해 투기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기동 전주시의원(민주당)은 신고한 재산(98억8695만원) 중 토지 26억3971만원, 건물 31억8205만원 등 부동산 자산만 58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보유한 부동산 80여건은 대부분 전북 지역에 있지만, 2008년 연고가 없는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일대에 임야 2곳과 대지 1곳 등 총 3690㎡를 매입했다. 이 의원은 3건 모두 10% 지분만 보유해 기획부동산을 통한 ‘쪼개기 구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형님들이 매입을 권유해 공동 명의로 샀다”고 말했다.
박원동 용인시의원(국민의힘)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 주변에 토지 26필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7년까지 매입한 남편 명의 토지로, 22곳이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모여 있다. 이곳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가 들어설 원삼면 인근이다. 박 의원은 “남편이 백암면 원주민이고, 구입한 지 오래된 땅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향금 용인시의원(국민의힘)은 12곳에 토지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는데, 이 중 10곳이 원삼면 맹리에 있다. 매매 시점은 1983년부터 2005년까지다. 유 의원은 본지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