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벚꽃
꽃샘추위 물러나고 온화한 봄 날씨에 백화초엽(百花草葉)이다. 수선화, 금낭화, 제비꽃이 지천이고 곳곳에 벚나무는 꽃터널을 만들어 장관이다. 새소리도 맑고 투명하다. 특히 의령 남산천을 따라 분홍, 진분홍으로 피어나는 꽃잔디는 그야말로 봄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벌 나비들도 즐겨 찾는 꽃잔디는 얼핏 보면 패랭이꽃처럼 생겨서 지면팽랭이꽃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지피식물로서 인기 또한 만점이다. 관공서 광장이나 학교 정원에 피어있는 꽃잔디는 온화하기가 그지없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서로 붙잡고 있어 감정이 흔들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꽃잔디의 꽃말이 온화이다. 여기저기 산불로 안타까운 마음에 춘래불사춘이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꽃잔디처럼 온화한 날들이 빨리 찾아오길 기도 해 본다. 요즘처럼 사회가 급변하는 시절도 없었던 것 같다. 서로 마음을 합쳐 빠른 복구가 될 것이라 믿으며 꽃잔디의 꽃말인 온화(溫化)라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따뜻할 온(溫)은 물 수[氵= 水(물 수의 변형)]에 온화할 온(𥁕)이 결합 된 한자이다. 전자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물 수(水)는 한자의 구성에서 변으로 쓰일 때의 자형은‘氵’로 삼수변이라 하며 독립된 자로는 쓰이지 않는다. 발로 쓰일 때의 자형은‘氺’로 역시 독립자로 쓰이지 않는다. 泰(클 태)자와 같은 경우다. 물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에서‘평평하다’,‘고르다’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수륙(水陸:물과 뭍), 수평(水平:기울지 않고 평평한 상태), 수준(水準:사물의 가치나 질 따위의 기준이 되는 고른 표준이나 정도)이 좋은 용례이다. 후자는 가둘(죄수) 수(囚)와 그릇 명(皿)으로 파자 해 볼 수 있다. 가둘 수는 다시 에울 위(口=圍) 안에 사람 인(人)을 넣은 글자로 사람이 사방을 둘러친 담 안에 닫혀 있다는 뜻이며, 갇혀 있는 사람의 대표적인 사례가 죄인으로‘죄수’의 뜻도 된다. 그릇 명은‘그릇’이나‘접시’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갑골문에 나온 皿자를 보면 길쭉한 그릇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음식을 담는 그릇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길쭉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皿자는 해서(楷書)에서부터 납작한 형태로 바뀌게 되어 지금은 마치 접시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온화할 온을 풀이해 보면 그릇에 물이나 음식을 담아 죄인에게 주는 온화한 마음씨를 표현한 것이다.
따뜻할 온(溫)을 종합적으로 풀어 보면, 극악무도한 죄를 짓고 끌려가는 죄인이 시민들로부터 욕설과 비난의 말을 듣고 불안과 공포로 눈이 충혈되고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낄 때, 이를 긍휼히 여겨 그릇에 물을 담아 그 수인에게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화목할 화(和)는 벼 화(禾)에 입 구(口)를 짝지워 놓은 글자이다. 전자는 벼 이삭이 드리워진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후자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본뜬 글자로 ‘입’,‘말하다’,‘어귀’의 뜻으로 사용된다. 구강(口腔:입 안), 구변(口辯:말 솜씨, 말을 잘함), 동구(洞口:동네로 들어오는 첫 길목 어귀)가 각각에 해당하는 좋은 용례이다. 화목할 화를 종합적으로 해설해 보면, 벼를 찧어 만든 쌀밥이 사람의 목에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오천 년 전 인류가 쌀밥을 해 먹는 일은 참으로 흔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쌀은 오늘날과 달리 일반 백성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밖에서 피땀 어린 노동의 대가로 쌀을 구해와 모든 식구가 쌀밥을 해 먹는 화기애애한 장면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글자이다.
루 월리스의 1880년작 소설 〈벤허: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보면 온화의 대명사 격인 인물을 볼 수 있다. 주인공 벤허가 유대에 새로 부임한 총독 살해 미수범으로 로마군에게 결박되어 이송되는 장면이 나온다. 죄수 행렬은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로마군 병사들과 죄수들은 물을 먹으며 목을 축였으나. 벤허는 반역죄로 압송되던 터라 물을 마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던 벤허에게 한 청년이 물을 떠다 준다. 로마 장교가 물을 주지 말라고 외쳤으나 청년의 얼굴을 보고 압도되어 그대로 내버려 둔다.
봄바람에 꽃잔디가 물결을 이룬다. 1959년 월리엄 와일러 감독, 유다 벤허 역의 찰턴 헤스턴의 명연기 영화〈벤허〉장면이 꽃잔디의 은은한 향내와 함께 화란춘성(花爛春盛)인 계절 필자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처럼 느끼지 못한다는 뜻으로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어 좋은 일도 즐겁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 상태를 이른다.
| 溫 | = | 氵= 水 | + | 囚 | ( | 口+人) | + | 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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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할 온 |
| 물 수 |
| 죄수 수 가둘 수 |
| 에울 위 + 사람인 |
| 그릇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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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和 | = | 禾 | + | 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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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목할 화 |
| 벼 화 |
| 입 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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