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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27 화요일-목요일
첫날 3월25일 화요일
금년들어 숙박 산행은 처음이다. 그것도 섬산행이다.
일반 산악회 같이 무박으로 하면 비용도 가볍고 시간도 적게 들겠지만 우리 나이에 돈 좀 아끼자고 무박 산행을 할 수 있는가. 무박의 경우는 청산기맥중 두세개의 산만 오를 수 있다. 7개의 산을 그렇게 주마간산격으로 스치고 지나 올 수 있는가?
우리가 가진 것은 시간뿐이고 산은 너무 좋아하고 멀리 청산도까지 가서 자연산 생선회도 배불리 먹고 아무래도 2박3일은 필요하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 첫 버스를 타면 당일 청산도 입도하여 두세개의 산을 오를 수 있지만 느긋하게 일정을 잡고 첫날은 청산도에 당도하여 싱싱한 회로 배를 채우고 둘째날은 산행을 마무리하고 셋째날은 오전에 관광을 하고 오후1시 배로 청산도를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 따라 10시20분에 반포고속터미널을 출발한다. 버스가 정안과 함평휴게소에서 각각 15분씩 쉬었다 달린다. 우리는 석창형이 제공한 빵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한다.
오후 3시반경 도착하여 여객터미널로 이동한다. 배편은 오후6시 막배다. 27일 서울행 오후3시10분 버스표도 예매한다.
6시 완도항을 출발한 슬로우시티청산호는 6시50분경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한다. 바람은 없으나 이슬비 정도의 비가 뿌리며 시정은 제로 상태다. 내일 오전까지 적은양의 비가 내린다고 했으니 하늘만 믿을 수 밖에....
예약된 숙소겸 식당 부인이 뱃머리까지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어판장에서 싱싱한 감성돔과 전복 해삼 멍게 등을 준비하여 저녁을 맛있게 배불리 싫것 먹었다.
둘째날 3월26일 수요일
아침 5시 기상하여 창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일출을 보기는 아예 틀렸다. 이것이 청산도 불상사 1호라 명명한다.
도미 매운탕으로 어젯밤의 숙취를 달래고 7시20분경 숙소를 나서 주인님의 SUV차량으로 산행길에 나선다. 신흥리를 지나 진산리 가기전 상산포 보리마당 고갯마루 청산기맥 들머리에 7시45분 도착이다.
이제부터 약17km의 7개산을 7시간 동안 맛을 보리라.
가시거리가 50m 될까말까....
산행시작 25분 지나니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3월16일 보성 오봉산에서 꽃망울을 봤는데 오늘은 진짜 꽃이다.
사진이 흐린데 이건 내 죄가 아니오. 내 카메라는 빗물에 고생이 많다오.
8시22분 까마귀바위333m(烏山실제는 약260m정도?)
정상 바로 아래 넓은 바위가 스랩을 이루어 제법 산봉우리의 면모를 보이나 정상의 표지는 아무 것도 없다. 돌탑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조망은 우리의 시야와 너무 가까이하고 옷은 빗물에 제법 촉촉하다.
오산은 청산8경중 제1경인 項島歸帆과 제2경인 烏山落照로 청산도가 아끼는 장소다.
항도귀범이란 동촌리 새목아지섬에 저물 때 돌아오는 돛단배로 상상만 해도 보고 싶어지나 하늘만 바라보며 속상해 한다.
오산낙조란 말 그대로 붉게 물든 바닷길을 연상케 한다.
8시27분 양지마을 분기점에 도착한다. 흐린 날씨이지만 산길이 부드러워 걷는데 큰 지장은 없다.
대봉산 바로 아래 산성터의 암반위에는 활짝 핀 진달래가 우리를 응원한다.
8시54분 청산도의 제2봉인 大逢山379m에 오른다. 조망이 좋기로 소문 난 봉우리가 맥을 못춘다. 오늘의 제2불상사다.
청산8경중 제3경인 大逢蓮寺로 이산아래 백연사의 목탁소리가 대봉산에 메아리는 상상이 저절로 마음을 순화 시키는 것같다.
9시4분 부흥리마을 분기점이다.
9시31분 어느 산객이 목판에 大成山346m이라 먹글씨로 치장하여 걸어놨다.
이제 비가 많은 양을 뿌린다. 방수자켓에 우산까지 고생한다.
청산8경중 제4경인 大成夜雨로 밤비 내리는 대성산이 이만저만이 아닌 가 본대 지금 오는 비는 처량하기만 하다.
오산 아랫쪽에서 따라 온 산성이 점점 확실히 나타난다. 그리고 그 잔해들을 산길의 디딤돌로 활용하여 산길을 뚜렷하게 개선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산성을 보존해야 하는 측면에선 안타까운 것이 더하다. 옛적 우리의 선조들이 이 산성을 축조하느라 농사일과 가족들도 뒤로하고 얼마나 많은 백성이 다치고 죽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 당국은 이점 유념했으면.......
