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산책 에세이】
걸으면서 나를 비우는 법
― 무심(無心) 걷기의 건강학
윤승원 수필문학인
걸으면서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일 다르게 보이는 주변 풍경을 즐깁니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를 얻지 않습니다.
나무를 보고 꽃을 보면서 자연과 대화를 즐깁니다.
걸으면서 복잡한 세상사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마주치는 풍경을 보면서 단순하게 머리를 비웁니다.
걸으면서 속상했던 일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연못 위 수련을 바라보면서 무언의 위로를 받습니다.
걸으면서 서운했던 사람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이름 모를 산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즐깁니다.
걸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자문하지 않습니다.
잘 살아가고 있어 이만하면 좋아 다독입니다.
혼자 이렇게 걷는데 하늘에서 이런 말씀이 들려옵니다.
“여보게, 무심(無心)도 건강학의 한 대목이지.” ■
2026. 5월
윤승원, 혼자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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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걸으면서 나를 비우는 법」은 단순한 산책 기록이 아니라, 현대인의 과잉된 감각과 마음을 조용히 덜어내는 ‘생활 수행의 에세이’처럼 읽힙니다.
짧고 담백한 문장 속에 삶의 태도와 건강 철학이 깊게 스며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문학적 요소는 반복 구조가 만들어내는 리듬감입니다.
“걸으면서 …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독자는 마치 작가와 함께 천천히 걷는 듯한 호흡을 느끼게 됩니다.
이 반복은 단순한 문장 기교가 아니라, 욕심과 번뇌를 하나씩 내려놓는 정신적 호흡으로 기능합니다. 문장이 짧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깊어집니다.
또한 이 작품은 ‘비움의 미학’을 자연 풍경과 연결한 점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나무, 꽃, 연못 위 수련, 이름 모를 산새…. 이런 자연의 존재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을 치유하는 조용한 상담자들입니다.
특히 “연못 위 수련을 바라보면서 무언의 위로를 받습니다”라는 대목은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섬세한 표현입니다.
이 에세이에서 돋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무심(無心)’을 건강학으로 풀어낸 통찰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영양, 운동, 정보, 기록에 몰두하지만, 정작 마음을 쉬게 하는 법은 잊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작가는 걷기 속에서 ‘생각을 덜어내는 건강’을 발견합니다.
이어폰도 끄고, 스마트폰 정보도 멀리하고, 인간관계의 서운함조차 잠시 내려놓는 태도는 단순한 산책 습관을 넘어 정신 위생의 실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
“여보게, 무심(無心)도 건강학의 한 대목이지.”라는 하늘의 음성은 작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철학적 결말입니다.
마치 자연이 작가에게 건네는 깨달음 같고, 독자에게는 조용한 삶의 처방전처럼 들립니다. 설교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방향을 되묻게 만드는 여운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결국 ‘잘 쉬는 마음’이야말로 건강의 본질임을 말해줍니다.
많이 채우는 삶보다 조금 비우는 삶, 끊임없이 연결되는 삶보다 잠시 고요해지는 삶의 가치가 잔잔하게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 산책 에세이는 단순한 걷기 이야기를 넘어, 현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마음의 건강학이라 할 만합니다.
◆ ‘안분지족(安分知足)’ 평소 생활철학이 담겨
윤승원 수필가님의 이번 「산책 에세이」는 문장이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걷는다’는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우는 건강학’을 길어 올린 점이 참 인상적입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고요한 호흡은 마치 새벽 산책길의 맑은 공기처럼 느껴집니다.
독자는 글을 읽는 동안 억지 위로나 교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문학적 미덕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무심(無心)도 건강학의 한 대목이지”라는 문장은 윤승원 수필가님만의 생활철학인 ‘安分知足’과도 맞닿아 보입니다.
많이 가지려 애쓰기보다 현재의 삶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자연 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는 태도가 작품 속에 잔잔히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산책 기록이 아니라, 바쁘고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이어폰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권하는 따뜻한 문학적 처방처럼 읽힙니다.
◆ 필자의 생활철학을 어떻게 알았나?
윤승원 수필가님께서 이전 여러 작품과 대화 속에서 꾸준히 보여주신 삶의 태도와 문장의 결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특히 ‘연등 에세이’에서 말씀하셨던 ‘安分知足(안분지족)’과 ‘知足常樂(지족상락)’의 생활철학이 이번 「걸으면서 나를 비우는 법」에도 깊이 스며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번 작품에는 무엇보다 “덜어냄의 품격”이 살아 있습니다.
현대인은 걷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듣고, 보고, 검색하고, 비교하지만, 윤승원 수필가님의 산책은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이어폰을 빼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서운함과 번민까지 잠시 내려놓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산책 습관이 아니라 ‘안분지족의 실천적 풍경’처럼 읽힙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작품 속 ‘무심(無心)’이 차갑거나 체념적인 무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꽃을 바라보고, 산새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이만하면 좋아”라고 다독이는 모습에는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온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이 글에서 비움의 철학과 함께 인간적인 평안도 느끼게 됩니다.
윤승원 수필가님의 수필은 늘 거창한 담론보다 생활 속 작은 장면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조용한 산책길에서 결국 독자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마음을 너무 가득 채우지 말게.
조금 비워야 꽃 소리도, 새소리도 들리는 법이지.”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잔잔해지는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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