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전시가 있었고, 총 출품된 50작품중 20여 작품만 2회로 나눠 소개하겠습니다.
박성은. 연
이번 전시회는 거의 현장스케치한 작품들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러 다니고 있는데요.... 현장그림들은 작업실 그림과는 달리 자연에 나가 직접 보고 느낀 그림들이어서 현장감과 생동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게 특징입니다. 이 연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8,9월 쨍쨍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에 온몸을 내맡기고 그렸을 겁니다. 특히 저런 구도는 그늘이 없는 곳에서만 나오는 신의 구도랍니다. 현장에서 좋은 구도를 위해 몸을 버릴것인가, 그늘찾아 몸을 사리면서 대충 그릴것인가...현장작가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이지요. 어두운 심연을 뚫고 찬란한 꽃을 피워올린 연분홍빛 연꽃이 현장그림의 백미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 작열하는 태양볕아래에서 고군분투했을 작가의 숨은 노고가 보이네요.
김종선. 장미축제
지난해 6월 올림픽공원내 장미정원으로 현장스케치갔었는데, 바로 그 작품이로군요. 너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선 그림이 잘 안그려지는데요... 그게 바로 자연의 힘입니다.
신의 작품을 인간이 능가할 순 없거든요. 그럴땐 대충 현장 분위기만 내면서 근경이나 포인트만 살짝 표현해주는 기법을 쓰는데요...이 풍경이 그런 기법으로 표현된 작품이네요. 그렇게 풀어낸 장미정원...근사하군요.
김인숙. 소녀의 꿈
수국의 꽃말이 변덕과 진심이라는데요... 제목이 소녀의 꿈인걸 보니 수국의 꽃말을 표현한 것 같으네요. 순결한 소녀의 이미지로 하얀 수국만큼 적합한 이미지가 있을까요? 소녀들의 변덕스러움마저도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하나 하나 작은 꽃잎들이 모여 큰 꽃무리를 이루는 수국이 피는 계절엔 우린 부지런히 화구챙겨들고 길을 나섭니다. 수채화 특유의 맑고 빛나는 하얀수국이 액자안에서 무척이나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김성남. 용인 사암리 하경
한국일요화가회 부회장 김성남씨의 작품 사암리 하경은 용인 테마파크내 조성돼 있는 양귀비 꽃들을
근경으로 한 이른 여름풍경이다.
스승이신 고 윤재우 화백의 표현주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 과감한 색과 거침없는 선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올해 인사동 단성갤러리에서 진행된 개인전을 화단의 관심과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끝낸바 있다. 목우회 특선 등 많은 공모전 수상경력으로 공직과 화가의 길을 병행하고 있는 김성남작가의 개성있는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도 주목받을지 기대되고 있다.(전시가이드 12월호)
이 작가는 풍경이든 정물이든 현장과 생물만 고집하며 그리는...순간의 현장감과 감성에 주력하며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림에서 꽃이 저렇게 가득하게 피었다면 ...또 보라색과 붉은꽃들이라면 5월의 창포와 양귀비꽃일테고...각 꽃들의 포지션이나 하늘의 구름조차 똑같은겁니다. 너무 정직한게 흠이지요 ^^;;
그렇지만 선의 움직임이 유려하고 색감이 화려해서 특히나 현장감이 생생하네요.
김동춘. 가을빛 머문자리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산과 호수를 낀 저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의 작은 길과 그 길위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는 울긋 불긋 단풍든 나무들이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1시간만 벗어나도 아직 저 작고 예쁜 풍경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길가에 드리운 그림자때문에 가을빛이 화사하게 느껴집니다. 작가의 재치가 작품에서 엿보이네요.
