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해야 할 한국교회 위인들 [36]
권원호(權元浩, 1904-1944)②
1940년 9월 어느 주일에 권원호는 전도사로서 강원도 회양군 읍내리 예배당에서 ‘신사참배 문제’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습니다. 그는 신사참배는 손으로 만든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라 했고, 일본 경찰관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사참배를 요구하는 것은 곧 종교 방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신자들에게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끝까지 견디라고 했습니다. 그는 설교 중에 “가을이 되면 만물이 시드는 것과 같이 지금은 비상시국으로 우리 기독교 신도들은 수도 줄고 또 무거운 고통도 많지만, 이윽고 봄이 돌아와서 만물이 화려하게 되는 것처럼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일제 치하에서 기독교 신자들이 신사참배도 해야 했지만, 목회자들이 설교할 때 종말론적인 설교를 피해야 했습니다. 참고 견디면 언젠가 ‘평화의 시대’가 온다는 식으로 설교하기 어려운 때였습니다. 결국 1941년 일본 경찰은 권원호를 체포했습니다. 감옥에 갇혀 심문받는 상태에서도 그는 일본이 한반도를 통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만왕의 왕 예수님이 세계를 통치하고 계시며,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권원호는 치안유지법과 불경죄 혐의로 구속되었고, 1942년 1월 29일 치안유지법으로 2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1943년 11월에는 불경죄까지 추가되어 독방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아야 했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 상태가 되었습니다. 1944년 4월 13일 광복을 1년여 앞두고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는 비록 일제 치하에서 암흑과 같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 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를 고대하며 믿음을 지키다 순교했습니다.
<참고도서> 김재현, 『 한반도에 새겨진 십자가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