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김정국과 부휴선사의 교훈]
ㅡ청빈의 여유ㅡ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탐욕심 많은 국가는 이웃나라를 호시탐탐 노략질하기 위해 무기 만드는데 막대한 자금을 쓴다. 99섬의 부자는 한 섬을 더 채우기 위해 양심도 저버린다. 욕망은 망둥이와 같아 절제의 미덕을 저버린다.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그는 생을 마치는 날까지 청빈의 본보기를 보여준 학자이다. 성종 16년인 1485년 태어나 중종 36년(1541) 56세에 생을 접는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기초는 정몽주와 길재, 김종직이다. 조광조와 이장곤, 김정국 등이 이어받는다. 사재 선생의 묘역은 파주 민통선 하포리에 위치해 있다. 그를 낯설어하는 이들은 사재가 누워있는 지역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그가 남긴 좌우명이 후대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배고픔을 즐기며 지낸 안빈낙도의 표본이다.
사재 외에 국필, 문목, 은휴, 팔여거사의 호를 지니고 있다. 11세 때 조실부모한 그는 이모부인 조유형댁에 의지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의 어머니 허금련은 허준 선생의 할아버지인 허곤 여동생이다. 김정국은 모재 김안국(1478~1543) 의 동생이다.
1514년에 사가독서로 세월을 보내다 이조정랑, 사간, 승지를 역임한다. 황해도ㆍ전라도ㆍ경상도의 관찰사를 지내며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푼 훌륭한 관료이다. 기묘사화 때 삭탈관직 당한 후 고양군 망동리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한 문인이다. 그가 남긴 저서 '사재집'이 500년을 이어오도록 만인은 여전히 읽어주고 있다. 마음을 검게 만드는 금은보화보다 값진 보물이다.
솥을 비유해 남긴 사재의 좌우명 한 구절 읽어본다.
"현이 가로로 걸쳐 있고
다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여기에 잘 놓여져 있으며
그용도는 물건을 변혁하는 것
기울어지면 잘못되어 솥 안의 음식이 엎어지나니
너의 몸을 진중히 하여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라."
공덕도 없으면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지혜가 부족한데 큰 일을 도모하다가는 낭패를 본다. 솥의 발이 부러지는 경우를 비유한 시어이다. 솥뚜껑에 새겨진 도철은 식탐을 부리다 몸을 망친다는 경고이다.
"그대는 살림살이가 나보다 백 배나 넉넉한데 어째서 그칠 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을 모으는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있기야 하지.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게 하나,
차 달일 화로 한 개,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한 개,
봄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만 있으면 늙은 날을 보낼 수 있다네."
김정국이 떠나고 2년 후에 부휴浮休 선수善修(1543~1615)가 태어난다. 조선 중기의 서정 시인이다. 비움에 대해 일갈한 선사는 무생無生을 주창한다. 궁색함도 여유스럽다는 사재로부터 청빈하게 살라는 암시를 받은 듯 부휴가 시 한 수 읊는다.
"홀로 앉은 깊은 산속
온갖 일들 가벼워
온 종일 사립 닫고
나고 없어짐도 없음을 배운다.
생애를 낱낱이 검사해보니
남은 물건은 없고
새 차 한 주발에
한 권의 경전뿐이다."
부휴는 73세에 생을 마치면서 임종게를 남긴다.
"환상의 바다에 노닐기 칠십여 년
오늘 아침 이 몸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네
텅 비고 고요해서 아무것도 없으니
보리니 생사니 떠들지 말게."
남원 출생인 부휴는 부휴당대사집을 펴낸다.
휴정선사(1520~1604)와 함께 스승인 부용 영관(1485~1572) 수하에서 동문수학한 부휴선수는 "세상일은 뜬구름이다"라고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물질만능 시대이다. 허송세월 보내다보니 부휴가 세상을 떠난 나이에 접어든다. 덧없이 보낸 지난 시절은 아쉬움만 더한다. 주변에 지인과 가족을 남겨놓고 떠난 인물이 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남기고 떠났을까. 내 자신도 세월의 수레바퀴에 얹혀 게으르고 나태한 삶을 살지 않았나 정신이 번쩍든다.
태금泰昑 이미숙(1953.08.18) 시조창 지도 사범은 광진구의 별이다. 문화원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4년 전(2021.10.12)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나 문하생들이 방황한다. '별꽃 향기를 걸어놓고' 시조집엔 명창이 68년 동안 지낸 세월의 마음을 119편에 실었다. 그의 명시조 한 수 읽는다.
"씨줄 날줄 엮은 시간
남은 게 무엇인가
꿈꾸고 색칠하다
잿빛으로 누운 세월
갈바람 낙엽 소리에
모두 다 묻히는 걸."
고인이 남긴 구구절절한 싯구절엔 고향의 어머니와 자연을 담았다. 세월의 옹이를 도려내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떠난 시인은 고향인 진주를 그린 시인이다.
지난 1월20일엔 광진구 태산으로 칭하는 청람靑嵐 신길웅 작가가 80세에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광진문화원장과 미협회장을 일찍이 지냈다. 관변 단체 회장 직책을 두루 거치며 사사로움에 연연하지 않아 세인으로부터 존경의 대상이다. 조문객이 애도하는 모습을 보니 슬픔마저 더해진다.
봉사의 선동자가 훌쩍 떠나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겸손과 절제가 몸에 배어있어 지인들로부터 칭송 받은 인물이다.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봉사인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허전하다. 고인이 남긴 수필집 '좋은예감'엔 살아온 세월을 담았다.
조선시대의 두 인물을 본보기 삼아 걸어온 태산같은 지도자가 우리 곁에 없어 슬프다. 고인이 생전에 그린 작품과 수필집은 후대로 이어지면서 빛날 것이다.
존경의 대상이 떠나고보니 허전하다. 세상에 남아있는 우리도 언젠가 이들처럼 사라질 운명이다. 물질은 풍부한데 탐닉을 덜어내지 못해 허물만 더해진다. 비움을 실천하고 떠난 이들의 본보기를 이어받아 정녕 죽비를 맞지 말아야 한다.
2024.01.29.
첫댓글 비움을 실천하고 떠난 이들을 본보기 삼아 비우면서 살겠습니다...
내곁에 함께한 인연
그 또한 내 축복의
연결고리 입니다
~궁색함도 여유스럽다,김정국 사재의 청빈함에서 순수의 서정을
느껴봅니다
작가님
늘 좋은글 잘 읽어 봅니다~**
잘 읽고 가네요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