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칭구들과 분당 율동공원가서 자전걸 타고 놀았습니다.
가끔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주황색 잠바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썼더니
내가 생각해도 카드락의 '우비소년'과 어찌나 닮아 있는지..
또 새로운 별명이 하나 생겼습니다. *ㅡㅡ*
간단한 요기를 하러 들어간 버거킹에서 '서후'란 신인여가수의
노래(내가 아는 그대.. 던가요??)가 흘러나왔습니다.
왠지 그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찌잉... 기분이 울쩍.. 콧물도 훌쩍...
감기 조심하게요~ ㅡ.ㅡ;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3일날 한강가서 칭구들하구 불꽃놀이하다
찬 강바람에 몹쓸병(?)을 얻어 왔슴미다. 아주 독한넘임미다. 열분도 조심하게요~)
그 기분을 안고 큰언냐를 불렀습니다.
울언냐 짱 좋죠?? 부르면 재깍 옵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저 알고보면 곱게 자랐슴미다.. ㅡㅡ;;)
언냐 칭구랑 언냐칭구동생언냐랑.. 일케 넷이 모이게 됐습니다.
왠지 노래가 듣고 싶다고 언냐한테 쫄랐더니
그길로 바로 양수리로 달렸습지요.
슝슝~ 지나치는 간판들 중에 왠지 라이브카페 '해적'의 간판이
눈에 확~ 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건.. 바로..
조.정.현
이란 세글짜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때를 아십니까??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란 노래로 해성처럼 나타나
귀공자같은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2천만 여성들의 마음을
마이크 하나로 사로 잡았던 80년대 말 최고의 꽃미남
조.정.현을 기억하십니까?! ㅡㅡ;;)
예~ 바로그렇습미다!
둥근달 부페 사장님 코미디언 조정현도 아니고
헤아리기의 4학년때 짝꿍 명일초등학교 10회 졸업생 조정현도 아닌
바로 그... 그 아픔까지 사랑할꺼야의 쥔공
조.정.현이었습니다.
저희가 들어갔을땐 이름모를 여가수가 분위기 있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랠 부르고 있었습니다.
조정현은 11시부터라길래 간단한 음주와 함께 음악감상을 하고 있었지요.
무대정면의 아늑한 자리에 앉아 어두운 주위를 둘러보니
대각선 소파에 푹눌어앉은 대머리 아저씨가 옆에 앉은 여인네의
손을 쪼물딱 얼굴도 쪼물딱..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인네 손목에 차여진 시계가 피카츄모양의
플라스틱 손목시계였습니다.
'저런 개쉐휘가..!
지 딸보다 어린애를 데리고 와서 쪼물딱 거리고 있네!'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나쁜어른들의 이기로 얼룩질 고딩의 어린맘을 생각하니 도저히
못본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냐들이 신경끄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언냐 칭구는 미국인이었슴미다. 그러니 남일에 신경쓴다고 어찌나 뭐라던지.. --;)
물론 장소가 장손지라 불륜의 원산 양수리에서 저런 모습쯤은
지나가는 동네 똥개보기보다 찾기 쉽습니다만..
애가 피카츄시계를 차고 있잖습니까...! ㅡ.ㅡ;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대머리 아저씨 얼굴이 왠지 더 험상궂어 보입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아저씨가 때리면 언니들쪽으로 냅다 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갑자기 언니들은 주섬주섬 가방을 싸며 외면합니다.
돋.됐.다... ㅠ.ㅠ
역시 세상은 혼잡니다..
할말두 없으면서 객기부린 내모습을 후회했습니다. ㅠ.ㅠ
죈좡.. 빼도박도 못할꺼 같습니다.
저 의외로 맺집도 약합니다. 흑흑
아자씨가 열받는다구 유리창으로 던져버리면 어쩌나..
갑자기 침대밑 소설 동의보감속에 숨겨둔 비상금 3만원이 떠올랐습니다.
얄짤없는 울엄마 내 짐들은 다 갔다 태워버릴텐데..
나와함께 3만원도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겠구나.. ㅠ.ㅠ
바로 그때 구석에서 엷은 불빛이 새어나왔습니다!
희망의 불빛!
그건바로.. 화장실 불빛이었습니다.
아~~ 쉬나하구 와야겠다~
하고 발랄하게 뛰어갔습니다.. ㅠ.ㅠ
담달부터 엄마한테 태권도 갈켜달라고 떼써볼랍니다.
비굴한 내인생.. ㅠ.ㅠ 징징~~~
화장실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한참을 꼼지락대다 나오니 대머리 아자씨와 피카츄시계가 정면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죈자아아아앙!
피카츄 시계는..
눈썹에 회색 문신하구 더덕더덕 화장을 떡칠한.. 양아치 아줌...
마가 왜 피카츄 시계를 차고 있냔 말야????????!!!!!!!!!!!!
에고.. 말이 샜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11시..
검은모자를 풀 눌러 쓰고 엷은 색안경을 쓴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악기들과 기계를 셋팅합니다.
어? 혹시....?
기억속의 아주 먼..
누군가의 다디도프 향보다 더 오랜..
먼지 쌓인 노래가락이 흘러나왔습니다.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봅니다.
지나온 세월을 아는지 한동안 움직여 줄것 같지 않던
심장이 주책없이 뛰어댑니다.
길었던 겨울밤을 지새며.. 어두운 방 책상에 앉아 금성에서 나온 빨강색 카세트의
작은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그 노래가 지금 내 앞에서 들려옵니다.
10년도 넘는 세월에 외모도.. 창법도.. 그때의 풋풋했던 순수함은 찾기 힘들었지만
지문과도 같은 목소리는 지금도 역시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냥... 이유없이 감사했습니다..
변하지 않고 있어줘서 감사했습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그냥 거기 있어줘서 또 감사했습니다.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철없고 순수했던 12살 그때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더 감사했습니다.
가수에게 감사한건지 노래에게 감사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벅찬 기분에 주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서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별빛가족 경미한테도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정말 바본가 봅니다.
이제 슴살인 경미가 조정현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한참 인기 있을때가 아마 8살??
영활보는데 앞에 허돌맹이가 있다고 하내요.. 정말 우울했을것 같습니다. ㅡㅡ;
노래를 다 듣고 나니 11시반이 넘어있었습니다.
급히 짐을 챙겨 내려오는데 1층에 조정현이 앉아 있었습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쪼르르...
"싸인해 주세여 ^_______________^ "
주인이 준비된 매직을 줍니다.
어디다 받을까 고민하다 걍 가방에다 받았습니다.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져?? 제 빨간쌕을..?
주변사람들과 언냐들이 깜짝 놀라며 황당하게 쳐다봅니다.
갑자기 정신이 듭니다. ㅡㅡ;;
"그때는 강타보다 인기많았어.. 우물우물"
싸인을 받으며 조정현과 이런저런 얘길 나눴습니다.
매일 나온댑니다..
독점출연이랩니다.. ^^
이제 행복해 지고 싶을때마다 갈곳이 생겼습니다. 쿠쿠~~
집에 가자마가 조정현 앨범을 찾으니 역시나 없군요.
소리바다에서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를 다운 받았습니다.
거의 밤새도록 들었답니다..
들을때마다 행복해지는 첫사랑같은 노래를 찾았습니다.
음악의 힘은 참으로 위대한것 같아요.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기양 이유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은 한번 먼 기억속을 뒤져보세여.. 쿠쿠쿠~~
남은하루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