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달을 보며 / 문정희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달은
백동전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지인이 보내 준 톡에서-
해마다 이맘때 추석이 오면
http://www.feelpoem.com/bbs/board.php?bo_table=m41&wr_id=21469
골목 골목
차들이 들어 섰다
왁작지껄
애들 소리
참 오랜만
명절은 명절이구나
아침 일찍 목욕하러 가려다가 목욕하고 시장 보려면 좀 늦게 가는게 좋겠다고
8시 넘어서 가면 목욕하고 시장 봐 올 수 있을 것같다
몸이 영 지랄 같다
기분이 나질 않는다
이제 적응이 되어야할 건데 아직도 이상하다
그저 가만 있으면 잠만 자고 싶고 머리가 멍하며 의욕이 나질 않는다
다시 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여덟시가 다 되간다
목욕하고 와서 닭모이 주면 동물들이 배고플 듯
모이를 주고 물도 새로 떠다 주었다
싸래기 사료 미강을 버무려 주는데 아침에 가면 한톨도 남아 있질 않다
꽤 많이 먹는 편인데 알은 한두개
날씨가 넘 더운 탓일까?
닭들은 날씨가 더우면 알을 낳지 않는다
가을 날씨가 한여름 같으니 알을 낳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집사람이 식은 밥을 데워 비벼 놓았다
비빔밥이 입맛을 나게 해 한그릇 다 먹었다
오늘은 사거리 장날이라 목욕하고 장을 보면 좋겠다
장에 가니 아무도 없다
어? 내일이 추석이라 대목장이 설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바로 명절 앞날이라 장이 서질않나?
목욕장에 가니 목욕장도 문 닫았다
원래 장날엔 문을 여는데 장이 서질 않으니 목욕장도 쉬나보다
내가 귀촌해 와서 처음 있는 일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농협 마트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사거리마트에 가서 부침가루와 달걀 한판을 사 왔다
집사람은 손주들 오기 전에 전을 지져 놓아야겠다고
며느리들 와서 이것저것 하면 같이 놀 시간이 없단다
미리 해 놓으면 좋단다
내가 좋아하는 명태전과 저번에 먹고 남은 민어회로 전을 지진단다
며느리들이 호박전을 좋아한다며 나에게 마트에 가서 호박 하나를 사오란다
하나로 마트에 가서 애호박 두 개를 샀다
하나에 2,800원
꽤 비싸다
물가가 이리 오르면 서민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저 우울한 명절 되겠다
집사람이 명태전이 맛있다며 먹어보란다
별로 내키질 않는다
막걸리에다 한점 먹으면 맛있을 건데 술을 마시지 않으니 안주 맛도 없다
그래도 명태전과 민어전을 한입씩
맛이 좋다
10시 다 되니 큰애네가 왔다
손주들이 3학년 4학년
이젠 하는 행동도 의젓해졌다
바르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작애은네도 왔다
손주들이 거의 같은 또래
다들 애들을 잘 키우고 있다
서로 어울려 잘 논다
집사람은 집안이 생기 넘친다고 좋아한다
이제 사람 사는 것같다고
둘이만 있을 땐 내가 별 말이 없으니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가족이 함께 북적거려야 사는 맛이 나는거지
며느리들이 불고기를 만들어 오고 갈비도 사 왔다
점심 때는 불고기와 전으로
저녁은 갈비 조여 먹자고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 햇볕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34도라며 한낮 야외활동을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
왜 이리 덥기만 하는지
특별히 나쁠 것 없는데도 몸이 개운치가 않다
애들도 오고 그랬는데 난 잠만 온다
왜 이럴까?
한숨 자고 있으니 점심 먹자며 깨운다
작년만 하더라도 도릿상 하나 펴서 모두 함께 식사했는데
올핸 손주들이 크다 보니 도릿상 하나로 부족하다
두군데로 나누어 식사했다
불고기가 맛있어 불고기에 비벼서 한술
맛있지만 많이 못먹겠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양도 줄어드는 것같다
집사람은 손주들이랑 윷놀이한다는데 난 잠이 와서 안되겠다
또 잠을 잤다
몸이 이러면 안되는데...
오후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
특별하게 나쁜 것 같지 않은데 힘을 못타겠다
왜 이러나?
큰애가 안마를 해주겠단다
엎드려서 허리 어깨 등 전체를 안마받고 나니 시원하고 정신이 좀 나는 것같다
왜 몸이 처지고 있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더 좋아져야할건데...
내일부터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할까보다
배추밭에 쳐 놓은 그물망을 걷었다
배추가 크고 3일에 한번씩 물을 주니까 더 이상 그늘을 만들어 줄 필요 없겠다
작은애와 그물망을 걷어 간추려 하우스 안에 넣어 두었다
나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니까 더 쉽다
애들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가겠다고
내일 아침 큰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자고하니 가기 싫어 한다
손주들이 있으니 챙겨 가려면 힘들겠지
각자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처갓집 가는게 편할 것같다
갈비찜을 맛있게 했다
갈비찜에 밥 한그릇을 다 먹었다
손주들도 잘 먹는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더 맛있는 가보다
집사람은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냉장고를 뒤져보며 물어본다
지들이 가지고 가고 싶은 것만 가져가라고
우리가 좋다고 억지로 주면 가지고 가서 버리게 된다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것을 가져가야 귀하게 생각하며 먹을 것이라고
하나라도 더 가져간다면 마음이 흐믓하다
자기들이 가져가고 싶은 것만 골라 담는다
구름 사이로 열나흘달이 떴다
보름달처럼 밝다
저 둥근 달처럼 올 남은 시간들도 무탈하고 행복하게 지내자고
모두들 떠나고 나니 정적만이 감돈다
그래 이렇게라도 왔다가니 좋구나
난 자꾸 하품만 나온다
낮잠을 그렇게 잤건만...
몸이 참 이상하다
기분도 다운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바둑 유트브를 봐도 재미없고 끝까지 못보겠다
에라 뭘 고민해
잠오면 자는 거지
넘어가는 달빛에 주의가 어스름하게 보인다
님이여!
떨어져 있던 가족이 모여 함께 맞는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풍성한 행복이 님의 가정에 소복소복 쌓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