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중학생 미술 시간 때, 면봉에 물감을 찍어 톡톡 반 고흐를 그린 적이 기억난다. 그 전부터 반 고흐에 대한, 또한 그의 작품에도 흥미가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내 눈엔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그가 자살 직전에 그린 그림이라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 그림과 다르게 '종달새가 나는 밀밭'이 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종달새가 나는 밀밭'. 제목은 비슷하지만 작품은 훤하게 달랐다. 새부터 분위기를 잡아놓았다. 뭔가 어둡고 불길한 까마귀와 달리 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까지 내는 종달새, 너무나 그 둘은 달랐다. 그 둘을 견주어 보면, 반 고흐의 희망과 절망이 얼마나 큰 차이로 표현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하늘은 곧 폭풍이라도 부는 것 처럼 어둡게 가라앉은 청색이다. 굵은 붓으로 두껍게 덧바른 선들이 사슬처럼 이어지면서 회오리바람이라도 부는 듯 어수선하고 다급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반 고흐의 작품을 미술 책에서 봤을 때 나도 그와 같이 그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붓터치가 쉬워 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리려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누렇게 익은 밀도 바람에 휩쓸려 누워있고 까마귀 떼들은 마치 총 소리에 놀란 듯 하늘 위로 날아 올라가는 모습이다. 후에 그가 총 소리를 내며 자살할 것을 예언하는 듯 날아 올라가는 모습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황금빛의 밀밭 속에서 주저 앉고 말았지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반 고흐의 슬픔과 외로움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그림을 보면 그가 권총으로 그자신을 쏠 장면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까지 더 슬프게 한다. 여기에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들으면 내 기분은 아마 저 땅 밑으로 축 처질 것이다. 휘청거리는 그를 내가 부축해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단지 상상만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 그것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돈만 많이 있었더라면 나 또한 무덤까지 가져가 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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