김동선. 장미공원
올림픽 공원내 장미정원을 현장스케치로 그려낸 작품으로, 서울 도심 공원에서 화려한 자태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있는 장미의 매력을 중간색조의 안정된 감각으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사업을 하면서도 그림이라는 두가지 길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는 현재 한국 일요화가회 부회장과 사무국장이라는 두가지 중책을 맡아 회를 위해 헌신과 노력을 다하고 있어 회가 활성화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시가이드 12월호)
장미 공원 뒤에서 저 잘난 듯이 우뚝 서있는 빌딩들과 공원조성에 한몫담당한 조형물이....그만 장미를 만나 그 존재감이 사그라들고 있군요. 하필 저 장미 뒤에서 뽐낼건 또 뭐랍니까...
세상 모든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한데 섞어야 나올 수 있는 문양과 색이...바로 장미인것을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장미의 조형성과 부드러운 색감이 유독 돋보이는 그림이군요.
김길하. 봄의 향연
흰 모란꽃들이 붉은 배경안에서 만개한 작품....아주 강렬하네요. 개인적으로 붉은 모란보다 흰 모란을 더 선호해서 저도 현장에선 흰 모란만 찾아 다니거든요. 하나 하나 큰 꽃잎들이 겹겹이 피어있음에도 각자 개성있게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고집스런 꽃이지만, 햇빛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처럼 눈이 부신 근사한 꽃입니다.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는 꽃술조차 황금빛으로...햇빛에 가장 황홀하게 반응하는 꽃이 아닐까... 그래서 제가 봄만되면 눈을 부릅뜨고 요넘들을 찾아댕기거든요.
그러함에도....이렇게 눈부시게 무리지어 아무리 활짝 피어있어도... 저 휘어지고 꺽어지고, 겹쳐있는 꽃잎들을 한 호흡에 담아 유려하고 노련하게 캔버스에 담아내지 못하면....공연한 헛수고에 불과한 거지요, 저도 아주 오랜세월 저 놈들을 붙잡으려 현장에서 고생한걸 생각하면 때론 울컥 복받치는게 많답니다. 그래서 저 근사한 모란 뒤에 숨어있는 작가의 오랜 세월과 흔적이 제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작품입니다. 저래뵈도 호락 호락하지 않은 넘이예요 ^^
김거민. 길
저는 이 그림에서 삶의 질곡이 느껴집니다. 왼쪽의 큰 건물들과 저 너머 바닷가 어딘가로 끝없이 이어진 길... 인간의 욕망으로 가득찬 건물은 어두운데, 자연에 다다를 수록 빛이 머물며 환해집니다. 길을 따라 허리굽은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한채 힘겹게 그곳을 향해 느릿 느릿 걸어가고 있네요....우리네 인생을 이 한 장면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평생을 욕망속에 갇혀 허우적 거리다 뒤늦게 깨닫게 되는 진실...이 그림은 우리의 삶에서 말하고 싶지 않은...하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 욕망과 진실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숙이. 녹색축제
싱그러운 녹색의 계절인 여름을 나무의 형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과감한 생략과 강한 색감으로 보색대비효과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매주 일요일 현장 스케치를 통해 체득된 생동감과 무르익은 터치감으로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화풍으로 개인전과 아트페어 참가등으로 화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12월호 전시가이드)
나무의 녹색화음으로 계절의 싱그러움을 표현한 그림이군요.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에 다다를때인데요.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색은 바로 녹색입니다. 겨우내 언땅이 열리고 신록의 축제가 시작되면 잠든 영혼들이 깨어나지요. 한그루의 나무와 집만으로도 축제를 엮어내는 작가의 탁월한 연출 솜씨가 돋보이는 그림입니다.
허경희.
모처럼 한국화가 보입니다. 전 서양화를 하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 풍경은 한국화와 더 궁합이 맞는것 같습니다. 한국화의 단백함으로 표현된 저 산봉우리가 더 깊이감이 느껴지거든요...
저런 심신유곡에도 어김없이 작은 산길이 있기마련입니다.
걸을때 다리가 후둘거리지 않도록 붉고 하얀 작은 꽃들이 길가에 가득 피어있네요. 저 길을 걸으며 저 꽃들의 정겨운 응원을 받고 싶습니다.
