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의 쇼핑 중독

[애지사랑]

쇼핑 중독

이순희

강남에 좀 있다 하는 사람들 중엔

피도 세척해서 사용한단다

피를 뽑아서 불순물을 제거하고서

다시 몸속에 집어넣는다고 한다

늙지도 병들지도 않고

젊게 살고 싶은 것은 본능의 부추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인공장기 쇼핑몰이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신약 개발은 구식이 되고

병들고 낡은 장기를

새것으로 갈아 치우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어느 기관에서 가상으로

인공장기 쇼핑몰을 열었다고 한다

인체의 전체 장기를 인공장기로 갈아 끼우는 데

8억 3천만 원이 든다고 했다

순간 내 눈도 빛이 났다

그 쇼핑몰의 고객이 될 거라는 확신으로

심 봉사가 앞뒤 안 가리고

공양미 삼백 석에 딸 팔아먹듯

무조건이다 본능적이다

헌데 인공장기에 담긴 정신은 제정신일까

지난 20세기 초만 해도 지구상의 인구는 20억 정도였지만, 오늘날의 인구는 70억을 넘어섰고, 불과 100여년 만에 50억 이상의 인구 숫자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는 식량자원의 확보와 생명공학의 발전, 그리고 이제는 그 옛날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전쟁 때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만, 그러나 이제는 인류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령화라는 재앙’이 나타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옛날에는 장수가 미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장수가 악덕이 되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이 세상을 다 살아버린 산송장들이 그 모든 부와 천연자원을 다 고갈시킨다는 것을 뜻하고, 오래 산다는 것은 ‘부자유친의 관계’는 물론, 그 모든 인간 관계를 다 파괴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어느 아들도, 어느 딸들도, 어느 손자와 손녀의 친구들도 80세, 90세, 100세의 산송장들을 모시고 싶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꾸로, 이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은 ‘인연의 끈’을 끊어버리고 싶어 한다.

호랑이와 곰에게 최신식 자동소총을 들려주면 무조건 종의 균형의 차원에서 5~60억 명의 인간들을 쏴 죽일 것이고, 만일, 인간이라는 탈을 쓴 도살자와 포식자와 생태교란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조리 사라져가 준다면, 전세계의 동식물들이 수천 년 동안 최고급의 잔치축제를 열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탐욕을 버리고 제정신을 차릴 때도 되었고, 이제 흥분을 멈추고 이성을 회복할 때도 되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최고의 악덕이 되고, 빨리 죽는다는 것은 최고의 미덕이 된다. 60 전후, 늦어도 70 전후에 죽는다는 것은 모든 자식들을 다 효자로 만들고, 이 우주와 지구촌 전체를 더욱더 젊고 푸르게 만드는 것이다. 도대체 생식의 권리와 노동의 권리를 다 상실하고,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종의 임무’가 다 끝난 사람들이, 왜, 무엇 때문에 그처럼 더럽고 추한 얼굴로 생떼를 쓰며, 이상기온현상과 생태계의 교란과 청년실업이라는 대재앙들을 다 연출해내고 있단 말인가?

젊은 피도 필요 없고, 줄기세포도 필요 없다. 인공장기도 필요없고, 산소호흡기도 필요없다. 신약도 필요없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다는 감언이설도 필요없다. 노인수당도, 요양병원도, 의사도 필요없고, 간호사도, 간병인도, 손자와 손녀도 필요없다. 달나라도, 별나라도 필요없고, 우리 70세 이상의 늙은이들에게는 아름답고 깨끗한 죽음, 더 이상 더럽고 추한 삶이 아닌, 전인류의 본보기로서의 죽음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생명공학자들도 더 이상 수명 연장의 약과 인공장기를 개발해서도 안 되고, 모든 제약회사들도 더 이상 수명 연장의 약을 팔아서도 안 된다.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도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영양제 주사를 놓아서는 안 되고, 산소호흡기를 부착해서는 안 된다. 오래 산다는 것은 전인류의 수치이고 재앙이며, 모든 국가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이 세상의 삶과 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노인들도 아름답고 깨끗하게 죽을 권리가 있고, 우리 노인들도 더 이상 ‘실버산업의 황금암탉’이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공양미 삼백 석에 딸을 팔아먹은 심 봉사도 아니고, 또한, 우리는 인공장기를 달고 비아그라를 먹으며, 젊은 처녀를 사냥하는 호색한도 아니다.

빨리 죽는 것은 애국하는 것이며, 모든 자식들을 다 효자로 만들고, 이 지구촌을 더욱더 맑고 푸르게 가꾸는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수난사이며, 자식과 이웃과 친지들의 수난사이며, 오래 산다는 것은 전체 인류와 모든 동식물들과 우주의 수난사이다.

오래 산다는 것, 즉, 장수는 ‘악덕 중의 악덕’이며, 더없이 더럽고 추한 암적인 종양이다.

“죽자, 죽자, 빨리 죽자.”

이처럼 더욱더 신속하고 빠르게 죽어 줄 때만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하루바삐 ‘인간 수명제’를 실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