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 없는 사회, 미얀마의 독특한 이름 체계]
미얀마인의 성명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평생을 '아웅산 수치'로 불려온 인물의 성(姓)이 '아웅산'이라고 짐작했다가는 미얀마의 문화를 오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얀마는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가문으로부터 계승되는 '성씨'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성씨는 개인의 뿌리와 가문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모두 전혀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에게 이름이란 가문의 유산이 아니라, 개인이 태어난 순간의 우주적 기운과 운명을 담아내는 고유한 표식이다.
개별성: 각자의 이름은 오로지 그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만을 나타낸다.
연결성: 간혹 존경의 의미로 부모나 조부모 이름의 일부를 넣기도 하지만, 이는 선택 사항일 뿐 법적 성씨는 아니다.
미얀마 이름 짓기의 핵심 원리는 전통 점성술인 '마하보떼'에 있다. 미얀마인들은 태어난 요일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으며, 일주일을 7일이 아닌 8일(수요일을 오전/오후로 분리)로 나누어 관리한다. 이름의 첫 음절은 반드시 해당 요일에 배정된 자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요일. 상징 동물. 이름 시작 자음
일요일 가루다(신화 속 새) 아(A), 우(U)
월요일 호랑이. 까(Ka), 카(Kha), 가(Ga)
화요일 사자. 사(Sa), 자(Za), 냐(Nya)
수요일 오전 상아 있는 코끼리. 라(La), 와(Wa)
수요일 오후 상아 없는 코끼리. 야(Ya), 라(Ra)
목요일. 쥐. 빠(Pa), 바(Ba), 마(Ma)
금요일. 기니피그. 따(Ta), 다 (Da), 나(Na)
토요일. 나가 (신화 속 뱀) 따(Ta), 다 (Da), 나(Na)
미얀마 이름에서 '우(U)'나 '도(Daw)' 같은 수식어는 이름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연령을 나타내는 경칭이다. 이는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하며 상대에 대한 예우를 결정한다.
남성: 어린 시절에는 '마웅(Maung)', 성인이나 존경받는 위치에 이르면 '우(U)'를 붙인다.
여성: 젊은 여성은 '마(Ma)', 기혼자나 사회적 덕망이 높은 여성은 '도(Daw)'를 사용한다.
이름은 보통 2~4음절의 아름다운 뜻을 가진 단어들로 조합된다. 예를 들어 '에(Aye)'는 평화, '린(Lin)'은 밝음, '투(Htoo)'는 특별함을 의미한다. 아웅산 수치의 경우처럼 가족의 이름을 따와 조합하더라도, 그것이 성씨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
미얀마의 이름 체계는 '어느 가문의 누구'가 아닌 '우주의 어느 시점에 태어난 나'라는 개인의 실존에 집중한다. 성씨라는 굴레를 벗어나 태어난 요일의 축복 속에 지어지는 이름은, 수천 년간 불교적 가치관과 점성술을 조화시켜 온 미얀마인들의 독특한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