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된 에이즈 고아 히스토리! “나를 훈련시키는 하나님을 찬양하자!”
에이즈 고아 툴라씨와 샤산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는 11월 11일에 카다파디스트릭의 P타운의 P상가의 P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일주일 전에 샨띠홈의 맏이인 벵까에게 P레스토랑에 예약하라고 부탁하였던 까닭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에 P목사님을 픽업하기 위해 P타운교회에 들렸는데 뜻밖에 벵까와 수바가 교회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야할 아이들이 그곳에 있는 것이 이상하여 차를 멈추었다.
“헬로 벵까! 헬로 수바! 만나서 반갑다. 그런데 너희들이 여기에 웬일이니? 다른 친구들은 다 식당에 모였니?”
“헬로 선생님! 선생님을 다시 보니 너무 기뻐요. 그런데 선생님, 우리가 그 식당에 예약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P목사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목사님께서 다른 곳으로 예약했다며 우리를 이곳으로 오라고 했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수바가 빠릿빠릿하게 대답을 하였다.
“어 그랬구나. 너희들이 그 식당에 예약을 못했구나.”
“저희들이 예약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저희들의 예약을 안 받아주었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P목사님께 연락을 드린 거지요.”
“안 받아 주었다고? 거참! 이상하다. 예약을 안 받아주다니. 알았어. 수고가 많았다.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잘 모이도록 해라.”
벵까와 수바를 입구에 남겨두고 안으로 들어가서 P목사님을 만났다. 그는 건축 중인 건물 안에서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목사님, 오늘도 통역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목사님께 레스토랑 예약을 부탁했다지요?”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지요. 글쎄, 그 때 우리가 모임을 가졌던 그 레스토랑 사람들이 아이들이 에이즈환자라는 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예약을 거부당했어요.”
“그랬군요! 그랬군요! 그럼 오늘 우리는 어디서 모이나요?”
“최근에 개업한 호텔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그 곳 로비에 가서 기다리라고 연락을 했어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쉬세요.”
아이들이 예약을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레스토랑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에이즈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받는 것이 꺼림칙할 것이었다. 속이 꼬이고 마음이 아팠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장차에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문제였다.
아무리 에이즈환자와 함께 숙식을 해도 혈액을 직접 수혈하지 않는 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머리로는 이해를 하여도 심리적으로는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이는 아이들이 일단 자기 숙소를 떠나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밥을 먹고 잠을 잘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P목사님은 통역을 위해 나와 세 차례 이미 동행을 하여서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계셨다. 그는 아이들이 쫓기지 않고 마음 편히 자유롭게 먹고 잘 수 있는 거점 숙소가 필요하다고 내게 강조하였다.
P목사님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샨띠홈의 건물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아이들을 위한 집을 다시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 호텔로비에는 14명의 샨띠홈 아이들이 동그마니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우탐과 강가 라주가 나오지 않았다. 일찍이 샨띠홈을 떠나간 아이들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우리는 생일을 맞이한 두 사람을 앞으로 세워 서로 축하해주고 축복기도를 하고 케이크를 커팅 하였다. 케이크를 함께 먹으며 정담을 나누고 그간에 쌓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맛있는 식사로 우리의 기분이 고양되었다. 모두들 좌우 옆 자리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창 꽃피우고 있을 때 나가르주나가 벌떡 일어나서 우리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나가르주나는 불교에서 온 이름으로 한국에서는 ‘용수’로 번역되고 있다. 그의 부모님들이 3세기 불교사상가로 유명한 나가르주나를 자기의 아들에게 붙여준 것을 보아서 그의 부모님들이 불교도였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나가르주나는 거침없이 자기가 세례를 받고 이름을 ‘샤이니(Shiny)’로 개명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으며 그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았으며 모든 것을 용서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기쁨이 너무 커서 자기가 당하고 있는 몸의 고통인 에이즈까지도 용서가 된다고 하였다. 에이즈를 주고 간 부모님도 자기를 학대한 사람들도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된다고 하였다. 앞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눈앞에서 그의 신앙고백을 들으며 기쁨으로 울었다.
에이즈 고아들에게 약은 없다. 물론 현상유지를 위한 약 처방은 있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의 병은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질풍노도의 삶으로 떨어지기 너무 쉽다. 삶의 방관자. 될 대로 되라는 체념으로 자기를 학대하며 모멸하다 죽어갈 거였다. 그들을 위한 처방은 오직 사랑뿐이다. 사랑만이 아이들을 구원할 수 있고 사랑만이 아이들을 성숙시켜서 에이즈 환자로 세상을 살면서도 삶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는 터였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체득하고 자기들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세상을 오히려 불쌍히 여기는 사랑의 경지로 성숙되길 기도하며 간구하였다. 그것만이 그 길만이 에이즈라는 천형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샨띠홈에서 어린 그들이 아침 6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찬송하고 저녁 8시 30분에 모여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 때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마감하게 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사랑의 주님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십여 년 세월 동안 누구의 입에서도 감사와 신앙고백, 사랑의 고백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십대 후반과 20대 초반인 아이들에게서 그런 신앙고백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절망하지 않고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나가르주나가 자발적으로 신앙고백을 하며 모든 것을 다 용서하며 이해할 수가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는 우리 샨띠홈의 초창기 멤버도 아니고 늦게 합류를 한 아이여서 더더욱 나의 마음이 울렁거렸다. 하나님의 사랑이 나의 직접적인 지도와 가르침을 받지 않은 나가르주나 심장에 부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신비하고 신묘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그 아이로 인하여 감격의 눈물을 자주 흘렸다.
