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잠깐만......."
"..너 그거 10분째 말하고 있는거야."
난 핀셋을 든채 10분동안 그놈의 손에 손목을 붙들려있었고,
그놈은 그러기를 10분동안 잡고 놓아주질 않으니.
"..이봐, 너 소독약 싫어하지?"
"....아..아니.."
아니긴 개뿔.
난 방금 흠칫한 널 봤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생긴건 잘생..이 아니라!!!(나..나도 모르게 본심이..)
암튼 사내자식이 엄살은.
"야, 손 놔라? 그래야 치료를 하지."
"...잠깐만.."
난 그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선 잡히지 않은 왼손을 상처에 가까이 댔고,
검지손가락으로 꾸욱 눌러주었다.
"으윽.."
"잔인해. 저게 누나였다니.."
"짜식, 진작에 놓지."
난 후다닥 솜으로 상처를 두드려주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에게 협박을 하였으니..
"가만히 안있으면 소독약 부어버린다."
난 그제서야 조용해진 놈을 보고선 웃으며 조심스레 치료를 해주었고.
치료가 다끝나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으며 날 노려보는 놈을 무시해주고선(쫄음) 말을 건넸다.
"너..이름이 뭐야?"
"씨발..니알바 아니다."
어느새 강하놈의 옷으로 갈아입고선 마치 자기집인 냥 쇼파에 드러눕는 놈이다.
이새뀌가..얻어터진거 거둬들여서 상처치료해준걸로 고마워해야 할판에!!!
"야!!!! 여기가 니네 집이냐?!!?!! 당장 못 인나?!!"
"씹..목소리는 존나 커. 야, 닌 뭔데 나한테 반말 하는데?!"
췌..당연히 나이를 모르는데 반말을 쓸 수 밖에 없잖아(존대말이 아니라?)
난 뻔뻔시리 말하는 놈을 째려봐 주었고..
췌...지금 보니 너 한 미모하는 놈이었구나.
"...신아랑, 17살. 윤성고등학교 재학중."
"뭐야. 나보다 어린 놈이었어? 난 천유하, 19살. 기진고등학교 재학중."
뭐..뭐야. 나보다 두살이나 많았던 거야?
난 괜히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였고
왠지 기분이 더러워지는 코웃음소리가 들려 놈을 쳐다보았다.(그래도 놈이란 별칭은 안버리는 구만.)
"야, 나 니이름 많이 들어봤는데."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일께. 요.."
난 요를 붙이기도 안붙이기도 뭐해서 끝을 웅얼거리듯 대충 얼버무렸고
"야야, 그냥 반말써라. 닭살 돋는다."
저따구 말을 내뱉으며 팔을 문지르는 반하놈이었다.
"그리지 뭐. 그리고..우리 초면 아닌가?"
"응. 그런데?"
"...뻔뻔한 놈. 너의 손에 들린 것을 봐라."
반하놈의 손에 들린 것은 쇼파에 숨겨둔 과자였으니.
저 애물단지 몰래 먹으려고 숨겨둔걸..
크흡....
"이게 뭐가? 그리고 두살이나 많은 오빠한테 놈?!"
얼씨구.
너의 지난 행동들을 보거라.
그것이 정녕 초면에!!! 것도 뚜드려 맞고있는 거 구해다 준 생명의 은인에게 할 짓이냐!!!!(너도 만만치 않은..)
"이이...오빠고 아빠고간에!!!!!! 그 과자 내려놓고 썩 꺼져라!!!"
난 발악하듯 놈을 현관으로 마구 밀쳐냈고
나의 무지막지한 힘에 떠밀려 나갔다.
"야!!!! 담에 또 보자!!!"
저런 개똥같은 말과 함께 내눈앞에 사라졌다.
다음에 니놈 얼굴 또보면 내가 패딩 차림으로 사우나를 가겠다 이놈아.
"오오. 누나 방금 파워풀했어."
"빨랫줄로 목 졸라 주리?!"
나의 무시무시한 발언에 강하놈은 슬금슬금 목을 감싸며 자리를 떴고,
난 이미 절반이 날아가버린 과자를 보며 눈물을 찍어내야만 했다.
"아아..오늘도 시간이 무료하게 지나가는 구나."
입에는 자태가 아름다운 초코맛 쮸쮸바를 물고선 시원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1시간째 구름을 쳐다보고 있으니 뒷목이 뻐근해져 오는게 슬슬 일어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뒷목.
어제는 분명 그 반한가 뭐시기 같은 놈을 절대 마주치지 않기로 다짐하며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내손은 저절로 옷장부터 뒤지는 구나.
"이 나쁜 손들..밖에 나가고 싶으면 진작들 얘기해주지."
이미 그놈(상처투성이놈)따윈 잊어버린 나이지만.
난 옷을 다갈아입어서야 지갑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 좌절해 있었다.
"아아..왜 하필 이런 중대한 날에...............
.....강하..?"
난 마침 며칠전에 성대하게 열린 강하놈의 생일이 떠올랐고,
중학생부터 선배들한테까지 뜯어낸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흐흐흐흐..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구먼.
"어디보자..일, 십.....유..육.육 십만..."
난 어느새 강하놈의 지갑을 뒤지고 있었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자그마치 육십사만오천칠백원이나 있었다.
"와...와아..육..육십만...생일로.."(생일날 공짜 뽀뽀 쿠폰밖에 안받아본 이분.)
난 그중에서 가볍게 십만원만 들고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나온 강하놈의 목소리가 골목 깊숙히 까지 퍼져 나갔으니.
"신아랑!!!!!!!!!! 내 십만원!!!!!!"
난 그대로 허벅지를 신나게 놀리며 시내까지 뛰어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