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런데 건축비가 걸림돌
노들섬 디자인案 7건… ‘구글’ 건축한 헤더윅 작품이 조회수 1위
최종석 기자
입력 2023.06.23. 04:33
서울시가 세계적 명소로 꾸미려는 한강 노들섬의 디자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작품 ‘사운드스케이프’와 국내 건축가 김찬중의 ‘노들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노들섬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월 이 두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 디자인안(案) 7건을 공개했다.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 조회 수를 기준으로 보면 헤더윅의 ‘사운드스케이프’가 1위이고, 김찬중의 ‘노들링’과 독일 위르겐 마이어의 ‘노들아트아일랜드’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고민에 빠졌다. 헤더윅의 디자인 작품 등은 그 자체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수준인데, 건축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본지가 확보한 예상 건축비 자료를 보면, 사운드스케이프 건축 비용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강에 대교 4개를 놓을 수 있는 돈이다. 이어 마이어의 노들아트아일랜드가 7211억원, 신승수의 ‘군도’가 7066억원, 나은중·유소래의 ‘산들노들’이 3171억원, 김찬중의 ‘노들링’이 2450억원 등 순이었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작품은 덴마크 비양케 잉겔스의 ‘더리플’로 77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비용 측면에서는 노들링이 가장 유리해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링은 시민 이동 수단인 캡슐을 운행해 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을 들이지 않고 100% 민자(民資)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들섬 전체 디자인이라기보다 교통수단을 제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을 줄일 방안으로 디자인 3~4건을 절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예를 들어 교통수단은 노들링을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고, 섬 전체 디자인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축소해 짓는 식으로 장점만 뽑아내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건축가가 제안한 디자인은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 조합해 제3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헤더윅은 미국 뉴욕의 전망대 ‘베슬’과 실리콘밸리의 구글 신사옥 ‘베이뷰 캠퍼스’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다. 그의 작품 ‘사운드스케이프’는 서울의 산세(山勢)를 형상화했다. 노들섬 위에 높이가 다양한 기둥을 세우고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공중 하이킹’ 코스를 넣었다. 강 위에서 산길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헤더윅은 이 디자인을 하려고 노들섬을 찾기도 했다.
김찬중의 ‘노들링’은 용산구 이촌한강공원과 노들섬 사이에 대형 고리 모양 다리를 놓자는 구상이다. 고리 내부에 선로(線路)를 만들어 4인승, 8인승 투명 캡슐 100여 개가 고리를 따라 회전한다. 시민들은 이 캡슐을 타고 360도를 돌면서 한강과 노들섬의 풍경을 감상한다. 고리 위쪽엔 한강의 일몰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었다.
위르겐 마이어의 ‘노들아트아일랜드’는 노들섬 위에 구름 모양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로 구불구불한 공중 산책로를 냈다. 구름 위를 걸어보자는 것. 노들섬 동쪽에는 한국의 석탑을 본뜬 ‘워터타워’를, 그 아래엔 야외 수영장을 넣었다. 워터타워 꼭대기에서 수영장으로 폭포수처럼 물이 떨어지도록 해 장관을 이룬다.
◇사연 많은 한강의 모래언덕 ‘노들섬’
한강의 작은 모래언덕이었던 노들섬. 1917년 일제가 한강 인도교를 놓으면서 제방을 쌓고 3300㎡ 크기 인공섬으로 만들었다. 당시엔 한강 가운데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중지도(中之島)라고 불렀다. 시민들은 한강 인도교 주변 백사장에서 물놀이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진흥기업과 건영 등 민간 건설사가 사들여 유원지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74억원에 노들섬을 사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했고, 오세훈 시장도 2006년 예술섬으로 만들려고 했다. 번번이 쉽지 않았다. 박원순 전 시장은 채소를 키우는 ‘노들텃밭’으로 만들었다.
서울시는 이달 열린송현녹지광장 등에서 디자인 7건을 전시하고 시민 의견을 모아 최종 당선작을 결정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설계에 들어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을맛집 노들섬이 예술섬으로 '엄근진 서울' 20230912 중앙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128
한강 노들섬 재탄생 2017년, 영국 디자이너 헤더윅 20240530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N5RA/1206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