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떠날 땐 짐을 가볍게 해야 한다지요. 어디 짐 뿐만은 아닐 테지요. 마음까지도 가볍게 해서 떠나라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짧은 1박 2일 동안 무려 다섯 곳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적어도 한 곳에서 하루 동안만이라도 진득하니 머무르다 와야 할 것을 아쉬워 합니다. 가는 곳마다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그곳에 도착하면 바로 다음 성지를 향해 떠날 생각부터 먼저 앞섭니다.
이번 순례의 여정엔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46,11)"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나섰으나 그러질 못했습니다.
일상의 번잡함을 다 버리고 조용한 곳에 오래 머물며 내 들뜬 마음을 조용히 다독거리고 침잔된 앙금조차도 고요 속에 던져지듯 그렇게 보냈어야 했으나 전혀 그러질 못했습니다. 고요의 침묵 속에서나 심연의 고독 속에서 그 분의 실존을 느껴보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합덕성당을 끝으로 이번 잔차로 떠나는 순례길을 무사히 끝 마칠수 있었던 것을 감사합니다. 특히 합덕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사제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소의 요람(사제32명, 수사5명, 수녀70여 명)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거의가 무명순교자인 해미성지에서의 순교사를 더듬어 볼 때 다만 가슴만 먹먹할 뿐입니다. 무엇이 그들은 자신의 목숨조차도 기꺼이 담보하며 칼아래 스러져 갔을까요? 제대로 된 신앙서적 하나 없을 터인데 무얼 믿었기에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을까요? 느닷없이 수 천년전 이역만리나 떨어진 예수라는 젊은 사람이 그들앞에 나타나 죽었다가 사흘만에 살아났다는 미혹될 수 밖에 없는 선동짓(?)에 서스럼없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했을까요?
겨울철 짧은 해는 니엿니엿 지는데 합덕성당에서 솔뫼성지로 다시 되돌아와서 순례라이딩을 마무리 합니다. 솔뫼성지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요. 성전 문이 잠겨있어 수녀님께 부탁드리니 저희를 위해 선뜻 굳게 닫힌 성당문을 열어주십니다. 내 벗인 미카엘과 마르띠노와 함께 내 인생에 소중한 시간이었던 1박 2일 [잔차로 떠나는 성지순례] 길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모두가 오로지 주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잠시나마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대구엔 궂은 비가 내렸다는데 이곳엔 봄 날 같은 맑은 날씨를 주신 것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사고뭉치(?) 아들늠 안젤로 성소를 위해서 미사(2월 16일 휴가오는 날)예물을 봉헌하였습니다.
이제 6시입니다. 조용히 어둠이 밀려오는 신앙의 못자리 내포지방 저마다 맑고 아름다운 마음을 조금은 넉넉해진 가슴 속에 품고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남쪽으로 힘차게 가속패달을 밟습니다.
또 담에
이번과 똑 같은 순례의 길을 다시 찾아 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땐 함께 와서 보고 오랫동안 머물러(요한1,50)야 겠습니다. 물론 셋이서.
[회비지출보고] 총수입 : 200,000원 총지출 : 330,500원 잔액 : -130,500원
수입 및 지출 내역 <수입> : 200,000원 1. 흑기사 : 50,000원 2. 적토마 : 100,000원 (3월,4월분 선납) 3. 시나브로 : 50,000원 <지출> 1. 통행료 : 24,400원 ( 유성-8,300원. 서산IC-4,700원. 북대구IC-11,400원) 2. 식대 : 94,500원 13일점심(13,500) 14일저녁(35,000) 14일아침(10,000) 14일점심(15,000) 14일저녁(21,000) 3. 찜질방 : 21,000원 4. 기타 :30,000원 (찜질방음료수. 커피. 과일. 과자...등) 5. 차량유류대 : 110,000원( 출발전날 대구50,000원. 추풍령 70,000원) 도착하여 반눈금 남았음(10,000원 차감) 6. 잔차덮개 : 14,100원 (옥션 개당5,800원 택배비 2,500) 7. 사진현상료 : 36,500원(250원*146장) (회비경비 실손부분은 적립금에서 충당할 예정입니다. 현재 적립금은 정산전 346,261원 입니다. 월요일 집행 ㅋㅋㅋ) 상기와 같이 순례라이딩 경비내역을 보고 합니다. 지적사항은 댓글 바랍니다. 시나브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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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나브로 원문보기 글쓴이: 시나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