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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괜찮다! 너에게 이 수캐골의 그 잡스런 수캐기운을 잠재울 비법(秘法)을 가르쳐주려고 그런다! 염려 말고 어서 나를 좀 마을 앞으로 데리고 가다오!”
“예! 아버님!”
정씨부인이 시아버지 홍진사를 부축하고 문 앞으로 나가 집안에서 일하는 사내 둘이 부축하고 마을 앞으로 나갔다. 마을 앞 개울가 바위가 솟아난 곳에 이르러 홍진사가 손가락 끝으로 산자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가! 자세히 보거라! 저 산이 이렇게 내려와서 저 능선이 수캐의 뒷다리에 해당 되고 저곳이 앞다리가 아니냐!”
정씨부인이 시아버지 홍진사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보니 정말 영락없는 한 마리 수캐였다.
“저기 저곳이 머리고 움푹 들어간 저곳이 목덜미니라! 목덜미 아래 바윗돌이 하나 서있지 않느냐! 저 바윗돌로부터 목덜미까지 대나무를 심거라! 왕대나무를 심으면 그 뿌리가 길고 굵어 깊이 박히면 수캐가 목이 졸려 죽어버린다. 단명(短命)해 버린다. 마을에 사내는 다 죽거나 사내아이를 못 낳는다. 그러니 왕대는 절대로 심지 말고 뿌리가 작은 조릿대를 심거라! 조릿대가 잘 자라서 목에 띠를 이루어 저 바위를 감싸면 수캐가 나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줄에 묶여 집도 잘 지키고 안사람 여자에게 충성하며 자손이 많이 번창할 것이다. 절대로 내 말 잊어서는 안 된다. 아가야!........ 허허! 한평생 파란 많은 인생사 도(道)가 무어더냐? 과연 무심무위적연부동(無心無爲寂然不動)이로구나!”
그 말을 마친 홍진사는 하늘 한귀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삼일 뒤 홍진사는 눈을 감고 말았다. 아들 홍수개의 난봉꾼 짓에 얼마나 깊은 번민을 했으면 병석에 누워 인생의 삶의 의미와 이 수캐골의 풍수에 대한 비밀한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 시아버지 홍진사의 그 말을 들은 정씨부인은 시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날을 잡아 조릿대를 뽑아와 그 수캐의 목덜미 자리와 솟아오른 바위 주변에 듬성듬성 심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심은 조릿대가 이상하게도 잘 자라나지 않는 것이었다.
정씨부인은 해마다 잘 자라나도록 새로 조릿대를 캐다 심는데도 자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 서너 해부터 조릿대가 무성히 자라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일까? 천하의 비법을 알고 그것을 펼쳐 쓰려 해도 시절 운이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일까?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조릿대가 자라나고부터 홍수개의 바깥출입이 현저히 잦아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먼 옛날 도사가 수캐골에 와서 저 수캐의 기운을 잡을 방법이 안개라던가 뭐라던가 했다고 하던 것이 혹 옹기장수의 그 옹기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홍수개의 아들 홍안기의 그 안기였을까? 하긴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난 그곳을 얼핏 바라보면 산자락에 허여 멀건 푸르스름한 안개가 낀 듯 보이기도 하였으니 그게 수캐골의 안개 즉 개 목줄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알랴!
ㅡ계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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