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15
공동체를 살리는 길
견고한 여리고성을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함락시킨 이스라엘의 다음 목표는 아이라는 성이었습니다. 아이성은 여리고성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성을 정탐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우리가 모두 올라갈 필요도 없고 이 삼 천명만 가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그 말대로 삼 천명 정도만 가서 싸웠습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비탈길에서 정신 없이 내리 달려 도망치는 참패를 맛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36명이 전사했습니다.
이 전쟁에서의 참패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실패였습니다. 그 결과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되었다고 5절에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요단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가나안 땅에 발을 딛었을 때에는 가나안 족속들의 마음이 녹았었습니다(5:1). 그런데 이제는 아이성 전투의 패배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녹아버렸습니다.
여호수아의 낙심은 더욱 큰 것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옷을 찢으며 탄식했습니다. 여호수아는 장로들과 함께 해가 저물 때까지 여호와의 궤 앞에서 티끌을 머리에 뿌리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여호수아와 백성들에게 있어서 아이성 전투의 참패는 한 번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부재(不在)에 대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함께 하시던 하나님께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여리고성 전투에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때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성 전투에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도와 친히 싸우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홍해를 건널 때는 앞서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광야에서도 그들의 장막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요단강을 건널 때도 함께 하셨고 여리고성 전투에서도 이스라엘을 친히 지휘하시는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성 전투에서 갑자기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가던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엄마의 손을 놓고 앞장서 가다가 문득 뒤를 보니 뒤따라오는 줄 알았던 엄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감과 만족으로 가득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두려움과 당혹감으로 뒤덮였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키가 한없이 커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들은 참패했습니다. 그리고 절망했습니다. 이제 약속의 땅 가나안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외쳤습니다.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어찌하여 이 백성을 인도하여 요단을 건너게 하시고 우리를 아모리 사람의 손에 붙여 멸망시키려 하셨나이까 우리가 요단 저편을 족하게 여겨 거하였더라면 좋을 뻔하였나이다"
약속의 땅을 얻기 위한 전쟁에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약속의 땅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 이 마당에 어떻게 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약속의 땅을 포기한 언약의 백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한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에 대한 신념을 상실하였고 약속의 땅에 대한 신념의 상실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존재의 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포기한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에 관심이 없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가 영적 구원과 역사적 구원을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 구원의 실재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회와 교인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교회와 교인으로서의 존재의미를 포기 또는 상실한 사람들입니다. 이와 같은 존재의 위기와 상실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영적 싸움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현존, 역사와 인생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체험이 없는 이유는 아간과 같은 영적 전쟁의 전범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본문에서 아간이라는 사람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의 결론을 아간이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으로 마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호수아 7장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는 아간이라는 나쁜 사람 때문에 이스라엘 공동체에 위기가 왔다 라는 것입니다. 거룩한 영적 전쟁의 와중에도 하나님의 것을 자기 것으로 챙기는 부끄러운 인간이 있고, 바로 이런 인간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위기를 겪고 다른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세상의 물질에 대한 집착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정보다 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 않습니다.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린 사람보다는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사람이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간이라는 사람에 의해 공동체에 위기가 왔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간의 탐욕으로 위기에 놓인 공동체가 어떻게 다시 회복될 수 있느냐 라는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다시 살리는 길을 찾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 있는 여호수아의 믿음을 보시고 공동체가 다시 사는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여호수아의 놀라운 믿음은 8절과 9절의 기도 중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여 이스라엘이 그 대적 앞에서 돌아섰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가나안 사람과 이 땅 모든 거민이 이를 듣고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 이름을 세상에서 끊으리니 주의 크신 이름을 위하여 어떻게 하시려나이까?"
이 기도에 나타난 믿음의 중심은 하나님의 영광이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재를 뿌리고 여호와의 궤 앞에 종일 엎드려 있었던 이유는 패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7절의 원망 투의 기도도 실은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워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이름이 더럽혀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워진 것이 여호수아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생각하는 믿음이 이 기도의 핵심이었습니다.
영적 전쟁에 있어서 하나님의 부재도, 공동체의 위기도 이러한 믿음으로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영적 전쟁에서 우리의 체면이나, 우리의 명성이나, 우리의 사상이나,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 싸운다면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나아간다면 수 천명의 아간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일어나라 어찌하여 이렇게 엎드렸느냐"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기도하던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일어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스라엘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으로 그들 앞에 섰습니다.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친히 가르쳐 주시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직접 지시하셨습니다. 범죄한 자, 하나님 나라보다 물질을 사랑한 자, 이기심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더럽힌 자를 공동체에서 제하여 버리고 성결을 회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 싸움에서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해 불안하고 낙심할 때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체에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군중들 가운데에서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세상이 너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청년들이 홍역처럼 치러야 하는 생활 위기(life crisis)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성이 황폐해지는 것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개인의 영혼에 위기가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 나라, 하나님의 영광이 온전히 드러나는 세상, 하나님의 영광으로 찬란한 우주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아멘
출처: 은혜목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