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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에 대략 4-6번 정도 개봉관엘 가는 편이다.
과히 좋은 성적은 못된다.
그중에 반 이상은 아마도 우리 영화였던거 같다.
나는 외화 보다는 한국영화를 더 좋아한다. 이유는 없다.
그것이 어디 영화제에서 무슨 상을 받았건 아니건 간에,
관객수가 몇만을 넘어 섰건 아니건 간에, 느낌이 끌려서 보고 싶으면 그냥 본다.
박중훈 주연의 '돈을 갖고 튀어라'는 7번을 봤다.
물론 비디오로 대여해서 본 횟수까지 합쳐서 말이다.
게임의 법칙은 4번, 송강호가 나오는 넘버3는 세번,
개같은 날의 오후 세번, 런어웨이 두번, 귀천도 세번,
겨울 나그네 두번...
아직은 지금처럼 우리 영화가 덩치가 커지기 이전의 얘기다. 비록 지금은 흥행 기록에서 뒤엎어 졌지만 난 쉬리가 왜 그렇게 흥행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영화 좋아하세요? 라고 물으면 쉬리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한국영화는 돈 아까워서 죽어도 못 보겠다는 사람도 있더라.
대신에 단편/독립 상영회 소식이 들리면 주머니에 몇천원만 있으면 밥은 굶어도 그들의 기발한 생각을 훔치러 간다. 내 꼬임에 넘어가 동행했던 많은 사람중에 더러는
"저것도 영화야?" 라고 반문해 버려 그담부턴 취향 비슷할것 같은 사람한테만 가자고 한다.
사람마다 각기 자기 취향이 다르다는건 정말 맞는거 같다.
난 80년대 후반 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헤비 메틀을 정말 지랄나게도 들었는데 그런 날 보고 미친놈이라고 한사람도 있었다. 난 비틀즈가 별론데 어떤사람은 비틀즈가 최고라고 하고 나는 레드제플린의 음악에 귀가 열리지 않는데
어떤 사람은 내가 오히려 미친놈아라고 할만큼 폭싹 빠져 사는 사람도 있었다.
영상(?)을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
하루에도 수십수백개씩 에로 비디오를 카피만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고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를 만들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영화하는 사람이 에로 비디오를 카피만 하면서 살리라고는 꿈도 안꾸겠지만 에로 비디오카피만 하는 사람은 에로 비디오 감독, 나아가서는 로멘틱 영화감독이 되는 꿈정도는 충분히 꿀수 있겠다. 그러다 어쩌면 자기 이름 걸린 어쩌구 아무개필름이라고 영화사 하나 차릴수도 있겠다.
영화적 논리와 자세한 설명을 할수 있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식'쪽에 가까운 내가 굳이 어설프게라도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어느정도 거치는 과정들은 분명히 있는거 같다. 뭘하면서 사는가도 중요하고 더불어 자기 성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듯 싶다. 여하에 따라서 에로 비디오맨이 언제까지나 카피만 하고 살아라 라는 법이 있을수 없듯이 말이다.
현재, 뮤직 비디오 감독이 젊디 젊은 세대들의 희망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어느 연애정보 잡지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90년대 후반 부터 급상해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뮤직 비디오계가
이제 막 발 집어 넣고 시작해 보려 바둥대는 우리가 그 빛의 자락에 일부분이라도 비추어 지기 이전에 어쩌면 하락하고 쇠퇴의 길을 걷게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왜?하냐라고 스스로 자문해 본다면 맥도날드에 가서 치즈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는 "너는 왜 불고기 버거를 먹지않고 치즈버거를 먹니?"라고 묻는것과 다를바 없을거 같다.
왜 불고기 버거를 먹지 않고 치즈 버거를 먹을까?
그것도 맛있게...
그 사람은 치즈버거가 맛있기 때문이다. 불고기 버거가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그 사람은 치즈버거가 더 좋은거 뿐이다.
난 본디 성격에 책임지지 못할 말은 두려워서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몇몇이 모여 워크샵을 열때도 하지 못할 작업에 대한 계획은 아예 세우지 않는다.
주어진 제작비와 모여진 인원 안에서 가능하겠다라는것만 계획을 세운다. 현장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만들어 내고 사력을 다한 후 못내 하지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도 갖지 않으려 한다. 최선 이후에 미처 생각지 못해 보여지는 실수에 대해선 반드시 기억해두고 두번다시 되풀이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래서 난 말만 앞세우는 듯한 사람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이렇쿵 저렇쿵 하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레드 제플린이 좋으면 난 라우드니스가 더 좋고,
누군가가 비틀즈가 좋으면 난 아이언 메이든이 더 좋다.
내가 곱게 곱게 접어 만든 종이배를 띄울 곳이 고여 있는 구정물이어서 싫다라면 깨끗한 물로 가면 그만이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어서 싫다라면 좀더 넓은 강가로 가면 된다.
여력이 된다면 그 구정물을 퍼내고 깨끗한 물을 부으면 되고, 졸졸 시냇물이라도 그 줄기가 여러갈래 모이면 오히려 더 큰 나무배를 띄울수 있는 강이 될거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왜 더 든든하고 두툼한 불고기버거를 먹지 않고 얄팍한 치즈버거를 먹고 있니?"라고 묻는다면 난 그저
"난 그래도 치즈버거가 좋아..."라고 말할거다.
우리가 아주 커다란 나무배를 띄우는 그날엔,
내가 그 뱃사람들에게 치즈버거를 두개씩 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