懷 抱 (품을 회 / 안을 포)
- 쌓인 懷抱를 풀려면 가을밤이 짧게 느껴지리니-
아무리 통신수단이 발달해도, 얼굴을 마주 대하며 정담을 나누는 느낌만은 대신할 수 없는 법이다. 하물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그리움만 차곡히 쌓아온 사람들끼리의 懷抱를 어찌 편지나 전화로 대신할 수 있으랴.
懷抱를 풀 때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가 곧 懷이다. 懷의 古字(고자)인 (심방변뺀자)는 '눈물젖은 얼굴을 옷깃으로 가리며 그리워하는 것'을 나타낸다. 후에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감안하여 心을 붙인 것이다. 高麗(고려)의 遺臣(유신)들이 옛 왕조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를 懷古歌(회고가)라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용례이다. 懷抱나 懷鄕(회향)의 懷도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었다. 懷의 일반적인 뜻은 '마음, 또는 품에 품다'인데, 感懷(감회) 懷疑(회의)의 懷가 그러하다. 이밖에 懷孕(회잉)에서와 같이 '아이를 배다'는 뜻으로, 懷柔(회유)에서와 같이 '어루만져 달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抱는 '싸다'는 뜻의 包에 手를 더하여 손으로 감싸안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다. 대개는 '껴안다' '품에 품다'는 뜻으로 쓰인다. 抱擁(포옹) 抱負(포부)의 抱가 그러하다. "懷抱를 풀다" "抱負를 품다"라는 표현은 '감싸안는다'고 하는 抱의 뜻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간혹 '둘러싸다'는 뜻의 包圍를 抱圍라고도 쓰는 것은 包와 抱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丹抱(단포)에서의 抱는 '마음, 생각'이라는 뜻이며, 나무를 잴 때에는 두 팔을 벌려 안는 정도의 둘레를 抱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