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년차입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받은 건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성격이에요.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요…
결혼 전에는 그게 단순히 계산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그 모습에 반했었습니다. 제가 남편을 만나기 전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이 저한테 퍼주는 대신 너무 구속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신혼 초에는 집안일을 각 재듯 나누는 모습에 조금 지치기도 했었어요. 제가 야근 후에 엄청 피곤한 날에도 월수금 제가 설거지 해야 하는 날이면 무조건 하고나서야 쉴 수 있는 그런 면 때문에요.
부부관계도 사람 사는 일이니 칼로 자르듯 할 수 없는 부분에서도 무조건 딱딱 나눠서 꼭 해야 하는 게 연애 때보다 적응하기 힘들었네요.
그래도 남편이 자기 뱉은 말은 다 지키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니 딱히 문제 일으키진 않고 저도 그냥 적응해왔어요.
그러다 이번 가을, 저희에게 선물과도 같은 아이가 찾아왔어요. 친정 부모님이 손주를 너무 보고 싶어하셨는데 코로나와 겹쳤던 이직 스트레스 등으로 몇년 만에 찾아온 첫 아이였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졸음이 굉장히 심했어요. 평소엔 잠을 아주 적게 자진 않아도 절대 많이 자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하루에 6-7시간 정도 잤었어요.
출근해서 분명 몇 초 전까지 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꿈이 스쳐가곤 했었네요. 감사하게도 직장 동료들이 많이 이해해줬어요.
사건은 2달전쯤부터 시작돼요… 그즈음 병원 예약일에 일찍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남편을 기다렸어요. 남편도 함께 병원을 가기로 해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이른 시간 퇴근을 했었구요.
남편이 10분 뒤면 도착한다고, 날이 제법 추워졌으니 집안에서 기다리다 전화하면 내려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소파에 잠깐 앉아 기다리던 사이에 제가 그만 잠이 든거예요. 남편은 아파트 앞에서 30분을 기다렸대요. 아무리 잠이 늘어도 그렇지 어떻게 10분 만에 잠이 드냐고, 남편이 언성을 좀 높였었는데 우선 제가 잘못한 일이니 미안하다 사과하며 주차장에 주차하고 잠깐 올라오지 그랬냐 하니 주차하고 다시 빠지는 게 더 번거로워 그냥 기다렸다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계속 씩씩 거렸는데 일단 오늘 아기 보러가는 날이니까 아기 놀라지 않게 기분 풀고 가자고 했더니 자기도 알겠다 하며 화를 식히길래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된 줄 알았어요.
그러다 2주전에, 제가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좀 안좋았었어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있었고, 피가 비추기도 해서 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였어요. (당시 병원에선 괜찮다고 했었어요)
남편이 따뜻한 거라도 먹을겸 근처 죽집에 가게 집 밑으로 내려오라고 하더라구요. 밑에 내려가니 남편이 없어요.
전화하니 길이 밀려 아직 도착을 못했다고, 먼저 죽집 가있으라 하길래 걸어서 10분 거리라 그냥 걸어갔어요. 도착하니 문이 닫아있어서 다시 올라가며 전화를 하니까 날도 추운데 그냥 저를 태워가겠다고 앞에서 기다리래요. 정말 5분이면 도착한다는 말을 붙이면서요.
그렇게 다시 10분쯤 기다렸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그런가 정말 갑작스럽게 극심한 어지럼증이 느껴졌어요. 서서히가 아니라 너무나도 갑자기요. 남편한테 언제쯤 도착하냐고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서 힘들다며 다시 전화를 하니 진짜 1분이면 도착한다는 말을 또 하더라구요.
근데 단 1초도 못버틸 것 같아서 택시를 잡아 가겠다고 하니 “너 태워가겠다고 경로를 바꿨는데 임신 중이라도 배려심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아파도 1분을 못 기다려?” 그러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상황 판단도 안되고…
마침 그 순간 바로 앞에 택시가 서더니 사람이 내리길래 전화를 끊고 내리는 분께 정말 실례지만, 제가 너무 어지러워서 그러니 부축을 부탁드려도 되냐하고 그 택시에 올랐어요. 기사님한테는 근처 병원으로 가달라고 했구요.
택시 타자마자 다시 남편한테 전화가 와서는 “택시 타는 거 봤다, 넌 저번에 나를 30분이나 기다리게 했으면서 고작 10분 기다린 거 가지고 그까짓 감기로 아픈 척하며 택시를 홀랑 타네?”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그까짓 감기라니… 내가 너무 어지럽다고 했잖아, 지금 말 꺼내기도 너무 힘들어. 지금도 병원으로 가달라고 했어. 그리고 택시 타는 거 봤으면서 왜 자기 차에 안 태웠어?” 하고 되물어보니,
“20분 더 채우고 내가 태워가려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미 타버리는 걸 어떡해? 너는 나랑은 다르게 본인 몸 편한 생각만 하는구나.” 라네요…
저는 어지럼증으로 반쯤 누워서 가던 상황에 저 말을 들으니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고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있는 건가 싶고… 그러면서 구역감과 오한, 과호흡이 겹치면서 온몸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쓰러졌어요.