아래의 사진처럼 곳곳에 약간 노력의 시늉이 보인다.
9시47분 고성산 분기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리해수욕장으로 하산하는 지리재이다.
대선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비맞는 동백이 큼직한 꽃봉오리를 땅에 떨어뜨린다.
10시10분 대선산 분기점에 도착하여 찬회회장표 커피한잔씩 나눈다. 비가 오락가락 할 때는 잽싸게 한잔 마시는 것이다. 이곳에서 대선산을 거치면 도청리 숙소로 내려 갈 수 있다.
우리는 대선산을 찍고 다시 여기로 내려와 고성산으로 갈 것이다.
10시13분 펑퍼짐한 大仙山343m 고스락이다. 조금전 분기점이 300m 정도의 고도이니 여기 대선산은 약 310m 아닐까.....
겨우 얼굴을 판독하는 수준의 밝기로 어둡다.
10시22분 아까 지났던 대선산 분기점을 찍고 고성산 방향으로 달린다.
10시31분 조망 좋은 암반위에 선다. 그러나 조망은 제로다. 지척을 분간하기도 힘들다. 많은 산객들이 이곳 전망대에서 눈요기를 맘것 즐기고 가는 자리다. 우리는 상상만 하다가 자리를 뜬다.
10시39분 산성과 억새와 청산도에서는 귀한 소나무가 반기는 읍리재에 다다른다.
10시45분 돌무더기와 진달래가 눈을 즐겁게한다.
10시49분 청산도를 동서로 가르는 도로 북쪽의 마지막 산인 古城山310m 고스락이다. 나머지 두개의 산은 청산도 남녘의 산들로 조망이 우수한 산들이다.
고성산은 고도가 220m전후로 되어 보인다. 그러나 청산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본도의 상황봉과 마주보고 있어 봉수대가 있던 자리다. 지금은 흩어진 돌들을 모아 성을 재현하고 봉수대지에 엉성한 돌탑을 세웠다.
청산8경중 제5경인 古成歸雲은 이산의 정경을 말함이다. 옛성터의 한적한 산마루에 구름도 돌아간다는 감정을 말함인데 하늘의 구름은 온산을 덮고 아무 것도 보여주질 않는다.
고성산에서 15분 가량 내려서면 청산도를 동서로 가르는 간선도로 읍리큰재(해발115m)다.
현재시간 11시5분 점심식사는 좀 빠르고 오후 시간 조절을 위해 보적산과 범바위를 따라가기로 한다.
읍리큰재에서 부터는 너덜도 없고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11시38분 청계구장마을 분기점이다. 오른쪽으로는 구장마을로 내려가고 왼쪽으로는 매봉산입구인 청계리와 장기미해변 낚시터 방향이다. 우리는 보적산으로 직진한다.
분기점을 지나니 모두가 지쳐간다. 아마 배가 고픈가보다. 비맞고 운무가 호흡작용을 방해하고 걷기가 싫은가 보다. 설상가상으로 비탈진 산길은 쉼 없이 이어져 끝이 안보인다. 그래도 찬회회장이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게 고맙다.
영섭이는 대선산에서 내려오다 부러진 스틱 대용으로 나무지팡이를 짚고 오르는 모습이 도사같다. 이것이 청산도 불상사 3호다. 도사가 무삼중생을 추스르는 것같다.
11시43분이 지나는 시간 이번에는 찬회회장도 괴로워 한다. 괜스레 내가 미안해 진다. 읍리큰재에서 식사 할 것을.....
11시54분 진달래가 도열하며 나를 반긴다. 이꽃을 보면 힘든 친구들이 다리에 힘이 붙겠지.
이제 정상이 보인다. 먼저 일련의 바위군이 나를 맞는다. 나는 소리질러 3산우들을 응원한다. 부처님이 만든 바위군을 보라고......
읍리큰재 이후 처음 맞는 바위다.
12시에 寶積山330m 정상이다. 이곳이 청산8경중 제7경인 寶積靑嵐인데 보이는 것은 정상석뿐이다. 그대로라면 푸르다 못해 쪽빛으로 물든 보석을 쌓아올린 보적산의 한낮이어야 하는데 .....
당국에서 세운 오석의 좌식정상석과 고양의 일산 어는 산악회에서 세운 입식 정상석이 1-2m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4-5m 남쪽으로 정상석이 설치되기 전에 정상 표지를 가름했던 조그만 케언이 지금도 정상을 지키고 있다.
후미가 도착하는 동안 타이머 작동으로 셀프촬영을 시도했다.
정상의 진달래꽃을 붙들고 떠날줄 모르는 찬회회장님.
정상에서 10여분 이상을 멀리 바라보며 상상만 한다. 저기는 완도 저기는 보길도.....그리고 12시13분 낭떠러지 절벽을 내려서서 범바위쪽으로 향한다.
