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 황제는 청나라 세종(世宗)인데 재위 18년(1644~1661) 동안 만주와 중국까지 통일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서에는 재위 10년 만에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 시를 보면 18년 되는 해에 세속을 버리고 입산하여 스님이 된 것으로 되어 있다. 청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모두 불교를 돈독히 신앙하여 불사를 많이 이룩한 사실이 있다.
순치 황제가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순치 황제가 출가를 할 당시에는 중국에 총림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먹을 것이며 입을 것도 흔한데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싸안고 끙끙대며 살 필요가 있겠는가. '가사 입고 스님 노릇을 하는 것이 귀한 일이지 황금과 보석이 무엇이 그리 귀한가' 라는 물질과 재산과 명예에 초연한 모습이 보인다.
자신은 황제로서 나라 걱정, 백성 걱정하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는데 절에서의 한가한 반나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은 전생에 인도의 스님으로서 산길을 가다가 쉬고 있는데 들판에서 왕의 행차가 길게 늘어져 있고 풍악이 울리며 호위가 삼엄한 광경을 보고, '왕 의 노릇도 한번은 해볼 만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뒷날 황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출가시(出家詩)에서 당신은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천하의 명예와 이익을 좇아 상갓집 개가 되어 정신을 잃고 사는 승려들은 깊이 생각해 볼 글이다.
진정한 나란 누구인가. 모두들 '나다', '나다'라고 하지만 눈을 감으면 참나는 누구인가.
세속의 어떤 성공도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고래(古來)로 그 어떤 영웅호걸도 모두가 한 줌의 흙이 아닌가.
그리고 자식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식들은 다 자식들의 삶의 분(分)이 있다. 자식들 때문에 소나 말 노릇을 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태어나면 좋아하고 죽게 되면 슬퍼한다. 차라리 태어나지도 말고 죽지도 아니하면 기쁨도 슬픔도 없을 것을.
출가를 하고 나니 하루하루의 삶은 한가하고 깨끗하여 홍진 세상을 멀리 여의었다.
먹는 것은 소채뿐이요, 입는 것은 누더기다. 천하에 걸림 없는 나그네가 되어 가고 싶은 곳은 마음대로 간다.
이와 같은 출가의 복을 아무나 누릴 수 있겠는가.
세세생생 복을 지어야 하고 인연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삼대적선(三代積善)을 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18년 동안 너무나 부자유했다. 이제 나는 손 털고 산으로 간다. 더 이상 다시 무슨 근심 걱정이 있겠는가. 아,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