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용궁수퍼, 봉자카페, Books 잔잔하게
“지나가시다가 문 좀 열어주세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나에게 부탁했다.
얼마 전에 새로 생긴 묵호 보건소 옆 24 시간 무인 카페 여주인이 청소를 하다가, 가게 앞 의자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덤으로 나는 냉 아메리카노를 얻어 먹었다.
주인이 없는 카페는 의외로 잘 되는 것 같았다. 젊은 사람들이 새벽에 꽤 많았다.
손님이 나가면서 문을 닫고 가는 통에 가게가 더웠던 모양이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용궁수퍼는 과거 보영극장 건물 건너편에 있는 60 년 전통의 작은 가게이다. 도무지 손님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파는 거라고는 담배와 소주와 하드가 전부다. 아마 어쩌다 술 취한 인간들이 들어오는 것을 노리는 모양이다.
주인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끔 가게 앞에서 자신이 파는 소주를 주변 사람들과 마시는 것이 고작이다.
아마 저렇게 살다가 죽을 모양이다. 나이가 80 살은 넘은 것 같다.
내가 사는 원룸 옆 발한 우체국 건너편에 묵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책방 ‘잔잔하게’ 가 있다.
주인이 소설가 ‘김연수’이다.
글쓰는 인간들은 굳이 돈 안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일부러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글을 쓰기에 돈이 있으면 곤란하는 척 할지도.
맞는 말 같다. 건물주가 글을 쓴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혹시, 모르게 건물을 지어놓고 월세를 받으면서 글을 쓰는 인간이 있을 수도.
나는 달랐다. 우연하게 책을 한번 냈다가, 기겁을 했다. 돈은 아주 조금 벌었지만, 번거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화도 자주 오고, 신문에도 나고, 방송 섭외도 들어오고, 출판사에서 재판을 요구하기도 하고.
쥐꼬리 만큼 돈을 벌면서 거추장 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가이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글은 열심히 쓴다.
나는 돈 되는 것을 쫒아갔다. 어떻게 하면 쉽게 돈을 벌까 머리를 굴리면서 눈동자를 빠르게 돌렸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글쓰는 것 보다 돈 버는 재주가 더 있는 것 같다.
글도 잘 쓰지만 돈도 잘 벌었다.
역시 나는 삼류 작가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추석이 지나가고 있다. 거리는 다시 한산해 진다.
나는 한산하고 허무한 묵호의 거리가 좋다.
앞으로 묵호의 가게들을 하나 씩 소개할 작정이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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