비 맞은 암벽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59mt가 보적산에서 정기를 받았나 보다. 오늘의 전구간중 제일 위험하고 비온 날 한발 한발 내딛는 돌바닥의 걸음은 무척 조심스럽다.
12시35분 범바위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오전 산행 코스의 마지막 범바위(虎巖)를 보러 위로 올라간다. 12시40분 우렁찬 바위덩이에 올랐으나 주변은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답답하다.
청산도 제6경인 虎巖宿霧라는데 지금같은 모양새를 말함인가..... 숙무란 범이 앉은 자리에 운무가 내리깔리고 범의 몸통은 훤히 드러나는 상태여야 하는데.....
끝내 조망 없는 산길을 오전 내내 걸었다.
몹시 배도 고프다. 숙소의 이사장님이 우리를 태우고 식당에 도착하자 회덮밥이 기다린다. 막걸리와 소주로 꿀맛같은 점심을 먹었다.
1시간 가량 식사를 마치고 이사장님이 청계리 매봉산 들머리에 내려줘 2시36분 산행을 시작한다.
전에는 청계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오늘 큰기미 갈림길까지 길이 새로 생겨 그길로 오르니 청계리보다 절반은 가깝다.
매봉산은 수도권에서 무박으로 산행을 하다보면 대부분 놓고 가는 산이다. 1박하더라도 매봉은 닭갈비 신세다.
산길은 희미하고 다른 산길에 비하여 관리도 허술하다.
2시50분 원동청계분기점에 선다.
편안한 비탈길을 가노라니 3시6분경 동백과 진달래가 우리를 반가워 한다. 남도는 동백과 진달래가 접수중이다.
3시26분 오르막길과 씨름하는 중에 상서리와 매봉산 분기점에 오른다.
3시30분 앙증맞은 돌탑 1기가 인사한다. 보성 오봉산에 가면 돌탑 옆에도 못선다.
산행 시작 1시간만인 3시35분 청산도 제1봉인 매봉산(鷹峰山)385m에 올라선다.
오전보다는 가시거리가 좀 늘었지만 200m정도 보일까 말까다.
정상석을 설치하기전 돌탑이 정상을 표지했다. 나는 반가워 여러번 어루만졌다.
청산8경중 마지막 鷹峰秋月을 노래하는 산이다. 달밝은 가을하늘에 우뚝 선 매봉산이 구름 가르고 고개를 드러내는 그런 멋.
3시48분 정상을 떠나기 아쉬워도 우리는 하산한다. 보이지도 않는 정상 조망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4시에 지나온 상서리분기점이다. 이사장님이 원점회귀를 부탁하여 이곳을 지나친다.
4시25분 원동분기점도 통과하고.
4시35분 장기미 큰기미 청계리 분기점인 매봉산 날머리에 내려 선다. 오늘 우리 59mt 17km 7시간 수고 많았습니다.
날머리 밑에 청산도에서 제일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소나무 뒤로 청계마을이 정답게 옹기종기 모여있다. 날이 좀 개는지 지금까지 보다 제일 시원스런 조망이다.
내일 오전에 청산도 슬로우길에 산재한 명소를 볼 예정이었으나 이사장님의 차안에서 주마간산격으로 대충 훑어 보자고 의견 일치다. 내일은 아침배로 청산도를 떠나자고 했다.
서편제,봄의왈츠,여인의향기 촬영지와 고인돌, 하마비,구들장논,옛담장등을 돌아봤다.
화랑포공원밖의 草墳 앞에선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에서 내린다.
본시 초분의 배경은 천수를 다한 노인, 임산부의 주검, 전염병으로 죽은자, 익사자 등이 초분의 대상이었으나 여기 청산도의 특성상 노인을 집에 두고 멀리 몇달씩 고기잡이 배로 떠난 자식간의 사연이란다.
상주가 없는 시신을 매장 할 수가 없고 자식을 못보고 죽으니 눈을 감을 수 없고 자식이 돌아 와 매장 된 부모를 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장례법이 아니겠는가........
명소를 둘러보는 사이 해가 나오고 시야가 넓어진다. 잔치는 끝난는데 식욕이 살아나는 격이다.
저녁상에 싱싱한 자연산 생선회로 날씨의 서운함을 달랬다.
셋째날 3월27일 목요일
이틀간이 빨리 지나가고 오늘이 3일째 되는날이다.
전복죽으로 속을 풀고 9시배로 떠난다.
완도항에 도착하며 주도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주도는 완도의 관문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조그마한 섬이다. 완도항의 전경이 아름답고 정겹다.
10시20분 금호고속편으로 완도를 떠나 반포에 3시20분경 도착하여 2박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59mt 4월1일 화요일 우면산에서 만나요.
첫댓글 팔성다리님!!!! 고맙고 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