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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에서 바라본 천왕봉 모습>
* 지리산 둘레길 #09 덕산(사리) - 상촌(위태)
* 10.3Km / 누적거리 116.2Km
* 2012.12.16. 일요일 / 3시간 30분 소요
* 시천면 사리마을(덕산) → 덕산소재지 → 천평교 → 곶감 경매장 → 중태마을 → 유점마을 → 갈티재 → 하동군 옥종면 상촌(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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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교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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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로사리오를 바친다. 길동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서 거행하는 내밀한 의식은 내게 평화를 준다. 묵주기도 10단을 바치고 나니 창밖이 훤해 온다. 둘이서 함께 행장을 차리고 밖에 나서니 아침 안개 자욱하다. 차를 달려 남사를 지나 중산리 방향으로 달리다가 4차선 다리로 들어서기 전에 우측으로 빠진다. 사리 도착. 오늘 일정 둘레길 9코스를 시작한다. 산천재에 들러 안개 속에서 남명 조식 선생을 일별하고 덕산 소재지를 향해 걷는다. 춥다. 일기예보만 믿고 복장을 소홀히 했다. 목에 두른 머플러를 풀어 마스크 대용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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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에서 유점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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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변을 따라 중태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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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소재지를 걷는다. 농협을 지나 원리교를 건넌다. 곧 이어 왼쪽으로 천평교를 건너 중태로 가는 길에서 우린 길을 잃었다. 길을 나서면서 둘레길 팜플릿을 차 안에 두고 말았다. 천평 표지판을 보고 곧장 갈까, 왼쪽 마을로 들어설까 망설인다. 마을 끝 공터에서 천평 표지판이 자꾸 마음에 걸려 우린 하우스를 헤치고 천평 마을까지 가고 말았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길을 물어볼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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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감나무 농장, 흑백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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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길까!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개 속에서 어리짐작으로 길을 더듬어 간신히 덕천강변에서 둘레길을 찾아냈다. 중태 마을 가는 길! 그 반가움. 그 때 만난 둘레길 표지목에 찍힌 빨간 세모 방향표지. 우리는 갈 길을 잃고 서로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단번에 벗어난다. 다시 밝은 얼굴로 안개 덮힌 강변길을 걷는다. 안개 속을 걸어가는 한 여자와 꽤 멀리 떨어져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걸어가는 남자가 있는 풍경. 겨울 아침 지리산 둘레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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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점 가는 길>
중태마을이 가까워진다. 왼쪽으로 감나무 밭에 무더기로 버려진 감홍시들. 아직도 감나무에 매달려 이색적인 겨울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주황 빛 감홍시들이 우리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아깝다! 아깝다!를 연발하며 길을 가는 길동무. 감 껍질들이 무더기로 감나무 밭 여기저기에 쌓여 있다. 곶감의 고장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겠다. 중태마을 도착. 안내소는 동절기라는 이유로 잠겨 있다. 마을 앞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 그 나무 잔가지들이 안개 속에서 기묘한 조형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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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감나무>
유점 가는 호젓한 길. 좁은 계곡을 따라 걷는다. 길동무와 나 둘 뿐이다. 계곡 이쪽저쪽으로 모두가 감나무다. 이른 서리 탓에 곶감 재료로 쓰이지 못하고 홍시로 나무에 매달린 채 겨울을 나고 있는 열매들. 겨울을 나는 새들은 참 풍성하고도 즐겁겠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 오른다. 유점 도착. 길옆 민가 마당에서 노인 두 분이 김장 채비를 하고 있다. 깊은 산골 마을의 겨울 배추 포기들! 싱그럽다. 포도 단식으로 건강을 되찾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민 한 분과 길동무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 후 인연이 되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한다. 부군은 목사님인데 호주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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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점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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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티재에 올라선다. 산청과 하동의 경계다. 내리막길을 조금 걷다보니 전망이 확 트인다. 저 멀리 멋진 경치의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이 멋지다. 무슨 산일까? 먼 산기슭 아래 여기저기 대숲들이 겨울 오후 맑고 시린 햇빛에 빛나고 있다. 호수 위의 은빛 잔물결처럼 빛을 뿜어내는 곳도 있다. 훌륭한 풍경화 한 폭이다. 조그만 둠벙이 나타난다. 연못이다. 근처 공터는 쉬어갈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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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길>
길동무가 풍경에 취해 또 거꾸로 선다. 명상 자세로 폼을 잡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 오빠를 따라 사랑방에 나다니며 물구나무로 박수갈채를 받아왔다는 저 친구. 틈만 나면 거꾸로 서서 세상을 보는 길동무. 어쩌면 그래서 저 친구는 나보다 더 낙천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모태에서 열 달 동안 거꾸로 지내온 인간이 세상 밖으로 나와 무거운 머리를 이고 직립으로 살아야 했으니 구조적, 기능적으로 얼마나 부자연스러웠겠는가! 길동무의 안정된 거꾸로 서기가 부럽다. 요가 수련을 통해 나도 서툴게나마 물구나무를 설 수는 있다. 내가 거꾸로 서서 바라본 세상은 신비롭지만 불안하고 어지러웠다. 나는 아직 당당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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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서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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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기>
오늘의 목적지 상촌(위태)에 도착한다. 들고나는 버스는 우리가 유점마을에서 대화로 보낸 시간, 연못 둑에서 요가로 해찰한 시간차로 떠나버리고 없었다. 우린 택시를 불러 사리까지 이동한다. 사리에서 차를 몰아 덕산 면소재지로 간다. 아침엔 안개 속에서 그냥 걸어가기만 했던 그 길에서 우린 운 좋게도 천왕봉을 만난다. 아! 저 천황봉을 두고 우리는 비~잉 돌아 100Km를 넘게 걸었구나! 앞으로도 150Km는 더 걸아야 한다. 저렇게 활짝 개방된 천왕봉 모습은 처음 본다.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높은 산! 1915m. 젊은 시절 저 영봉을 향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시간을 투여했던가! 내 젊은 날의 푸르렀던 열정과 기억들을 만난 듯 반갑다. 길동무도 내 감성에 전염되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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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이 있는 천왕봉 풍경>
아침에 봐두었던 덕산의 어느 식당으로 들어간다.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길동무가 좋아하는 아구찜을 먹어야만 한다. 그녀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식당도 직접 선택한 길동무. 중간 매운맛의 아구찜이 맛있다. 나에게는 그도 매웠지만. 우린 그 맛을 둘레꾼들에게 소개하자고 입을 모은다. 두 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생일 파티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미역국에 케익까지 기어이 먹어냈다. 배부르고 즐거운 날이다. 순전히 지리산 둘레길 8코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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