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너희는 행복하리니, 하느님의 성령이 너희 위에 머물러 계시리라.”
(1베드 4,14)
오늘 복음의 말씀은 이번 주간 계속되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의 당부의 말씀으로서, 예수님은 굶주린 이리 떼 한가운데에 한 마리 양을 보내는 것처럼 제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상황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마음으로 말씀을 건네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모든 시련들을 견뎌내야 하는지, 제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그 모든 일들에 제자들이 어떠한 마음 자세와 어떠한 믿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일러주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씀은 다음의 한 마디로 간략히 요약됩니다. 그 말씀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길지 않은 오늘 복음 말씀 속에서 무려 세 번에 걸쳐 이 말씀이 반복됩니다.
“그러니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6ㄱ)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8ㄱ)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31ㄱ)
두려워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상황이 정말로 두려워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중한지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실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제자들도 상황의 심각함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더욱 반복하고 강조하여 제자들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없애주시고자 말씀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나 두려움이란 감정이 이렇게 한 마디 말로 사라지고 말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체험 상 한번 두려운 마음이 들면 그 감정은 우리 온 존재를 송두리째 휩싸버리고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두려움의 감정에서 벗어나 용감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오늘 복음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반복하여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그 말씀 속에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과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독서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 말씀은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으로서 이사야 예언자가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로서 불리움을 받는 장면을 전하는 이사야 예언자의 소명 사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직접 뵙게 되는 영광의 순간, 문지방 바닥이 뒤흔들리고, 성전이 연기로 가득 찬 그 순간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이사야는 하느님을 뵙는 그 순간에 자신은 이제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며 원망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구약의 신관에 따르면 하느님을 직접 뵙게 되면 죄인인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죄 많은 인간, 이사야의 표현대로 입술이 더러운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은 입술이 더럽다고 고백하는 이사야의 입술에 숯을 갖다 대고 그의 더러운 입술을 깨끗이 해 주시고 그에게 예언자의 소명을 내려 주시자 이사야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내가 아뢰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이사 6,8)
분명 그 이전까지 자신은 죽을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신세를 한탄하던 이사야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자신을 보내달라며 자신 있게 응답하는 이 모습은 이사야 예언자의 극적인 변화를 드러내는 모습이며 그 변화의 계기는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직접적 행동, 곧 그의 죄 많은 입술을 불타는 숯불로 정화시켜 주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모습, 바로 여기에 우리가 복음 안에서 제기한 의문에 답이 담겨져 있습니다. 곧, 삶의 여러 어려움들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들, 스스로 지은 수많은 죄들로 인해 하느님을 뵙기 송구스러운 우리들의 죄스러움 마음을 없애 주는 것은 오직 하느님 그분, 불타는 숯불로 우리의 더러운 입술을 정화시켜 주시는 그 분이 우리 마음 속 모든 어두움과 두려움을 없애 주시는 분이심을 오늘 독서의 말씀은 분명히 전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베드로 1서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우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욕을 당하며 그들이 가하는 폭력과 불의에 두려워 떨고 있을 때,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 위에 머물러 두려워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며 그 불의에 용감히 대항하여 정의를 이루어낼 힘을 주십니다. 그 하느님의 힘은 바로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전지전능한 하느님, 권능의 띠를 두르시고 위엄을 입으신 주님이 우리에게 베푸는 특별한 사랑의 은총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이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여러분의 삶에서 겪게 되는 여러 삶의 두려움들을 이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여 하느님이 주시는 위로로 위안 받고, 하느님이 베푸는 힘으로 용기를 얻어 언제나 하느님 안에서 선을 이루는 기쁨의 나날을 보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너희는 행복하리니, 하느님의 성령이 너희 위에 머물러 계시리라.”(1베드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