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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경화 교사. 울산시 북구 화봉중 3학년 담임이었던 한 교사는 지난해 5월 지병이 악화돼 10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한 교사는 제자들에게 유언으로 장학금을 남겼다. 한 교사의 뜻을 받들어 화봉중학교는 올해 졸업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모범이 되는 학생 5명에게 장학금 30만원씩을 각각 전달했다. 내년에도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 그의 사람됨을 가늠할 수 있다. 의로운 행동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아는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순간, 머뭇거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계를 넘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경계를 허무는 것도 바로 우리 인간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제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끝내 본인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순직한 교사도 그 영역에 속한다. 인간에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 그런데 제자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흔쾌히 던질 수 있는 인간. 우리는 가끔 그런 인간을 스승이란 名詞 속에서 발견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할 공교육 과정이 가장 치열한 계급 투쟁의 현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교육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학교 교육과정과 교육 구조는 평준화됐다. 그러나 학부모의 욕구와 학부모의 경제력은 평준화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교육 개혁, 교원평가를 통해 부실한 교사, 능력 없는 교사를 퇴출시켜야 공교육이 경쟁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 입시 구조가 상당 부분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잘못된 체계임을 지적하면서도 `내 자식은 예외`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공교육을 통해 입신양명과 신분 상승을 꿈꾸었던 가능성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심지어 학교 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학부모의 사회ㆍ경제적 특권이 활용돼 가끔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게 주변의 현실이다.
이런 교육사회 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인간이 바로 학교 현장에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훌륭한 스승들이다. 그들은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주고, 정당하게 분노하는 마음과 방법을 가르친다. 그래서 학생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능력과 사회의 공동선과 합치되는 방향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분별력을 그들에게서 배운다. 그들은 학생들이 고액 과외를 스스럼없이 받고 남을 짓밟은 후, 득의의 웃음을 짓는 행동은 정말 잘못된 일임을 그대로 지적한다. 그들은 또 학교 폭력이 부모의 지위와 경제력으로 무마되는 잘못에 분노한다.
한국 교육이 기득권의 특권을 영속화하는 시스템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비를 가리어야 하는 것도 그들이다. 그리고 정당한 일엔 예외 없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그 결과 지난해 교사들이 요구하고 정부가 받아들여 시행된 교권보호 주요 대책으로 말미암아 아동 학대 `묻지마 신고`에 제동이 걸렸다. 새 학기인 3월에는 `민원 응대 안내서`를 배포하고 교권 침해 직통번호도 개통된다. 아울러 3월 말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원지위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다. 자신을 헌신한 스승들의 목소리가 겨우 받아들여진 결과다.
그러나 스승들은 최종 목표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학생들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한 학생을 올바로 키우기 위해 온 마을 주민이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공교육을 방해하는 대상들에게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껴 스스로 그만두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 담당자의 의무이자, 사제동행 하는 교사의 올바른 자질이다. 스승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제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생을 마감할 때도, 유언으로 장학금을 남길 때도 결코 제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고 한경화 교사는 어떤 취지에서 유언으로 남긴 장학금을 남겼을까. 단원고 교사들이 수중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제자들에게 뭐라고 말 했을까. 항상 사제동행 하려는 교사들이 있기에 그래도 한국 교육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