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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굳이 사족을 달아보자면, 저는 '고구려'를 강희자전에 준수하여 '고구리'로 불러야 한다거나, '고구려'를 '가우리', 고씨가우리'로 부르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구려를 '제 나름대로 생각한 고구려 본래의 발음'으로 불러야 할 것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고대사의 모든 민족이나 국가를 반드시 그 본래 이름이나 발음(해당 민족이나 국가가 스스로를 칭하던 이름이나 발음)대로 부르고 표기해야 한다면, 이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일 뿐더러, 이미 보편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들이 그 본래의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페르시아'나 '다리우스', '메소포타미아'와 같은 단어는 사실 그리스인 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말들로 본래의 중동 지역 거주민들이 쓰던 말들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현재 세계사적으로 이들 단어들이 어떠한 거부감 없이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단지 고구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당연스레 드는 질문, 즉 한자를 가차하여 표기한 '고구려(高句麗)'라는 한자표기를 고구려인들은 스스로 어떻게 읽었으며, 그 뜻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개인적 해소 차원 정도로만 봐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먼저 한자 사료에 등장하는 '고구려'의 표기를 살펴보자면, '고구려'는 사료에 고구려, 하구려, 구려, 구루, 고려 등으로 표기되어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표기를 통해서 '고구려'라는 국호는, 적어도 그 단어가 국호로 정해질 때의 상황만으로 보자면 한자상으로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의 나라들이 으레 그렇듯 특정한 고유어를 가차한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나중에 고려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산고수려(山高水麗)의 준말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 고대사에 대해 언제나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상당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고구려는 왕망에 의해 '하구려'로 칭해지기도 하며 구려, 고구려 등으로 기록됩니다. 위지 동이전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고구려 말로 '성(城)'을'구루(溝婁)'라 표기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늘날로 치자면 고구려와 한나라 간의 접경지대 영사관? 혹은 무역센터? 정도로 볼 수 있을 '책구루'가 있겠군요(이 성은 두만강 유역의 중심지였던 책성과는 다른 성입니다).
그런데 이 '구루'는 '고구려'라는 국호와 마찬가지로 역시 본래의 고구려 발음이 있지만 이를 한자식으로 '가차'한 것입니다. 이쯤되면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고구려'에서 '고'를 뗀 '구려'와 이 '구루'는 발음상으로 매우 흡사합니다. 어쩌면 특정한 한 단어를 '구려'나 '구루'의 중간 발음 정도로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만, 역시 아직은 속단일 것 같습니다. 여하튼 고구려에서 '구려'는 '성'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사실상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구려'와 '구루'는 훗날의 마을을 뜻하는 '고을'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음에는 맨 첫머리에 붙는 '고(高)'를 생각해볼 차례입니다. '고구려'의 맨 앞 글자 '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고, 발음도 무엇이었는지 아직까지는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왕실인 추모왕의 성씨를 의미한다는 전통적인 해석에서부터, 높다는 뜻을 살려 '고'라고 그대로 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고'를 오늘날처럼 '고'로 읽지 않고 '솟'과 비슷하게 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편이지만, 왕실의 성을 붙였다는 해석을 제외한다면 여기에는 일관된 공통점이 잡힙니다. 그것은 높을 '고'가 뒤의 '구루'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쓰였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한 성'과 같은 식의 국호가 '고구려'의 의미였다는 주장이죠.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건데, 여기까지는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다 아시는 얘기였습니다ㅠ 한마디로 막대한 분량의 사족을 달아놓은 셈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해 놓지 않으면 그 다음 제 생각에 관한 부분을 설명하기가 좀 어려워지는지라, 정리도 할 겸 이렇게 뻔한 소리를 적어봤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고구려 국호 문제와 관련해서 다행이자 고민거리인 것은, 중국측 사료 뿐만 아니라 고구려와 함께 수를 견제하고자 했던 괵-투르크(돌궐) 제국이 고구려의 국명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돌궐 비문은 고구려를 '해 뜨는 곳의 목클리(MӦkli; 혹은 복클리BӦkli)'로 부르고 있는데, 저는 이 '목클리(복클리)'와 '고구려'가 같은 맥락상에서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목클리 또는 복클리라고 적는 이유는, 돌궐어에서는 ㅁ이 ㅂ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클리'가 '구루', '구려'와 통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니 패스하도록 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목(복)'이라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목'이나 '복'같은 발음은 도무지 '고'나 '솟'과 통하지 않지요. 사실 딱 까놓고 말하자면 도대체 '어떻게 목클리가 고구려인지' 선뜻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같은 '고'에 대한 동 서양의 큰 발음 상의 차이는 한가지 사실을 말해줍니다. 고구려의 '고'는 발음과 큰 연관이 없으며, 의미와 더 관련이 깊다는 사실 말입니다(그래서 사실 이 다음 부분 내용에서는 제가 '말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목클리'나 '복클리'의 '목', '복'은 고구려의 가장 초기 종족이었던 '맥(貊)'과 일치합니다. 더욱이 '맥'의 본 발음이 '박(밝)달나무'의 '밝'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연치고는 꽤나 잘 맞는 우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학자들의 주장은 일반적으로 '고구려'는 서방에서 '맥(밝)족의 구려(성)'라는 뜻의 '목클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선에서 끝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본다면 무리일까요? 고구려인들 스스로가 '고'를 '맥' 비스무리하게 읽었다면?
