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잎을 묶으며
-유홍준-
추석날 오후, 어머니의 밭에서
동생네 식구들이랑 깻잎을 딴다
이것이 돈이라면 좋겠제 아우야
다발 또 다발 시퍼런 깻잎을 묶으며 쓴웃음 날려보낸다.
가난에 찌들어 한숨깨나 짓던 아내도
바구니 가득 차오르는 깻 이파리처럼 부풀고
무슨 할 말 그리 많은지
맞다 맞어, 소쿠리처럼 찌그러진 입술로
아랫고랑 동서를 향해 거푸거푸 웃음을 날린다
말 안 해도 뻔한 너희네 생활,
저금통 같은 항아리에 이 깻잎을 담가
겨울이 오면 아가야
흰 쌀밥 위에 시퍼런 지폐를 척척 얹어 먹자 우리
들깨 냄새 짙은 어머니의 밭 위에 흰구름 몇 덩이 머물다 가는 추석날
동생네 식구들이랑 어울려 한나절 푸른 지폐를 따고
돈다발을 묶는, 이 얼마만의 기쁨
한가위 삼행시
https://www.youtube.com/watch?v=jGOaPCXecuQ
중추가절이라는데
이거 여름인가?
한낮 온도가 36도란다
이상 기온에 몸살 앓는다
새벽에 일어나 톡을 보내고 체조와 스쿼트
몸이 넘 축 처져 안되겠다
집사람이 근육도 넘 빠져 버렸단다
축 처진 몸을 깨우려면 운동밖에 없을 듯
몸이 힘들어 하기 싫어도 조금씩 억지로라도 해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될 것같아 3세트만 했다
며칠 3세트 하고 난 뒤 조금씩 횟수를 늘려야겠다
하루 10셋트씩만 해도 충분한 운동이 되지 않을까?
여섯시 넘어 동물 챙기러
오늘은 추석이니 니네들도 배불리 먹으라며 모이를 평소보다 배로
이런 좋은 명절날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배불리 먹어야 행복하겠지
일곱시 넘어 차례 모시러 광주 장조카 집으로
큰형님께서 연세 많으셔 차례나 제사를 장조카가 모신다
대부분 자녀들이 결혼을 하면 차례는 각자 집에서 지낸 뒤 성묘하면서 친척들이 만나다는데 우리집안은 형제들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낸다
자녀들이 어릴 땐 같이 다 모였는데 모두 커버리고 나니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아 형제들만 모여 모신다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이미 와 있단다
도착하니 차례상을 차려 놓았다
차례상 차리느라 큰 질부가 고생 많았다
작은형님네는 일이 있어 오시지 않았단다
차례를 모시고 모두 함께 아침 식사
차례나 제사도 예전 같지 않고 성의껏 간소하게 차리는게 어떻겠냐고
예전 못먹고 살 땐 차례나 제사 지내면 서로 나누어 먹었지만
지금은 이런 음식들을 서로 나누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면 예법도 따라 변해야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가 따나고 나면 후손들이 과연 얼마나 조상을 찾을까?
자기 부모도 몰라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그 윗대는 말할 것도 없겠지
윗대 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나 자신부터 생각해 보아다 6대조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찾아 성묘했던 적이 까마득 하고 지금은 그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아물아물 하다
내 자식들도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본적이 언제일까?
지들 하는대로 놔두니 그 먼데까지 찾아가려 하지 않는다
그리 생각한다면 이젠 모든게 간소하게 지내는게 좋지 않을까?
산소도 쉽사리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같다
동생이 작은형님도 산소에 오신다고 했다며 산소에 다녀 오잔다
작은 누님이 내려 오셔서 같이 가시고 싶다했다며 작은 누님을 모시고 산소에 오겠다고 우린 먼저 금호리 산소로 출발
산밑에 차를 주차하고 산소로 올라가는데 무릎이 팍팍
아이구 벌써 이러면 산소에 오기도 힘들겠다
동생이 작은 누님을 모시고 오셨다
그제 내려와 아들 집에서 차례지냈다고
팔십 넘으신 누님이 부모님 묘소에 성묘한다고 산에 올라오시고
나이들어갈수록 때론 더 부모님이 보고 싶다
미래의 일보다 지난 옛일이 더 새록해지는 것같다
이른 밤이 떨어졌다
벼들도 누렇게 고개 숙였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모두 우리집으로 가자고
모처럼 형제들 모였으니 나들이라도 하자고
매제네도 성묘하고 우리집으로 오라 했단다
인경엄마가 오면서 커피를 사 왔다
모두들 시원하게 한잔한 뒤
변산쪽으로 가서 바닷바람 쐬고 회나 먹자고
동생과 매제 차로 이동
햇볕이 말도 못하게 강하게 내리쬔다
추석날 이렇게 더운 적 있었을까?
