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잘굴러가던 전자렌지가 갑자기 작동중 멈춰섰다.
사용한지 약 5년이 안된 제품인데 어디가 잘못된건지 사실 난감했다.
전자렌지가 오븐위 찬장에 붙어있는 붙박이식 전자렌지라 뜯어내기도 쉬워보이지 않고
인터넷으로 가격을 보니 400~500불정도 하니 새거로 사는것도 부담스러웠다.
사람을 불러서 고치기도 비싼 인건비가 아깝고 혼자서 며칠을 놔두고 고민만 했다.
연말 연휴에 집에서 쉬는데 전자렌지가 안되니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 찬밥도 덥혀먹지 못하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싶어도 일일이 가스렌지에 끓여야 되니, 그러던중 전자렌지의 문을 잠깐 들었다 놓으면 전자렌지가 잠깐 작동이되는것을 발견했다. "아, 문쪽 어디서 회로에 쇼트가 일어나는군..." 오래전 학교때 배웠던 회로이론이 생각이 났다.... 귀찮지만 일단 전자렌지의 버튼이 나열되어있는 패널 앞부분을 열어보기로 했다. 이게 바닥에 내려와 있는것도 아니고 찬장에 붙어있는것을 의자에 올라가서 나사들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나사를 찾아서 한참을 헤매니 허리도 아프고...에고... 한참을 씨름하다 결국 해체에 성공...
전자렌지 안쪽을 들여다 보니 이리저리 전선들이 복잡하게 엮여있는데, 전선의 시작을 찾아서 따라가보니 전자렌지의 문이 닫히면 문에 붙어있는 갈고리 모양의 플라스틱이 안으로 들어와 스위치를 눌러줘서 작동하는 방식인데 그 스위치가 맛이 간거 같았다.
스위치를 뜯어 내야 할거 같은데 그거 또한 쉬워보이지도 않고 무작정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가 감전쇼크만 당했다. 이런 플러그를 뽑지도 않고.. 으이...
일단 스위치의 부품 번호만 적어놓고 다시 뜯었던 문짝을 제자리로 해 놓았다.
구글에 가서 스위치 번호를 쳐 넣으니 여기저기서 이와 비슷한 종류의 얘기를 찾을수 있다. 역시 인터넷엔 없는게 없어..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체험 이야기들을 읽으니 나도 할수 있을거 같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문제는 똑같은 부품을 찾는게 일인데.. 이런 종류의 전문 부품은 아무데서나 팔지도 않고 가전제품 부품전문점에 주문을 해야 하는데 워낙 사이즈도 작고 찾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지라 대량 주문만 받는단다. 배송비까지 더하면 개당 $40이상... 한개를 주문하나 한박스를 주문하나 가격은 똑같다. 도둑놈들..... 이 동네 지정수리점에 전화를 하니 그곳에도 역시 가지고 있는 파트는 없어서 주문을 따로 해야 한다는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는거 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일단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할지 생각을 했다. 어휴...귀찮어.... 코딱지 만한 간단한 부품구하기 이리 힘들어서야..
생각만 하는데 또 며칠을 보냈다. 그 와중에 이베이에 가보았더니 똑같은 부품이 좀더 싼 가격에 있어서 주문을 하고 송금까지 했는데 담날 셀러에게서 이메일이 오길 재고가 없어서 환불을 하겠단다... 이그...되는 일이 없군...
또다시 며칠을 아무런 진도없이 그냥 저냥 지내던중 머리속을 강타하는 기발한 생각......
'누가 버리는 고장난 전자렌지를 구할수만 있다면 그 부품만 떼어낼수 있을텐데...'
중고물건 사고 파는 게시판을 보면 중고 전자렌지는 사실 내가 필요로 하는 부품값보다 싸다.
10불 20불에 파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거기다 길거리에 버릴려고 내논 전자렌지 본 기억도 있고....
근데 또 막상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고장난 전자렌지가 필요하니 눈에 띄지가 않는거라..
동네 인터넷 게시판과 회사 게시판에 게시물을 올렸다... "고장난 전제렌지 구해요!!!!
한 이틀 지나니 이메일이 왔다. 할렐루야!!!
몇차례의 이메일과 전화통화후 드디어 작동은 하는데 문짝이 헐거운 전자렌지를 공짜로 구했다....햐호..!
이제 남은 문제는 이 전자렌지의 부품과 내 전자렌지의 부품이 서로 호환을 하느냐...그건 나도 장담을 할수 없다.
그저 내 생각에 제조사가 달라도 작동 원리는 같으니 호환이 될거라는 혼자만의 생각....
급한 마음으로 공짜로 구한 전자렌지를 마구(!) 우왁스럽게 해체하고 조심스럽게 부품을 뜯어냈다..
부품의 제조사는 달랐지만 모양과 스펙은 같았다. 야호..
이제 내 전자렌지에서 고장난 스위치를 빼내고 교체한후 작동 버튼을 누르니...
완벽 작동!!!!
휴... 고장난지 거의 3주만에 수리 완료...
고치고 나니 별거 아니었는데 안해본걸 할려니 첨엔 무지막막.
그래도 수리비 부품비 하나도 안들고 고쳐내서 뿌듯.....
사람 불러다 고쳤다면 필시 백불 이상 ㅤㄲㅒㅤ졌을텐데...
다음은 화장실 천장의 팬과 히터 수리기....
첫댓글 ㅎㅎ 미국체질 이십니다. 직장생활 하시나봐요? 내 사업에 함 도전해 보세요. 대성할 자질을 갖고 계시는군요. 아주 유익한 글 입니다. 자주 올려 주세요.
알뜰 살뜰 잘 사시겠습니다. ㅎㅎ
저희 집에도 고칠거 많은데 어찌~ 좀 안될까요? 지은지 백년이 되가는 집이라 전기부터 문고리까지 모두 헐렁거리는데 ....전 3주이상도 기다릴수 있는데용 부~~~~탁
가까운데 살면 고쳐드릴텐데 말이에요.. 주택에서 사니 정말 손봐야 될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네요.. 이것도 미국생활의 다른점이지요..
빨간양말님! 미국 체질 이십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내부에는 250-500mA, 2000V의 매우 높은 고압이 흐르기 때문에 작업전 무조건 언플러그 하신 후 컨덴서도 합선시켜 완벽한 '방전'을 시켜야 합니다.. 아마 도어의 마이크로 스위치(개폐 센서)가 오래됐군요.. 오래된 경우엔 그 스위치를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프레임과의 유격이 생기기도 하고, 갈고리 모양의 플라스틱의 '마모와 휨'에 의해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혹시 다음에 가전제품 부품을 찾으실때는 www.automaticappliance.com에서 찾아 보세요.. 원만한 메이저 브랜드 부품이 다 있습니다.. 미국내 메이저 브랜드는 거의 한 회사에서 부품을 만들기에 호환이 잘 될겁니다.. ^^
ㅎㅎ 의지의 한국인을 보고있습니다 그려... 힘내세요~~~
좋은 말씀과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국체질은 아무 사람과도 잘어울리고 능동적인 사고 방식인거 같습니다. 그런면에선 저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ㅎㅎ 대단 하십니다~~~
앗 저는 식당을 하는데 마침 2주전에 전자렌지가 고장이 나서 종업원으 집에서 구조받아서 쓰고 있습니다. 정말 부럽네요. 근데 저희는 기술자가 오더니 그냥 하나 사라고 하데요....너무 비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