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수원 말씀의 피정 집은 교통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른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났으나
정류장을 착각하여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지 뭡니까? 말이 한정거지
시골의 정거장은 엄청 길고 택시를 타려니 택시도 없고 하여 터덜터덜 두 정거 가까이 걸어
겨우 도착하니 10분정도 늦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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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를 끼고 올라가다보니
수도원 입구라는 나무안내판이 나오고...좀 올라가니 짧은 터널이 나왔다.
지난번 왔던 길이건만 일년만에 오니 처음 오는 길 같았다.
터널안에서 바라본 말씀의 집 진입로...
마치..어둠을 뚫고..빛을 향해 나아가는 회개한 영혼인 양..그렇게..그렇게...
11월의 이른 아침은
알싸하게 차가운 기운으로 아직 운무가 가시지 않아
더욱 운치가 있다. 터널을 빠저나가니..가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속으로.. 그 유혹속으로..
잠시 후에 만날..바오로 사도의 여정속으로.
그렇게 빠져 들어갔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그 곳..
저 멀리 숲 속에서 그윽하게 바라보고 계시는 성모님께..인사하고^^
성모님, 안녕? 일년만에 뵙네요. 꾸뻑 (죄송, 길이 바빠서 이만)
그렇게 시작된 류신부님의 오전강의
바오로사도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형식의 강의 내용입니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의 회심에 관해, 로마에서 참수 당하며 그때의 심경을 헤아려 보며
기도의 회심을 뉴먼 추기경의 "바오로의 고백"을 마탕으로 강의를 이어가십니다.
그렇게 사도의 여정을 따라..길을 떠나고..
마치..
당신의 고백인 듯...
신부님의 열강에 귀 기울이고..
이제..
사도의 여정을 따라 떠났던..
우리들의 여정도
사도의 첫번째 예루살렘 방문을 끝으로..
점심시간 속으로~~
오후 강의는 산책과도 같은 산행으로 시작되고...
마치..예수님 뒤를 따르던..제자들 마냥..
신부님 뒤를 따라..낙엽을 밟으며..산으로..산으로..
얼마간의 산행 후.. 자리잡은 그 곳에서
신부님의 산상설교^^를 경청하는 우리..
이천 년 전..그 산위에서의 예수님 말씀을 경청하던 그들처럼...
복행복하여라..마음이 가난한 자들!
그렇게
그렇게
은총 속의 하루 피정이 지나가고...
산에서..
땅으로..
다시..말씀을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돌아 오는 길엔
안개는 싹 가시고 아름다운 자태의
나무들이 우리를 배웅하며 또 오라고 합니다.
당근이지.. 말밥이고..
우리가 피정 받은 장소랍니다.
점심시간 후 담소로...
'바오로의 유혹'은 어느새 잊고
맛있는 점심의 유혹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빠져버렸지예
이곳은 작은 전시실
류신부님의 시와 사진 작품들..
또 아주 작은 도자기 작품들..
예수님과 물을 먹는 양떼들..도자기 소품(갖구 싶은것 참느라 혼났쉼)
낙엽, 나뭇껍질, 도토리 껍질,
작은 나뭇조각 등을 섞어서
만든 손바닥만한 구유
(키는 크신 양반이 어찌 이리도 작은 것만 만드셨담?)
멋드러진 도자기 접시? 재털이? 아 ! 실례
제가 보는 수준이 쫌..
헤어짐이 아쉬워 오는 길에 신부님과 한컷..
신부님, 이 손 놓으시와요. 아무리 섭하셔도 지는 지아비가 있는 몸이라예!
붙잡는 손 뿌리치며 다음 피정을 기약 했지욤...
아! 눈물 매려 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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