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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휘의 교열 斷想] 도나캐나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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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도나캐나 클릭 몇 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블로그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만든다고 모두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한번 내릴 때마다 따뜻해지는’ 봄비에, ‘봄바람에 말똥 굴러가듯 한다’는 강풍까지…나들이를 위해 싸 놓은 개나리 봇짐을 풀어야겠다.” “이것은 말이나 글은 도나 개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할 자격과 그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괭이부리말에는 이제 충청도, 전라도에서 한밤중에 괴나리봇짐을 싸거나 조그만 용달차에 짐을 싣고 온 이농민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앞서 인용한 문장 속에 나오는 ‘개나리 봇짐’과 ‘도나 개나’는 잘못된 표기이고 ‘괴나리봇짐’과 ‘도나캐나’는 올바른 표기이다. ‘괴나리봇짐’은 걸어서 먼 길을 떠날 때에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는 작은 짐을 말하며 ‘괴나리’라고도 하는데 이를 ‘개나리봇짐’ ‘개나리 봇짐’ ‘괴나리 봇짐’이라고 하면 틀린 표기이다. ‘도나 개나’라고 잘못 알고 있는 ‘도나캐나’는 하찮은 아무나, 또는 무엇이나라는 뜻으로 “도나캐나 마구 지껄여 대다.” “옷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 도나캐나 나선다.”로 쓰이며 ‘도나 캐나’로 띄어쓰면 안 된다.
예전에는 소금이 정말 귀했다. 그래서 작은금(小金)이라 했다고 한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필요했고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쓰였다. 소금은 스스로 녹아 맛을 낸다. 보이지 않는 희생이 소금의 역할이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어두운 기운은 힘을 쓰지 못한다.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 단체와 조직은 소리 없이 밝아질 것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들 한다.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 되라는 즉, 세상을 밝게 하고 신선하게 하라는 말이다.
물질이든 지식이든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이 인정받고 싶어진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월감에 젖어든다. 소속 단체에서 더 높은 자리를 탐내고 행사나 모임에서 윗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자리로 인해 그 행사장을 떠나기도 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삶의 껍데기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이 우선돼야만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내년 6월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제5회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띈다.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괴나리봇짐을 지고 도나캐나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허언들만 난무하는 지방선거가 될까봐 심히 걱정된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높아지고 인정받으려는 것보다 자신을 낮추고 작아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2009/06/15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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