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목록 -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b-book.co.kr)
지금도 철공소에는
표성배
골목을 돌아서니
또, 골목이다 한정 없이 캄캄한
1979년 열다섯 살 키가 다 자라기도 전에
나는 철공소에 취직했다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턱이 없는
빡빡머리 시다들 올망졸망
악다구니 속에서 기술을 익히려 애썼다
좀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공장으로 옮기는 게
유일한 목표였던 철공소,
1981년 형들이 어깨를 두드려 주어
야간 고등공민학교에 입학했다
선생님들이 교과서 내용도
잘 가르쳐 주었지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도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형들과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교과서 안 공부보다
교과서 밖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그러자 멀리 있는 별들이 점차 가깝게 보였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전태일이 분신까지 했다는데
목숨까지 바쳤다는데
그의 목소리가 이리도 생생하게 들리는데
지금도 철공소에는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이다
표성배는 15세 소년공으로 출발하여 정년이 내일모레인 현재까지 공장 노동을 하며 시를 쓰는 시인이다. 이번 신작 시집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는 그의 11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 역시 핍진한 노동 체험이 감동 짙게 묻어난 시들로 빼곡하다. 55편의 시를 4부에 엮었다.
표성배 시인은 줄곧 자신의 노동 체험을 바탕으로 시 쓰기를 해왔는데, 이 시집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 <당신이 전태일입니다>에서 보듯이 ‘전태일’이라는 한국 현대사에서의 상징적인 인물을 매개로 하여 오늘날 노동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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