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㫡化 김재원
추억 물든 나뭇잎
찬 서리 회초리에
눈물이 흐르고
석양을 흔들던
은빛머리 억새도
황혼빛에 숨 죽이고
갈잎의 사각사각
아쉬운 이별 노래
가슴은 얼어간다
눈도 오지 않았는데,
가을이 오면
동화 김재원
날마다 숨 막혔던
뜨거운 키스도
가슴까지 채워진 욕심도 힘들게 하였지
해 넘어온 달빛에게
눈물 흘리기도 했지
온도를 맞추려
힘들었던 사랑은 집착이었나
애써 바람은 열매를 익히고
어떤 옷을 입힐지 분주하다
홍엽으로 가을빛 가득 채운
예쁜 엽서를 만들어
억새에게도 붓을 들게 해야지
풀. 꽃. 나비에게도 편지를 쓸까
찌르레기. 귀뚜라미 합창소리도 넣어야겠다
여름날 매미처럼
후회 없이 사랑했었다고.
가을이 오면.
꽃무릇(석산)
동화 김재원
한 낯 뜨거운 햇살은
임이 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가을 향기에 젖는다
오랜 세월의 애절함은
그리움 안고 온몸을
태워도 임을 사랑하기에
아름답구나
가을빛이 고울 때
만날 수만 있다면 그대를
가슴에 농익은 그리움
메마른 가지가 되어
황혼에 걸쳐져도
든든한 동반자임을,
가을바다
동화 /김재원
또 하나의 이별
담담하게 끌어안는 파도
애써 추억을 삼키는
조개껍데기
놓고 싶지 않은 사랑
작은 몽돌에 숨겨두고
소금 한 줌씩 가득 채우는
심연의 바다
한낮 뜨거운 햇빛에
시침 떼고 선팅하는
철없는 모래알은
찰랑이는 물빛을 거울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