택시기사님이 119에 신고하시면서 병원으로 갔고 저는 유산했습니다. 정신이 든 이후로 계속 울기만 했네요…
지금은 친정집에 있구요. 눈 뜨자마자 이혼 생각을 했고, 그래서 부모님한테 전후 상황을 다 말씀 드렸어요.
엄마는 제 앞에선 안 울려 하시지만 훌쩍이는 소리가 계속 들려요.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니 너무 죄송스럽네요.
지난 날 남편이 친정집으로 와서 아빠한테 몇 차례 뺨을 맞았어요.
이후에 남편이랑 아빠랑 소리지르며 나눈 대화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기억나는 것만 쓰자면…
“장인어른 따님이 먼저 저한테 실수를 했고 저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따님 태도를 똑같이 해줬을 뿐인데 왜 따님은 안 때리고 저만 때리십니까?”
“그걸 정말 모르겠어서 물어보나? 자네는 뉴스에 나오는 사이코패스인가? 딸애가 임신하고 피곤에 못이겨 30분 기다리게 했다고 진작부터 몸도 안좋다는 애를, 자네 애를 가진 애를 밖에서 그렇게 세워두나?”
“겨우 10분 세워뒀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진게 제 잘못입니까?”
“자네 아이도 잃고, 아내도 힘겨워하는데 헛소리만 주구장창 하고 있네. 이렇게 얘기하는 거 방에 있는 내 딸이 다 들을 텐데 자네랑 다르게 난 감정이 있는 애비라 딸이 더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네. 더이상 찾아오지 말고 이혼해.”
“네, 저 아이 잃었습니다. 전후관계 다 따져보면 결국 와이프 때문에요. 저도 잃은 제 아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이혼하라 하시면 저 때리신 거 고소할 겁니다.”
… 앞뒤 순서가 다를 수는 있지만 이런 얘기가 오갔네요.
그리고 죽집으로 이동하는 것도 다 지켜봤다고 하더라구요. 죽집 문 닫은 것도 알았고 일부러요.
저는 엄마 부둥켜 알고 그냥 울었네요.
저나 부모님이나 제정신이 아닌지라 제대로 이혼 소송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10분 걷고 10분 서 있었던 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당시에 저는 순간적인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얘기해봤자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지만 그냥 이 새벽에 속상한 마음 풀어봅니다…
원글 댓
+추가
글쓴이입니다. 댓글을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스치는 것 같아요.
남편과는 소개로 만났어요. 연애 6개월 + 결혼 준비 6개월 + 결혼 생활 약 3년 해서 4년 정도 알고 지냈습니다.
연애 때 이런 성향을 보인 적은 몇 있었으나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가령, 이번 일처럼 시간과 관련해서는 제가 사정상 약속을 30분 미뤄야한다치면 그날은 30분 일찍 헤어지는 정도였어요. 제가 먼저 데이트를 취소하는 일이 생기면 남편도 이후 언제든 한 번 데이트를 취소해도 된다는 식으로 굴기도 했구요.
결혼 한 이후에는 글 초반부에 써둔 바와 같습니다. 같이 살아서 그런건지 “너가 이러면 나도 이럴래” 같은 태도보다는 집안일 분담에 신경을 많이 썼고 맡은 일에 소홀히 굴면 다소 신경질적이었어요.
아무쪼록 제가 정신을 차려야겠네요. 이후에 어느정도 정리 되면 다시 오겠습니다.
*대화가 대사 같다며 조작을 의심하는 분들이 있던데 저희 아빠가 사투리를 쓰셔서 최대한 표준어로 글로 옮기려다 보니 오해를 산 것 같습니다.
저런 새끼들은 뱃속에서부터 걸러내는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야해 개 쓰레기 같은놈
아니 저런마인드로 연애는 어케함,? 사이코패스아냐
도라이 아니야..?
아기가 엄마를 살렸네....
ㄹㅇ 싸이코다
개등신새끼
ㅁㅊ놈.. 그렇게 따지면 지는 차에서 앉아서 뜨시게 기다렸으면서 몸도 안 좋은 임산부를 밖에서 서서 기다리게 한다고? 죽어라 싸패새끼
아 너무 충격적이야
저런 놈도 결혼해서 애낳고 살려고 했었다니
개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