'고(高)'는 '높다'를 뜻합니다. '밝'이 본래 발음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맥'은 '밝'과 연관지어볼 때 당연히 현대 한국어의 '밝다'와 연관되어집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고(高)'와 '맥(貊)'이 의미상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높다'와 '밝다', 즉 '높다-훌륭하다-위대하다-거룩하다-성스럽다-밝다'와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서 말이지요. 이런 '막나가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미상으로 어느정도 통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까?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굳이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외국인인 괵-투르크(돌궐)인들의 입장에서 볼 떄, 그들이 자신들에게 사절로 찾아온 고구려인들이 맥족인지, 예족인지, 혹은 예맥족인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다소 비약일 수 있겠지만, 비슷한 예로 우리는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을 U.S.A라고만 부르지, 영국 식민지가 미국의 모태라 하여 앵글로(Anglo), 혹은 잉글(Engle) 어쩌고를 그 이름에 붙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U.S.A, 아니면 미국인입니다. 외국인인 돌궐인들 역시 고구려인들의 '고구려' 발음을 소리나는 그대로 적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고구려인들은 자신들의 국호 맨 앞글자를 어쩐지 북방민족적 색채가 짙은 '맥(貊)'이 아니라, 밝다와도 다소 의미가 통해면서 '높다'라는 아름다운 뜻을 지닌 글자 '고(高)'로 적고 싶어했고, 그렇게 적으면서도 고를 맥, 밝, 복, 목 등의 발음으로 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물론 여기에는 '고'가 '높다'. '밝다' 뿐만 아니라 '맥'과도 통한다는 저변의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고구려의 '고'는 목, 복, 밝, 맥 등의 중간 발음으로 칭해졌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높다, 훌륭하다, 위대하다, 거룩하다, 성스럽다, 밝다 등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였다고 봅니다. '구려'는 구루, 구려, 클리 등의 중간 발음으로 칭해졌을 것이며, 이는 본래의 의미인 '성'에서 확대되어 나라 전체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정확한 뜻은 위대한 나라, 성스러운 나라, 거룩한 나라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요? 발음은 중간 발음을 하려니까 다소 느끼해지는군요. 옛날 사람들은 영어를 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이 게시판 4746번 밸틴 님의 글에 관련 이야기가 있으니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노태돈 교수의 논문에서는 돌궐 비문 외에도 돈황 기록에서의 Mug-lig 등도 고구려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하는군요.
일단, 1500년전의 어떤 나라의 이름이 그들의 말로 어떻게 불렸었던지 현재 우리가 '고구려'라고 부르는 나라와 그 실체가 완전히 같다고 한다면, 그 나라의 이름을 현대적으로 '고구려'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지극히 당연하고 또한 편리할 것입니다....그러나 그 '고구려'라는 나라의 역사가 1500년이란 시간을 지나오면서 수없이 많은 왜곡을 거쳤다면 그 당시에 부렀 던 나라이름에서 왜곡되기 전의 고구려역사를 추론할 수 있기 대문에 1500년전의 나라이름이 무엇이었는가가 대단히 중요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따라서 '고구려'라는 국호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우리역사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1. 그리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만,... 위에서 분석하신 내용들은 그리 타당해 보이지 않다고 봅니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요약'해 두겠습니다...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1) 1,500년전 원래 '고구려의 이름'.....黎[려,리/검을려,나라(이름)리==고구려 이전의 고대국가 이름]==>九黎[구려,구리/九黎國==소위 치우천왕의 구리국,九는 all의 의미(즉, 온세상, 모든나라)]==>高黎[고리=고주몽의 黎國]==高九黎[고구리=고주몽의 九黎國]...그리고 또,
2. 2) 후대에 왜곡된 '고구려의 이름'......高九黎[고구리=고주몽의 九黎國]==>高句麗[고구려,고구리/고주몽의 구리국]==>高句麗[고구려=고주몽의 麗國/麗는 山高水麗의 麗라는 의미라고 하고, 句의 의미는 모른다고 얼버무림].....그리고 또 高黎[고리=고주몽의 黎國]==>高麗[고려=고주몽의 麗國/山高水麗의 의미라고 둘러붙임]...
3. 3) 즉, 高자는 '고주몽의 高'에서 '山高'의 의미로 바뀌고...九자는 무의미한 句자로 바뀌거나 아예 없어지고....黎자는 듣기좋은 麗자로 바꾸어서 '水麗'의 의미라고 둘러붙임.....결국 '고주몽은 치우천황의 九黎國을 계승하여 '高九黎國(高씨의 九黎國)을 창업한 것임...
4. 이 일련의 과정을 추론해 보면, 결국....桓國(한국)의 실존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黎國(리국) 또는 九黎國(구리국)의 실존사실은 분명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 '黎(리,려)'자는 '黎國(리국)'이라는 구체적인 고유명사가 아니라 '천자가다스리는 나라'라는 일반명사였고 그 당시 그들의 주변(동아시아)에는 특별한 나라가 없이 '천자국'만이 하나 있었고 그것을 그들은 '黎(리,려)'라고 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5. 즉, '黎(리,려)'는 그 자체로 '유일한 천자국'이며 '九黎(구리)'는 '黎(리국)' 전체를 총칭하는 표현이었다고 보입니다...당연히 黎(리,려)'는 夏, 殷, 周 이전의 시대로서 堯, 舜시대와 檀君시대 이전의 삼황오제 시대의 국가일 것입니다. 따라서 치우천왕의 후손이며 단군과 고구려, 백제, 신라의 후손인 우리민족은 이 지구상에서 첫 국가를 이룬 '천손민족'의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할 것입니다.[우리민족의 이름이 '韓'인 것이 '桓國의 桓'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만...이것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