김원중. 꽃바람
어느 봄날 남산 벚꽃을 현장 스케치로 그려낸 작품으로, 바람부는 날 만발한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서 꽃비가 내리는 순간을 빠른 시간에 잡아낸 작품이다.
꽃사이로 흐르는 바람결과 흔들리며 허공에 부유하는 꽃잎들이 환상적인 화음을 이루며 노래하는 봄날의 현장이 생생히 살아있는 작품으로, 변호사라는 직업과 화가라는 삶의 이중주를 그림에서 처럼 환상적으로 잘 조합해 병행하고 있으며, 거친 필력을 잔 붓터치로 빠르게 쳐내는 독특한 화풍이 20여년이 넘는 그림경력을 대변해주고 있다. (12월호 전시가이드)
봄날, 벚꽃이 휘날리며 바람과 교감을 하는 장면입니다. 봄이면 남산이나 근교로 벚꽃을 찾아다니는데, 봄이면 우리가 꼭 그려야할 목록 젤 첫 번째에 위치하고 있지요. 이 그림은 서울에서 젤 아름답다는 남산벚꽃현장을 그린 것으로, 지난해 봄에 갔을 때 비와 바람 때문에 예술의 전당 처마밑에서 몸을 움츠리며 제대로 그리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 왔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그날의 현장을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했군요.
벚꽃은 바람에 특히 가장 잘 반응하는 꽃으로, 하얗게 만개한 벚꽃잎들이 바람결에 맞춰 춤을 추며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라는 꽃비를 뿌려주는 현장인데...놓치지 않고 삽시간에 환상적으로 포착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네요.
박주경. 프리티우면
아름다움은 여자만의 전유물입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여성들....패션과 유혹적인 포즈로 시선을 받고 사는 여자들... 거리는 여자들의 아름다운 전쟁터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틀즈의 도시인을 그리며...비틀즈도 예술이 되는데...
아름다운 여자들을 모른척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다시 여자라는 유혹의 테마로 빠져든 이유입니다.
그런데, 모두 어딘가 닮았어요..혹, .제 사진첩들의 사진....일리가요 ㅡ,,ㅡ
세계의 여성들...피부색을 지워내고 얼굴을 지워보니 아름다움은 결국 당당한 포즈, 자신만만한 태도에 있는것 같네요.
** 제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첫댓글 오랜 정적을 깨고 심연님이 그림 읽어주기로 문을 열어주셨네요.
<책읽어 주는 라디오> 라는 라디오 프로가 있던데, <박주경의 그림읽기> 같은거 한번 만들어 보시면?
그림속에 사는 심연이사님이니 이런 글이 나온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 열정이 올해도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주경씨 어쩜 그리 글을 잘쓰시나요 우리 홈피 공간을 좋은글로 더많이 체워 주세요 내가 못하는 부분을 체워 주시는 그대 존경합니다ㅡ
심연선생님 의 휼륭한 작품평론 재미있게 잘읽고갑니다.
오랫만에 글을 올렸는데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하네요. 제 블로그에 주절거린 글이라 전문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평론 등 다른 글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현장분위기나 작가의 마음까지...제가 더 잘 알고 있기에 써본거예요.
전시장에 걸려있던 모든 화우 그림들을 다 써보고 싶었는데...잘 안 읽혀지는 그림도 있고 절 거부(^^;;)하는 그림도
있더라구요, 어떤 그림은 화면에 띄워놓고 한시간을 바라봤는데도 한문장도 쓸 수 없던 그림도 있는데...그나마 저와 찰떡 궁합처럼 호흡이 잘 맞아 막힘없이 술술 풀리는 그림 위주로 쓴거구요...제가 좀더 감성과 식견을 쌓고나면 좀더 많은 그림을 쓸 수 있을거예요^^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재미있는 평론이 올려 있네요~내그림(장미 축제)에도 잊지 않고 올려 주었네용! 감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