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삼면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2㎞ 떨어진 임곡마을은 취영산(鷲靈山, 620m)의 줄기인 새삼골(240m)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동향마을이다. 임곡(숲실)은 마을 서쪽에 있는 범수대기가 맹호출림(猛虎出林) 형국으로 호랑이가 살기 좋기 위해서는 숲이 우거져야하고, 숲이 우거져야 마을이 흥한다고 해서 숲실(임곡)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의 행정 지명은 임곡이지만 사람들은 숲실이라고 부르는데 더 익숙해 있다. 임곡은 원임곡, 작은백치, 비자골 등 세뜸으로 이루어졌는데 원임곡이 가정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살고 있는 울산(蔚山)김씨는 계파(季派)인 임천(林川) 김천구(天球, 1642-1682)가 북일면 오산에서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김천구의 종조부는 임진왜란 때 남문창의(南門倡義)의 맹주였던 오천(鰲川) 김경수(景壽. 1543-1621)다. 김천구가 북일면 오산리에서 살면서 계파의 시조(始祖)인 달지(達枝)의 묘가 있는 고장산(古莊山)으로 오가다 숲실의 터가 명당임을 알아보고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전한다. 임천의 후손으로 금초(錦樵) 김진호(鎭祜, 1847-1916)가 숲실에서 태어났다. 그는 정언 고시경에게 학문을 배웠으며 1876년 명경과(明經科)에 올라 승문원 부수찬을 지냈다. 고종 때 홍문관 교리를 지내며 세자에게 학문을 가르쳐서 김교리로 더 알려져 있다. 1975년 2권1책의 문집이 간행되었으며 문집에는 시 18편, 편지 8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숲실에는 세 효부가 있었다. 오천 김경수의 후손인 김기수의 부인이었던 고부(曲阜)공씨는 시아버지가 병으로 들어 눕자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극진히 모시는 일을 잠시도 소홀하지 않았다. 극진한 효행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가 운명하자 며느리인 고부공씨는 시아버지의 묘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를 하기도 했다. 고부공씨가 죽고 그의 며느리인 서씨가 시어머니의 효행을 길이 남기기 위해 숲실 마을에 비석을 세우고 그의 행적을 기록해 두었다.
오천 김경수의 13대 손인 종숙(鍾淑)의 부인이었던 밀양박씨는 고창 아산에서 열여덟 살에 시집와서 23세 때 생후 열 달 밖에 안 된 외아들 만영을 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밀양박씨는 남편이 죽고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며, 시부모를 봉양하는 일에 한점의 소홀함도 없었으며 외아들인 만영을 키우는데 정성을 다했다. 밀양박씨는 연로한 시부모 대신 농사를 짓다가 사고로 인해 오른 쪽 눈을 실명하였고, 후에는 녹내장이 생겨 두 눈을 모두 잃고 말았다. 하지만 밀양박씨가 시부모를 섬기는 일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밀양박씨의 외아들인 만영의 부인은 광주정씨다. 광주정씨는 시어머니인 밀양박씨가 두 눈을 잃자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불효 때문이라며 스스로 죄인을 자처하고, 잠시도 시어머니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시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밀양박씨와 광주정씨를 하늘이 내린 효부(天出之孝)라 부르며 칭송하고 있다.(광주정씨의 아들이 전 서울시 중구청장을 지낸 김동일이다)
숲실에는 임천공 집안에서 건립한 임천재(林川齋)가 있고, 울산김씨 계파의 시조묘가 있는 고장산에 장산재(莊山齋)가 있다. 1860년 건립하여 1959년 중수(重修)한 장산재는 1948년 여·순 사건 때 순직(殉職)한 김영운(泳運)의 백부(伯父) 김종회가 조카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장산재를 중수했다고 한다. 숲실은 1949년 조선민족청년단에 가입하여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여 많은 고초를 겪었던 전 국회부의장 백우(白愚) 김녹영의 고향이다. 김녹영의 묘비가 장산재 위 울산김씨 세장산(世葬山)에 세워져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조선대학교에 재학하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광주지회장을 지내며 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은 지광(智光) 김동수(東洙)도 숲실에서 태어났다. 그를 기리는 비석이 서삼초등학교와 조선대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으며 유해는 5·18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1백여 년 전 동래정씨와 밀양박씨 등이 들어와 한 때는 50여 호가 넘는 큰 마을이었던 숲실은 현재 30여 호가 거주하고 있다.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