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365]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이 말은 수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공부를 하고 왔다는 뜻이다.
학교건물을 보고왔다고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는 없다.
말에는 그 말이 담고 있는 상식적 의미가 있다.
시민은 그 상식적 의미로 사람들의 말을 판단한다.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가 TV토론에서 충광농원을 언급했다. "간담회도 했고 자원봉사도 길게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의견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충광농원 관계자들은 "그런일 없다”고 말한다.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외부 봉사활동 자체가 없는 곳이라고도 했다.
왜인가.
'충광농원'이라는 말의 상식적 의미 때문이다.
'충광농원'은 일반 농원이 아니다. 한센인 음성 주민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다.
그들이 외부와 단절되고 외부인이 찾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가축 질병 유발 우려 때문이 아닌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그곳이 '충광농원'이기 때문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특수지역이다. 그래서 공식 간담회나 외부 봉사활동은 마을 전체가 알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조 후보가 공개한 사진은 충광농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장의 방문 사진이었다.
그 곳은 한센인 주민들의 농장이 아니라 일반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기업형 농장이었다.
핵심은 여기다.
일반인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대규모 농장을 다녀온 것을 두고 '충광농원'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교 앞 편의점에 다녀왔다고 학교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있나.
대학교 운동장을 걷고 왔다고 강의를 듣고 왔다고 말할 수 있나.
시민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충광농원'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면, 시민이 떠올리는 것은 한센인 주민들과의 교류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손을 맞잡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공동체와 무관한 일반 농장을 방문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치는 단어를 비틀어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특히 약자의 삶을 배경처럼 소비하는 순간 시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더 큰 문제는 태도다.
사실이라면 기록과 기억이 남는다. 특히 작은 공동체일수록 그렇다.
그런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활동을 두고 "길게 했다”고 말한다면 시민은 묻게 된다.
정말 그곳 사람들을 만난 것인가.
아니면 충광농원이라는 이름만 다녀온 것인가.
정치는 결국 언어의 책임이다.
한 단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민은 진심을 읽는다.
최민호 후보가 '충광농원'을 토론의 소재로 삼은 것은 가장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알리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10년전에 이곳에 들려 시장이 되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그는 지켰다.
그리고 손을 잡고 악수하고, 간담회를 하고 1박2일을 했다.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악취속에 일행에게 마스크를 벗자고 했다.
이 분들은 평생 맡는 악취를 우리는 하루 저녁도 못 맡느냐며 벗은 마스크였다.
학교를 다녀왔다는 말은 공부를 하고 왔다는 뜻이다.
'충광농원'을 다녀왔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최민호 후보의 '충광농원'은 한센인이라는 가장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본질적 배려와 짠한 마음이 숨어있는 농원이었다.
그러나 조상호 후보가 다녀온 충광농원은 '충광'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있는 어느 농장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다른 뜻의 '충광농원'을 말하며 '다녀왔다'라는 다른 뜻의 말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최민호 후보가 '충광농원에 다녀왔냐'고 묻는 말에 조상호 후보가 '충광농원에 여러번 다녀왔다'는 답변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일까?
'충광농원'은 도대체 어느 곳인가?//
출처 : 굿뉴스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