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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덴부르크주 총리이자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의 사회민주당 최고 후보인 디트마어 보이트케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동부 포츠담의 사회민주당 선거 당사에서 1위가 예측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지지자들 앞에 섰다. 포츠담/AFP 연합뉴스
장석준 |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9월22일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가 있었다. 눈길은 온통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에 쏠렸다. 9월1일에 실시된 튀링겐과 작센 주의회 선거 결과 때문이었다. 튀링겐에서는 이 당이 32.8%를 얻어 기독교민주연합(23.6%)을 멀찍이 따돌리며 1위를 했고, 작센에서는 1위인 기독교민주연합(31.9%)을 불과 1% 차이로 뒤쫓으며(30.6%) 2위를 했다.
개표 결과, 브란덴부르크에서는 1위가 사회민주당(30.9%)에 돌아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2위를 기록한 ‘독일을 위한 대안’(29.2%)과 사회민주당의 표차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2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옛 동독지역에서는 30% 넘는 지지를 받는 강력한 수권정당임을 확인한 것이다. 히틀러 집권 두 달 전이었던 1932년 11월 총선에서 나치당이 기록한 득표율이 33.1%였다. 극우파가 약진한 옛 동독지역 주의회 선거 결과는 이런 나치당 집권 전야를 연상시킨다.
독일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사회민주당이 주도하고 녹색당이 참여하는 연방정부는 지난 3년간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이번에 ‘독일을 위한 대안’만큼이나 주목받은 또 다른 정치세력을 통해 이 물음의 답을 우회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 정치세력은 신생정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이다. 사회민주당, 녹색당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당의 명망가 자라 바겐크네히트 등이 탈당해 올해 1월에 출범시킨 정당이다.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은 튀링겐과 작센 선거에서는 각각 15.8%, 11.8%를 얻어 3위를 기록했는데, 범좌파정당 중에는 최다 득표였다. 이들은 브란덴부르크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13.5%).
그럼 이 당은 무엇을 주장하는가? 경제정책에서는 사회국가(복지국가)의 강력한 부활이라는 좌파당 시절 입장을 고수한다. 급진좌파 성격이 있다. 그러나 ‘독일을 위한 대안’ 돌풍의 발판인 이민,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일단 이미 정착한 이주민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되 더 이상의 이민은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 문제 탓에 극우파에 기우는 유권자들을 ‘우파스러운’ 이민 정책으로 견인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좌와 우가 섞인 이런 기묘한 정책조합 때문에 많은 논평가들이 당혹스러워한다.
그런데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이 다른 모든 정파와 선을 그으면서 홀로 일관되게 주창하는 정책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 협상 촉구다. 이는 전쟁을 빌미 삼아 국방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의 입장과 선명히 대비된다. 이번 선거에 따른 각 주정부 구성 협상에서도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은 연방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자당의 연정 참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이 당은 독일 사회에서 이스라엘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유일한 정치세력이기도 하다.
사회민주당, 녹색당은 극우파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국가 강화에 나서야 할 때 호전적 대외 정책과 군비 확장에 매진했다. 이들이 남긴 거대한 공백을 바탕으로 극우파는 더욱 득세 중이고,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 같은 전에 없던 세력까지 출현하고 있다. 이들이 대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독일 좌파 전체가 크게 잘못된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