나는 나가르주나를 더 알고 싶어서 수바에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청하였다. 수바가 곧 바로 그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울고 또 울었다. 너무 죄송해서 물고. 너무 고마워서 울고. 너무 슬퍼서 울고. 너무 아파서 울고. 문장 사이 속에 들어 있는 한 어린이의 고통과 고독이 우주의 무게만큼 무거웠다. 아래는 수바가 보낸 나가르주나의 히스토리이다.
안녕하세요. 맘!
나가르주나는 2002년에 라야초띠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벵까따 라마나이고 어머니는 벵까따 수밤마여요.
2006년에 그의 부모님이 에이즈로 연이어 돌아가셨어요.
당시 그는 4살이었는데 라야초띠 인근의 어린이 보호소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11년 동안 지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어요.
2017년, 그가 10학년 일 때 그곳의 보호소가 문을 닫게 되어 산띠홈으로 왔어요.
그곳을 관리하던 공무원이 샨띠홈을 소개해주어서 샨띠홈으로 오게 되었다고 해요.
맘!
그는 지금 넬로어디스트릭 나이두뻬따만달에 있는 라주빨렘의 그린테크 공장에서 기계공으로 일하고 있어요. 힘이 들 텐데 견딜 만하고 일할 수가 있어서 즐겁다고 해요.
그는 라주빨렘에 있는 마라나타교회에 다니고 있어요.
그는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였다고 해요. 그래서 세례학습을 하고 올 1월 1일에 세례를 받았어요. 그는 세례를 주신 목사님으로부터 ‘빛나라!’라는 의미를 가진 샤이니(Shiny)라는 세례명을 받았대요. 그는 지금 ‘빛나는’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어요.
맘!
그에게는 누나가 있어요. 눈이 먼 장님 누나가. 그는 세례를 받고 난 후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누나를 찾기로 하였어요. 십여 년 동안 그는 누나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를 전혀 모르고 지냈대요. 세례를 받고 난 후에 눈먼 누님이 떠올랐고 누나가 그리워서 찾기로 결심하였대요. 그리고 그는 누나를 찾기 위해 관공서에 문의를 하였어요. 누나가 아난다뿌르에 있는 맹인 보호시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 전에 찾아가서 누나를 만났대요. 그 뒤로 그는 공휴일에는 누나를 만나러 아난다뿌르에 간다고 해요.
맘!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에이즈 병을 물려받고 그 누님은 눈이 먼 것을 물려받았으니 참으로 슬픈 남매의 히스토리에요.
그러나 그는 자기가 살아 있고 누님이 살아 있어서 기쁘다고 해요.
이것이 나가르주나의 히스토리에요.
다음에는 제 히스토리를 적어 보낼게요.
그 후로 나가르주나였던 샤이니가 나의 텔레그램 속으로 들어왔다. 그는 간당한 영어 몇 마디로 안부를 묻는다. 그는 텔레그램 바탕에 기도하는 나의 사진을 깔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전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텔루구를 전혀 모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며칠 전에 샤이니가 영어와 텔루구로 쓴 카드 몇 장을 올렸다. 몇 번이고 읽으며 또 읽어보니 영어로 쓰인 카드 두 장이 겨우 이해가 되었다. 다음은 두 장을 정리한 것이다.
“크리스천 샤이니!”
“이 세상에 나를 보살피시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다. 아멘!”
“주일은 하나님께서 믿음의 사람들에게 주신 선물이다. 아멘!”
“세상 어떤 것도 기도하고 성경 읽는 나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아멘!”
“죽을 때까지 믿음으로 충실하게 살자. 아멘!”
“어느 누구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나의 성장을 막지 못할 것이다. 심장 안에 거룩한 성소가 있다. 아멘!”
“나와 함께 하시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라! 아멘!”
“나를 훈련시키는 하나님을 찬양하자. 아멘!”
20세 외로웠고 외롭고 외로운 청년의 피눈물 나는 신앙고백에 가슴이 떨린다.
눈 먼 누님을 찾은 그의 깨달음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신앙고백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에게 마음의 꽃다발을 보낸다. 그가 에이즈환자가 아니라면 한국으로 초대할 수도 있으련만 가슴만 아릿아릿 아프다. 그가 눈먼 누나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기를 빈다. 그가 우리 샨띠홈 공동체는 물론이고 에이즈 환자들의 영적인 지도자가 되길 빈다. 그가 믿음의 고백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빛 부신 사랑을 온 세상에 증언하게 되길 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성한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길 빈다.
주님! 주님께서 주신 우리의 인연이 이렇습니다!
이 귀한 아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품고 섬겨야할까요?
하나님, 문을 열어주세요. 길을 보여주세요.
2023년 12월 1일(금요일)자시
우담초라하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