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음악회에서]
ㅡ시간 도둑ㅡ
매일 새벽 산행 때 라디오의 음악을 듣다보면 두어시간은 순식간이다. 국악에 이어 클래식 음악은 밤사이 공허함을 채워준다. 음악과 함께하는 사이에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지나간 세월 동안 귀에 익은 곡조가 흘러나오면 따라서 흥얼거려진다. 바쁜 일상에도 음악은 동반자이고 희노애락의 치료제이다. 고요함을 익히게 하는 팔방미인이기도 하다. 빗방울이 목초에 후두둑 떨어지면 리듬으로 푸르름을 길러내는 성장 촉진제같다. 서경덕의 줄 없는 거문고 소리를 듣듯이, 소리가 없어도 울림을 느낀다. 아무 곡조에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얹어 웅얼거려본다.
"이제껏 마음이
육신의 부림 받았으니
어이 구슬피 홀로
슬퍼하리오.
지나간 일 소용없음
깨달았지만
앞일은 따를 수 있음
알고 있다네."(중략)
한해를 보내면서 지난 일을 후회한다는 작비금시作非今是를 비유한 말이다.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빗물로 목욕한다는 즐풍목우櫛風沐雨를 연상해본다. 음악도 나약하며 허전한 마음을 치유하는 명약이다.
광주문화원에서 송년 음악회 티켓을 준비해주어 '남한산성아트홀'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광주시 홍보대사인 손범수 진행자의 목소리가 막을 연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시작으로 펼치는 연주자들에게 보답은 우렁찬 박수소리이다.객석의 관객들은 익숙한 곡조에 빠진다. 연주 중간에 치는 박수가 예의는 아니지만 흥을 가눌 수 없기 때문이다.
김덕기 지휘자의 눈빛과 마주한 오케스트라는 두 시간 동안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화려한 약력이 있다. 현재까지 118회 정기연주회와 2,200회의 공연 타이틀은 경이驚異롭다.
소프라노 유성녀는 광주가 낳은 세계적 인물이다. 방세환 광주시장으로부터 홍보대사로 위촉받은 성악가이다. 고ㆍ저음을 넘나드는 목소리의 보답은 객석에서 긴 박수로 화답한다.
트롬본 박지수의 연주를 색다르게 듣는다. 국내 최초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한 수재자로 소개한다. 17세 소년의 트롬본 협주곡은 오래 기억에 남을만하다. 역시 광주의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연주 중간에 게스트로 더원 가수가 흥을 돋군다. 혼자 진행 하면서 그의 노래 제목처럼 관람석을 들었다놨다한다. 휴식시간 사이에 분위기를 바꾸어논 만능재주꾼이다.
광주코랄과 광주시여성합창단, 노이오페라코러스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함께 새해 희망의 울림을 펼친다. 4악장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이 악기를 타고 흐른다. 도입부에서 저음의 합주곡은 새해 태양이 서서히 떠올라 펼쳐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에 환희의 선율로 바뀐다. 관심있게 듣는 이유가 있다. 베토벤이 30년 넘도록 구상한 역작이며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곡이다. 귀가 어두운 베토벤은 연주가 끝난지도 모르고 지휘한 에피소드가 있는 교향곡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뜻깊은 곡을 들으니 관람한 보람이 있다.
2024년 7월 16일부터 5일간 열리는 세계관악컨퍼런스가 기대된다. 전 세계를 순회하며 2년에 한 번 열리는 음악 축제 행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40만명의 도시인 광주시廣州市에서 열리게 되어 감회롭다. 국제 수준급의 남한산성콘서트홀이 메인홀로 역할을 하게된다. 50개국 1,000여명의 세계 최고 연주자들의 연주를 볼 기회가 온 것이다.
광주시 곧은골(직동)에 누워있는 조선시대 학자 고불 맹사성은 필시 미소를 머금는다. 600년의 세월 동안 후대에게 칭송받는 음악인이다. 흑소를 타고 대금을 불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피리 지휘자이다. 고불 성품을 이어받은 광주는 음악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2023.12.26.
첫댓글 의미있는 송년음악회에 함께 하셨습니다...
남한산성
콘서트홀에서
한 해를 아름다운
연주로 역사의 공간을
울려준 시간이 작가님
세세한 글에서 함께함이
그저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준비위원들의 수고가 더블어 고마운 시간입니다
함께하신 작가님
역시 좋은소식으로 늘
멋진 모습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