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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에 ‘주천(酒泉)’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옛날에는 주천 곧 술샘에서 물이 아니라, 술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술샘은 사람 신분에 따라서 나오는 술의 종류가 달랐다. 신분이 낮은 사람이 가면 탁주가 나오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면 약주가 나왔다. 신분이 낮은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해 과거시험에 급제한 후 술샘 앞에 서서 물을 떴는데, 약주가 아닌 탁주가 나와 옆에 있던 돌을 던져 막았다고 한다.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에 소재한 술샘
강원도 영월군에 ‘주천(酒泉)’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한자를 풀어서 보면 ‘술샘마을’이다. 그래서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호리병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 두었으며, 조형물에서 200여m 마을로 들어가면 다리 건너기 바로 직전 왼편 강가 바위에 ‘주천(酒泉)’이라 새겨진 술샘이 있다. 그리고 마을 뒤편에는 술샘박물관이 있다. 이 마을을 주천이라 부르게 된 것과 관련해서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신분에 따라 다른 술이 나오던 술샘
옛날 술샘에서는 물이 아니라, 술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술샘은 사람 신분에 따라서 나오는 술의 종류가 달랐다. 신분이 낮은 사람이 가면 탁주가 나오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면 약주가 나왔다. 신분이 낮은 젊은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술샘 앞에 서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도 이제 신분이 높아졌으니 약주가 나올 것이야.”라고 큰소리를 치고 물을 떴다. 그런데 탁주가 나왔다. 당황한 젊은이는 몇 번이고 술샘의 물을 떠 보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탁주만 나왔다. 화가 난 젊은이는 옆에 있던 커다란 돌을 술샘을 향해 던졌다. 그 후 술샘은 젊은이가 던진 돌에 막혀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메말라 버렸다고 한다.
술타령만 하던 사람을 깨우치게 한 술샘
술샘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다른 설화도 있다. 옛날 술샘 인근 마을에 부인을 잃고 상심해서 매일 술타령만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돈이 없어도 자식들에게 술을 받아오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돈이 없는데 술을 받아오라고 하자, 막내는 할 수 없이 술샘의 물을 퍼다 주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마시고는 더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막내는 술샘에서 물을 떠다 드렸다. 그러던 중 돈이 없는데도 아이들이 술을 가지고 오는 것이 의아해서 하루는 아이들 몰래 뒤따라가 보았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주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술샘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물을 떠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물이 아니고 술이었다. 이것을 보고나서 마음을 고쳐먹고 아이들을 잘 돌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 후부터는 술이 나오지 않고 물만 나왔다고 한다.
아전의 귀찮음으로 깨진 술바위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주천 서쪽 강가에 샘이 나오는 바윗돌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물을 떠서 마시면 술맛이 났다. 이 소문이 퍼져서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샘을 찾아왔다. 아무리 마셔도 줄지를 않아 풍족하게 마실 수 있었다. 주천마을에는 술을 좋아하는 아전이 한 명 있었는데, 술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항상 술샘을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바위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하는 것이 귀찮았다. 그래서 하루는 술이 솟는 바위를 아예 가까운 고을 안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동원하여 바위를 옮기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바위를 때려 바위가 세 동강 났다. 한 동강은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다른 한 개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나머지 한 동강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 깨져 버려서 그 이후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문헌에도 기록되어 전하는 술샘설화
『신증동국여지승람』 영월군 주천면 조에 ‘주천석(酒泉石)’에 관한 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고구려 때는 ‘주연(酒淵)’이었다가 신라 경덕왕 때 ‘주천(酒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의 지명이 오래 전부터 술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술샘설화 역시 그 생성과 전승의 역사가 고구려 이전까지 소급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본래 주천석이 돌구유처럼 생겼는데 매일 물 길러 가는 것이 귀찮았던 관원이 현청으로 옮기려는 순간 천둥과 벼락이 쳐서 바위가 세 개로 갈라졌으며, 그중 하나가 이 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전승되는 설화에서는 이런 내용은 보이지 않고, 술샘에서 나오는 술이 반상(班常)을 구별하여 나오기에 화가 난 상민이 술샘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술샘설화는 지나친 인간의 욕심에 대한 하늘의 벌을 자연물의 파괴를 통해 드러낸다. 소박하면서도 엄격한 우리 민족의 윤리관을 잘 드러낸 설화라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단행본
강원도사편찬위원회. 강원도사. 춘천:강원도사편찬위원회, 2018.
단행본
최승순 외. 태백의 설화. 춘천:강원일보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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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신기하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신분에 따라 다른 술이 나오던 술샘
재미있게 읽은 설화
과연 믿을수 있을까요...ㅎㅎ
신분에 따라 술이 다르게 나오네요
요증 은 돈에 따라 달라지는데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