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구로 분한 유오성이 공사판에서 일하며 동료에게 뇌까린 이말은 참 단순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왠지모르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말입니다.
알몸뚱이에 트렁크 팬티한장입고 똑같은 크기의 장갑을 끼고 체급을 통해 거의 같은 몸무게의 선수끼리 똑같은 시간과 휴식속에 오직 맨주먹 하나로 승부를 가리는... 그야말로 원초적이면서도 정직한 스포츠입니다.
배운것 없고 가진 것 없는 한 청년의 맨주먹 성공스토리는 보는 내내 통쾌함니다만 그의 죽음을 미리 알고 봐서일까요....눈 두덩이가 부어올라 승리하여 환하게 웃고 있어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식장에서 노래를 불러도, 간만에 거머쥔 게런티로 동료들에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사도 왜 그의 표정이 안타깝고 슬프게만 보이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많이 맞아도 앞으로 계속 다가가던 그의 모습이 말입니다.
정말 당시 보기드문 난타전이었죠. 정말 죽기살기로 싸웠던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영화에서 맨시니와의 경기가 꽤 실감나게 그려지긴 했지만 실제 김득구 선수의 놀라운 파이팅을 그려내는데는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여느 경기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싸웠는데 워낙 펀치가 센 녀석을 만나 재수없게 운명을 달리한 ....그런 경기가 아니였습니다.
1회부터 14회까지...정말 목숨걸고 싸우는 사람 같았습니다. 비록 먼 미국땅에서 텔레비젼으로 본것이지만 어린 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니까요.
영화 종반 ...그의 죽음이 다소 밋밋하게 그려진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미화하거나 과장된 효과음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낸점이 오히려 깔끔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미국영화<챔프>를 보면 시합을뛰고 라커룸에 누워서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오열하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어린아들(리차드 슈로더---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아빠는 멋쟁이란 외화의 아들,벌써 그프로도 10여년이 훌쩍 지났군요)의 모습처럼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수도 충분히 있었지만...신파극으로 자칫 흐를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독이 했다고 느껴집니다.
영화<챔피언>의 열기가 김지운 감독의<반칙왕> 처럼 잠깐 권투열기를 몰고 올련지도 모르겠지만 장르의 특성상 코미디 영화를 지향한 <반칙왕>의 레슬링처럼 일부 코미디프로의 한때의 소재로 다뤄지지는 않을듯 싶습니다.
김태식, 박찬희, 유명우, 장정구,...그리고 김득구...한시대를 풍미했던 지난날의 멋진 복서들을 이제는 영화속에서밖에 볼수 없을것 같은 서운한 느낌이 드는건 영화를 보고난후 내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영화로 다시만난 김득구 선수의 모습은 아무튼 무척이나 반가왔습니다.
* 경미역 채민서--- 곽경택 감독은 <친구>에서 홍일점으로 신인이나 다름없던 배우 김보경을 그 영화로 주목받을만한 배우로 올려놓더니 <챔피언>에서 다시 신인급 여배우를 기용, 일단 성공한듯 보입니다.
앞으로 충무로에서 또는 TV 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볼수 있지않을까 은근한 기대를 해봅니다.
* 김득구 선수의 죽음으로 인하여 그동안 15라운드였던 세계타이틀 매치는 이후 12라운드로 줄어들게 됩니다.그의 죽음은 권투경기의 룰까지 바꾸게 만들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