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객엔 행복, 상가에는 번영의 燈 밝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지난 7일 밤 10시. 제주중앙지하상가 점주들도 하나 둘, 하루 일을 마감하는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 속에 하루가 힘들 법도 하지만 7일부터 10일까지 지하상가 점주들에게 퇴근이 없다. 부처님오신날(5월 6일)을 맞아 손수 만든 연등을 지하상가 360여개 점포마다 연등을 달기 위해 늦은 새벽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피곤하지만 이들에게 웃음이 피어나는 것은 하루 2~3천명의 손님과 관광객들이 호응이 좋기 때문이다.
300여개의 등을 지하상가 직원들과 점주들이 지난달 21일부터 20여일동안 틈틈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타 종교 점주들도 연등에 꼬리표를 달아 가게가 번창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등 종교를 떠나 문화축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돼 있었다.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윤상원 지하상가 시설이사는 “지하상가에는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1만 6천여 명에 이르고 최근 들어서는 중국인을 비롯해 동남아 등 불교문화권 관광객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지하상가가 단지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를 넘어서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이사는 “384개 점포 가운데 360여개의 점포가 연등을 내걸고 이유는 부처님오신날을 종교를 떠나 우리의 축제로 만들어 나가는 점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중앙지하상가는 지난 2007년 첫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등을 내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낯설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관광객들이 연등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호응이 더 높아졌다. 점주들이 늦은 새벽까지 피곤함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제주중앙지하상가 지난 2007년부터 연등 축제10일 점등식, 5월 6일까지 한달 여 간 불 밝혀지하상가 점주들은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한 점주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 등이 몰려들고 있는데 관광객들의 관문인 공항이나 부두를 비롯해 관공서에서는 이 같은 노력들이 부족한 것 같다”며 “종교색을 배재하고 우리의 축제로 만들어 나갈 때 진정 우리의 것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도 상가에서는 한지로 배접한 전통 팔각등을 비롯해 매년 재활용 하는 장엄탑인 다보탑은 검은 계열에 색지를 배접해 다시 태어났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장엄물로 지하상가를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양 제주중앙지하상가 이사장은 “연말에 크리스마스날 트리를 밝히는데 부처님오신날이라고 연등을 못 밝힐 이유가 없었다”며 “단지 타 종교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종교색을 최대한 배제할 뿐 성인의 탄생을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고자 했다”고 지하상가에 연등을 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양 이사장은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인들과 쇼핑객들의 마음의 행복을 안겨드리고자 연등을 매년 밝히고 있다”며 “부처님의 가피가 널리 퍼져 모든 이들이 행복의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