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순간
배은빈
난 필리핀 환경이 어떨지 너무 기대됐고, 내가 필리핀에 환경에서 어떤 생활을 할지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만 되지는 않았다. 내가 104일 동안 필리핀에서 잘 살아낼 수 있을까? 필리핀 생활을 잘 즐기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다. 난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필리핀에 갔다.
-적응
처음엔 필리핀이 낯설었다. 특히 기숙사에 처음 들어갔을 땐 선풍기를 아무리 틀어도 너무 덥고, 땀이 많이 나서 끈적거리고, 개미가 줄지어 다니고, 잘 때 계속 들리는 도마뱀 소리도 싫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필리핀 생활에 적응했고 더위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졌고, 개미가 내 몸에 올라와도 아무렇지 않게 털어 내었다. 점점 잘 때 도마뱀 소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
우리 홈스테이 집 환경은 열악한 편이었고,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은 엄청 많았다. 하루, 하루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초반에는 친구들이 늘어나서 혼란스러웠다. 우리 집에 자주 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엄청 착했다. 우리가 씻을 때 물도 받아주고 설거지할 때 불빛을 비춰주고 같이 도와줬다. 가족들이랑 친구들과 장난치고, 마스크 팩 하고, 바다에서 놀고, 밥 먹고 페어웰 파티 춤 연습하던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난 가족들과 대화를 더 하고 싶고 친구들과는 더 장난치고 싶다. 우리에게 필리핀에 문화를 알려주려고 노력하시고 사랑을 많이 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준비
2분기를 시작하면서 페어웰 파티를 준비했다. 현대무용, 반 공연을 준비하는데 춤을 이렇게 제대로 연습한 건 처음이었다. 더 몰입되고 집중이 잘 됐다. 그리고 애들도 집중을 더 잘했다. 친구들과 합을 맞추고 혼나고 땀을 내는 과정이 소중했다. 페어웰 파티를 하기 전 쇼케이스를 했다. 필리핀 쌤들도 오시고 희규쌤도 오셨다. 긴장이 돼서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쌤들에게 코멘트를 받고 춤을 고쳤다. 점점 고치니깐 내가 어려웠던 부분도 잘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코멘트를 받으면서 몇 주간에 연습 들이 끝나고 페어웰 파티가 찾아왔다. 홈스테이 가족들이 모였고 난 그때부터 긴장되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페어웰 파티를 시작했다. 공연을 할 때 관객분들이 호응을 별로 안 해주셔서 아쉬웠지만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홈스테이 가족에게 보여주니 뿌듯하고 이 과정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남
예람이와 내가 서로를 도우면서 개인 프로젝트를 했는데 예람이가 사진 찍으러 갈 때 같이 가서 도와주곤 했다. 예람이를 도와줄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예람이는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고 인물 사진을 찍는다. 난 원래 낮선 사람한테 말을 못 거는데 필리핀 사람 들을 만나면서 두려움을 조금 극복한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부끄럽지만 대화를 하면서 친목을 쌓는 다는 게 꽤 재밌었다. 예람이가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때 순간들이 기억이 나고,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쌓여가는 것도 뿌듯했다.
필리핀이 정말 좋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프니 타는 것도 좋았고 뜨거운 햇빛을 쬐며 친구들과 선데이 마켓에 가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시는 필리핀 선생님들도 너무 너무 좋았다. 필리핀에서의 시간이 사진처럼 한 장, 한 장 생각난다. 반 공연 연습이 끝나고 바로 수영장에서 논 거, 친구들이랑 티플스 에서 시원하게 음료를 마신 거,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이랑 드러그 간 거 등등 좋은 시간이 떠오른다. 필리핀에 있었던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소중함으로 남았다.
첫댓글 소중한 순간을 찾았다니 뿌듯하겠네