그래도 작은 형수님은 에어컨 빵빵한 차를 타고 바다를 구경하니 마음이 확 트인단다
일단 떠나오면 좋다
곰소항에 가니 차들이 빡빡
와 우리처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다
모처럼 함께 모여 부모님 모시고 나왔나 보다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격포항으로
와 여긴 더 많다
그래도 점심 식사나 하자며 격포항 횟집으로
2층 횟집인데 다행히 사람들이 많진 않다
전어 정식이 인당 3만원
꽤나 비싸다
마땅한게 없어 전어 정식으로
집사람과 형수님은 바지락 칼국수가 더 맛있겠다며 그걸 시킨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일까?
전어가 생각보다 맛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전어회에 밥을 비벼 먹었다
오늘 식사는 안사람들이 모은 돈으로 샀단다
덕분에 배불리 잘 먹었다
다음엔 형제들 돈으로 사자고
밖으로 나오니 숨이 헉헉 막힐 정도로 덥다
바닷가를 걸어 보려다가 모두들 자신 없다며 집으로 가 쉬는게 좋겠다고
방장산 쪽으로 먹구름이 지나가며 비를 뿌린다
아이구 우리 집 근처에도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거리에 들어서니 웬걸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이왕 나왔으니 르몽드 가서 차한잔 마시고 가자고
르몽드 카페는 백양 인터체인지 앞에 있는데 정원을 참 잘 가꾸어 놓아 구경할만 하다고 한다
난 여기 살아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카페에 가서 차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
카페에서 차 마시면 정원을 구경할 수 있도록 손목에 다는 끈을 나누어 준단다
카페에 들어가니 대만원
오늘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명절도 집안에서 노는게 아니라 가족 친지들과 밖에 나와서 노는가 보다
요거블르베리 한잔씩
요거 한잔이 한끼 식사값
우리같이 나이든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정원을 구경하려다가 넘 더워 안되겠다며 집으로
집에서 쉬었다 가라니 힘들었다며 모두 각자 집으로
그래도 오랜만에 형제들과 잘 놀았다
늦은 가을에는 서울 형님이랑 지난번처럼 보령이나 가자고
그래 이젠 형제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
모두 그렇게 하잔다
오늘 저녁엔 북이면 청년회에서 주관하는 북이면민 노래자랑대회가 시장 광장에서 열린다
여긴 매년 추석날이면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한다
면민들이 거의 다 나와 구경하고 국회의원 군수 군의원등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북이면민 축제날
특히 이날은 각지에서 흩어져 사는 면민들이 함께 하기에 소통의 날이기도 한다
노래자랑 대회를 하는 동안 청년회에서 돼지고기와 술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여 먹거리도 풍족하다
우리도 귀촌한 후 해마다 나가서 구경했다
그런데 이번엔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별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도 분위기가 어떤지 한번 보고 싶어 6시경에 나가 보았다
광장엔 아직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고 관계자들이 준비하느라 바쁘다
바둑 휴게실에 들어가 보니 장사장과 지훈씨가 바둑을 두고 있다
승훈동생도 나왔다
추석명절 잘 보냈냐며 반갑게 인사 나누었다
장사장이 바둑 끝나고 지훈씨랑 한판 두어보라는데 별로 생각이 없다
승훈동생이 바둑 모임에서 노래자랑에 찬조금 안하냐고
올핸 별로 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노래자랑 날엔 지금까지 찬조금을 내왔는데 올핸 내키질 않는다
바둑 장소 문제로 갈등이 있으면서 면내의 일에 관심이 떨어졌다
몸도 좋지 않아 구경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오늘은 낮잠을 자지 않아 일찍 자는게 좋겠다
저녁은 떡 한조각으로 때우고 일찍 잠자리로
달빛에 주변이 어스름 보인다
님이여!
둥실 떠 오른 보름달에 빈 소원처럼
귀성길 무탈하고
오늘도 평안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