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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인수 가격 절감 등 재매각 위한 사전 작업, 인수 가맹본부 가맹점수 급감
치킨 가맹본부 BHC(비에이치씨)를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TRG매니지먼트(옛 CVCI)가 지난 2013년 7월 인수 이전부터 계획적으로 재매각을 염두에 둔 작업을 진행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TRG가 BHC를 앞세워 인수한 외식 가맹본부들의 내실 성장보다는 감자를 통한 인수가격 절감과 비싼 값에 되파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국부유출도 우려한다.
TRG는 BHC 인수를 완료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6월 특수목적법인(SPC)인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를 설립했다. TRG는 FSA를 인수 주체로 세워 1200억 원에 제너시스 비비큐로부터 BHC를 인수했다. FSA는 인수 이후 BH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TRG와 FSA는 BH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을 동원했다. 문제는 FSA가 회사 인수와 자회사의 경영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실정임에도 지난해 기준으로 장기차입금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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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소재 BHC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FSA는 적자 회사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2014년 86억 원, 지난해에는 8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92억 원, 84억 원으로 실제 적자 상태를 뜻하는 결손금도 83억 원, 14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권 등으로부터 차입한 장기차입금은 2013년 350억 원에서 2014년 250억 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0원이 됐다.
FSA는 산업은행으로부터 500억 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BHC 주식가치의 120%에 해당하는 600억 원을 담보로 잡았다. 그 후 FSA는 2014년 약 310억 원, 지난해 270억 원의 유상감자를 통해 차입금을 갚았다. 이런 방식으로 인수가 1200억 원의 BHC를 절반에 불과한 최초 자금 630억 원에 인수한 셈이다. 관련업계에서 FSA가 보유한 BHC 지분을 감자하는 방식으로 장기차입금을 제로 상태로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HC는 2014년 12월 유한회사로 전환돼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FSA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실적을 알 수 있다. BHC는 2014년 매출 1127억, 당기순이익 174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순이익이 두 배 정도 급증해 각각 2043억 원, 395억 원을 기록했다. 공격적으로 매장 수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BHC는 지난 4월 말 기준 1286개인 가맹점수를 올 연말까지 14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FSA는 BHC의 자회사 형태로 다른 외식 가맹본부들을 인수하고 있는데 시장에선 이 역시 외형을 키워 비싼 값에 재매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BHC는 지난 2014년 9월 한우 전문점인 ‘창고43’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수입 소고기 구이 전문점 ‘불소식당’을 인수했다. 올해 3월에는 순댓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과 쇠고기 전문점 ‘그램그램’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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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HC 본사 입구에는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등의 입간판도 함께 세워져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
문제는 인수에만 열을 올리고 가맹본부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인수 당시 불소식당 가맹점 수는 120개에 달했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장 수를 확인해보니 불과 9개월여 만인 이달 8일 현재 29개로 4분의 1로 줄었다. 큰맘할매순대국은 인수 당시 450개 매장에서 6개월 새 337개로, 그램그램도 281개에서 263개로 줄었다. 창고43은 직영점 체제다.
업계 관계자는 “FSA는 BHC로부터 배당을 받으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그와 유사한 감자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한 가맹본부 관리 강화 및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매장 수는 줄 수가 없다. 치킨만으로는 부족하니 여러 가맹본부를 인수, 외형을 확장해 시장에 내놓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에선 FSA가 BHC를 포함한 외식 브랜드를 4000억~5000억 원에 재매각을 추진하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FSA 관계자는 “우리는 사모펀드다. 따라서 그 특성상 인수한 회사를 장기적으로 경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제기되는 재매각설은 현재 시점으로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 위해선 매각주간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현재 어떠한 주간사도 선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어떤 기업도 금융권의 차입금 없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지 않는다. 또한 당사는 인수한 외식 가맹본부들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매장 수가 줄어들었을 뿐 가맹본부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